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은 비록 무심한 듯하나
태초에서 오늘까지 한시도 잠든 적 없었네
검집 안에 든 검은 죽은 나뭇가지에 무심히 앉은 겨울 까마귀 같지만
마음이 일면 검이 울고, 그 한가닥 검의 울음소리는 만물의 잠을 깨운다네
바람 한 점 없이 태양열이 작열하는 뜨거운 서울, 여름 어느 날—
뭉게구름이 솜 뭉치 처럼 덩어리 지어 흐르다 북한산 백운대의 산봉우리에 걸려 있었다.
단조로운 곡조, 그러나 후덕 지근한 여름날의 열기를 식혀 줌직한 시원스런 매미의 울음소리가…
이따금씩 한 여름의 적막을 깨고 숲속 건물 사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너무나 뜨거운 태양열에 견디지 못한 까닭일까, 저 뜨거운 햇볕의 애무 아래 온 누리의 초목(草木)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아무튼 사람은 커녕 들짐승조차 얼씬거리지 않는 무섭도록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한낮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 가고 태양이 서서히 서산마루 위로 넘어가 휴식처를 찾는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서북쪽의 먼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와 삽시간에 태양을 삼켜 버리고 온 하늘을 시커멓게 덮어 버렸다.
파도가 거세게 일렁이듯 먹구름이 산발을 한 여자 귀신 꼴을 하고, 대지를 삼킬 것같이 입을 크게 벌리고 무섭게 빠른 속도로 동남쪽으로 몰려가고 있다.
갑자기, 한 마리의 은빛 뱀같이 눈부신 번갯불이 하늘을 찢어 갈라놓을 듯이 사방에서 번쩍였다.
“ 우르르 우르릉 꽝!”
당장이라도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한차례 천둥소리가 천지를 뒤집어 놓을 듯이 울리더니 천길 벼랑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거세고 힘찬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만 해도 선명하게 보이던 푸른 산과 들녘이 어둠과 폭우에 가리어 온통 시커멓게 보였다.
다만 어둠 속에 우뚝 솟아 있는 시커먼 그림자가 폭우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 울창한 숲임을 어렴풋이 알아볼 수가 있었다.
이때 홀연---
멀리 산의 모퉁이에서 여러 사람의 모습이 앞뒤에서 줄달음쳐 오고 있는 모습이 폭우 속에서 희미하게 보였다.
희미하게 보이기는 했으나 그들의 달리는 신법(身法)이 무척 빠르다는 것은 능히 알 수 있었다.
“슈--- 슈--- 슈---
그들은 모두 번개의 빛살처럼 질주하고 있다.
어찌나 달리는 기세가 빠른지 발이 전혀 땅에 닿지 않는 듯했다.
실상 몸을 한 번 솟구칠 때마다 족히 이십 장(丈)가량 날아갔으니 멀리에서 보기에는 창공을 누비는 거대한 독수리가 얕게 떠서 날아오는 듯만 싶었다.
자세히 보니 한 사람은 앞에서 쫓기고 있었고 뒤에서 십여 명의 사람이 쫓고 있었다.
쫓기는 사람은 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듯, 몸을 비칠거리고 있었다.
비록 그렇다 하지만 그의 달리는 속도는 여전히 번개같이 빨라 얼마 후에는 뒤에서 추격해 오는 사람들을 멀리 떼어 버렸다.
뒤에서 추격해 오고 있는 사람은 이따금 목청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지만 그 소리는 몰아치고 쏟아지는 비바람 소리 속에서 몹시 미약하게 들려왔다.
“서라..”
이때, 앞에서 쫓기며 달리고 있는 흑의의 인영이 낙산근처의 언덕에 이르렀다.
지금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몸을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 완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도저히 달릴 기력이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에서 추격해 오고 있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보았다.
오십여 장 거리,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는 있을 성 싶었다.
그는 심이 몸이 괴로운 듯 오만상을 찡그리고 재빠르게 품속에서 약병을 꺼냈다.
약병에서 환약(丸藥)한 알을 부어내 복용하고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곧 운기조식(運氣調息)에 들어갔다.
「휴!」
사나이는 한참이 지난 후,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빗물에 흐트러져 내려와 이마에 찰싹 달라붙은 머리를 손을 쓸어 올렸다.
