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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에 연달은 왜곡된 애국주의를 바라보며... |
황우석씨가 속칭 잘나갈 때 줄기세포를 어쩌고 스너피가 어쩌고 나는 실상 관심이 별로 없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내가 별로 관심이 없는 분야였으니까. 근데 언제부턴가 일이 커졌다. 브릭스라는 단체에서 제일 먼저 의구심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불씨에 기름을 들이부은건 단염 MBC 피디수첩은 황우석씨의 연구에 대한 취재를 했고 이를 강행하여 방송했다. 하지만 여론은 그렇지 않았다. 감히 황수석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피디수첩에 강한 반발 그리고 협박으로 인한 광고 취소, 결국 피디수첩은 방송을 중지했다. 그리고 서울대 조사위의 1차 발표는 논문 조작임이 밝혀졌다. 어쨌든 사건이 이래저래 저물어가는 시점이다.
MBC의 피디수첩, 그들의 반역
피디수첩이 취재 윤리를 어겼다고 한다. 협박을 했다고 한거 같은데 실은 나도 잘은 모른다. 그래 피디수첩이 취재윤리를 어겼다. 사안의 중점은 그게 아니다. 어긴건 어긴거고 황우석 연구에 대한 의구심은 의구심이다. 과정이 잘못되었다. 하지만 피디수첩은 황우석이라는 성채의 진실에 대한 의심을 했고 도전했다. 결국엔 성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MBC를 매도하고 있다.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MBC 안보기 운동을 한단다. 그리고 수많은 네티즌들은 언제나 그랬듯 저급한 욕설과 무논리의 논리로 MBC를 매도했고 피디수첩은 폐지되었고 심지어 뉴스데스크의 광고 하나를 중지시켰다. 황우석씨의 연구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일체의 의심을 가진 자는 '절교'당했다. 거의 종교였다. 그들은 황우석 연구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 '황우석'이니까...
일그러진 애국주의, 그 비이성적인 맹종
피디수첩이 황우석 연구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취재한 방송이 방영된 후 황우석씨의 인기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신문 기사와 인터넷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황우석씨는 '칩거'에 들어갔단다. 그러다 며칠 후 초쵀한 모습으로 병실에 누워 인터뷰를 가졌다. 여기서부터 황우석에 대한 일그러진 애국주의는 폭팔한다. '아이 러브 황우석'이라는 카페가 생기고 카페 회원수가 치솟고, 그들은 황우석씨의 쾌유를 빌었다. 그리고 피디수첩을 매도하며 황우석씨를 옹호했다. 그들에게 진실은 필요치 않았다. 아니 황우석이 진실이었다. 서울대 황우석씨의 연구실에 카페 회원들이 모여 황우석씨 연구 복귀를 바라며 진달래 꽃길을 깔았다. 그리고 모두들 무궁화를 품에 안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황우석씨의 연구 복귀를 바라는 글귀를 읽어내려가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카페 회원 1000명이 난자 기증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황우석에 대한 그들의 신뢰는 맹목적이었다. 끝도 없었다.
서울대의 발표와 그 후
서울대 자체 조사위의 1차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다. 논문 조작이 기정 사실화되었고 황우석씨는 사과를 하고 교수직을 사퇴했다. 많은 사람들은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또 다르게 분통을 터트린다. 황우석씨를 열렬히 지지했던 가수 강원래씨는 발표 후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줄기세포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단지 황우석 교수님은 나에게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그렇다. 황우석씨의 연구는 그의 사익이 되든 국익이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잘잘못을 가려야하며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논문이 가짜라면 황우석씨는 그를 희망으로 삼던 많은 사람들을 속인 것이다. 이것은 더욱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황우석의 환상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반발했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냐?' '조작이 아니라 단순한 가감인다.'라는 말들을 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한다. 얼마전 12월 24일 농민열사추모 및 폭력경찰 규탄 촛불집회가 광화문 네거리에서 있었다. 집회가 끝나고 친분이 있는 몇몇 사람들과 청계천을 따라 전구로 장식해 놓은 길을 걷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중 청계천 을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산타 모자를 쓰고 도열해 있었다. 무엇인가? 내가 참여했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인가? 가까이가니 사람들은 'I♡H'이라고 쓰여있는 천을 몸에 붙이고 애국가를 함께 부르고 황우석을 연신 외쳐댔다. 한 작은 아이도 황우석이라고 선창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따라 외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 러브 황우석 카페에서 준비한 성탄맞이 황우석 기도란다. 도대체 무얼 기도하는 것인가? 이미 조작이라고 판명난 사건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황우석에게는 거짓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애국주의, 안타까운 한 단면
애국주의, 국가주의가 다시 한번 강하게 진출한 느낌이었다. 반공을 외쳐대던 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한 느낌이다. 민생이 힘들수록 그들은 하나의 영웅을 기대하고 또 영웅을 스스로 만든다. 황우석, 박지성은 이미 영웅이 되었다. '애국'이라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라는 이름이 크게 힘을 쓸 때 '나'는 그곳에 없다.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국가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가리우고 그 뒤에서 기득권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국가라는 궐레를 벗어던지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그 속에 함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가라는 이름이 판치던 시절 국가의 성장을 위해 많은 노동자 농민들은 비참하게 살아왔고 대의를 위해 그들은 이를 참아야 했다. 이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소외되는 '나'
개인적으로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또 황우석 개인에 대한 악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면서 황우석, 애국주의가 판칠 때 소외되는 개개인을 느꼈다. 1000여명이 서약했다는 난자 기증, 그들은 황우석이라는 국익이라는 대의에 함몰되 개인의 신체에 대한 그 어떤 자세한 지식도 없이 희생하고 있다. 난자 적출이라는 과정은 여성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고 매우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여타의 구체적인 지식이 없이 단지 국익(국익이 될지 안될지는 의심스럽지만)을 위해서 자신의 신체를 바치고 있는 것이다. 황우석씨가 연구하던 줄기세포 연구는 여성들의 인권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연구 과정 상 난자의 존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많은 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들의 몸에서 난자 적출을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윤리적 문제들이나 여성의 신체적인 부작용 등의 문제들을 언급하지 않고 단지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서 희생을 강요 또는 스스로 희생하게끔 하는 요즘의 생명공학과 국가적 분위기를 바꾸고 좀더 세심한 그리고 개개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