순간, 짙은 눈썹에 거무티티한 피부...피로에 찌든 한 얼굴이 나타났다.
비록 몸은 지쳐 있으나 눈빛만은 불꽃처럼 형형한 정광(精光)이 이글거렸다.
검객다운 살기가 넘치는 낯빛, 우뚝 솟은 코에 굳게 닫혀 있는 그 매마른 입술은 그의 최근 행적을 말해 주고 있었다.
너무 오래 시달린 탓인지, 안색이 몹시 창백하여 싸늘한 한기(寒氣)를 풍겼다.
그의 턱 아래 짧은 수염과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은 그가 온갖 세파에 시달린 흔적을 상징했다.
속에는 흑의(黑衣)를 입고 겉에는 청포(靑袍)를 걸쳤다.
옷은 이미 갈기갈기 찢겨진 채 여러 군데 상처가 눈에 보였다.
검붉은 핏줄기가 상처에서 흘러나와 빗물에 섞여 흘러 내렸다.
빗물에 흠뻑 젖은 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처량한 느낌을 받으리라.
흑의의 사나이는 몸에 걸친 청포를 벗어 가지고 갈가리 찢어서 익숙한 솜씨로 상처를 싸맸다.
“으..으..윽…”
바로 그때 뒤에서 추격해 오던 그림자가 이미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사방으로 흩어져서 그를 포위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부상을 입은 사나이가 날개라도 달려 하늘로 날아갈까 염려되는 듯이 단단히 포위했다.
원래 여름철의 폭우는 느닷없이 덮쳐왔다가 금방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이때 빗줄기는 차츰 약해져 갔고, 아까와 같이 하늘에서 동이로 물을 쏟아 붓는 듯한 폭우는 이미 아니었다.
잔 빗방울이 사람의 머리에 떨어져 뺨과 목 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부상을 입은 중년 사나이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은 모두 십여 명이었다.
그 중에는 늙은이와 젊은이가 섞여 있었다.
가운데 포위되어 있는 중년 사나이는 예리한 눈빛으로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중인을 한 차레 쳐다보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핫하하..... 나 조 아무개는 정말 느끼는 바가 새롭소외다. “
“얼마 전에 한때의 친구들을 쫓아 버렸는데 지금 여러분이 다시 추격해 왔으니 실로 무한한 영광이라 생각하오이다.
흐흐... “
저분은 반포공자(盤浦公子)시고, 강북쌍웅(江北雙雄)인 쌍살검과 독두검, 거제파(派)의 통풍검도 오셨구료.
가만 있자, 저분은 ... 오라, 평촌파(平村派)의 평촌일검이시구료.
또 이분은 일산상인(一山上人)...심지어 안암논객(安菴論客)까지…
아니 당당한 명문정파(名門正派)의 고수들이 총 출동하셨구려..”
그는 증인을 차례로 훑어보며 일일이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당골쌍절(雙絶) 낭주검이시구료.
십년 만에 이렇게 다시 건강한 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외다.
아, 그런데! 작천궁의 야무검(夜霧剣)은 왜 안 오셨는가요? “
.
그는 사뭇 태연자약한 자세로 뭇 사람에게 일일이, 인사말을 건넸다.
이때 탄력있는 체격에 황의(黃衣)를 입은 중년 사나이가 싱끗이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 사람은 조 대협(大俠)의 귀하신 몸이 아직 강녕하신 것을 보니 매우 기쁘외다.”
“잠시 후 이 사람은 대협의 절학(絶學)을 몇 초 가르침 받아 볼까 하오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감사문의 장문인로서 무공이 기막히게 고강하며 감사장법과 낭주타법으로 오늘날 무림에서 명성을 크게 떨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그의 별명은 당골쌍절이라 했다.
십년 전에 그는 강남에서 송도혈마 조치원을 만나 그에게 당구에 도전했으나 삼십 초를 넘기지
못하고 패했었다.
그 후 그는 즉시 삼청동으로 돌아가 이년간이란 긴 세월 동안 다시금 심혈을 기울여 무공을 수련했다. 그것은 송도혈마에게 패한 치욕을 갚기 위해서였다.
이년 동안 무공을 연마하여 어느 정도 무공에 자신을 얻은 그는 다시 강호에 나와 송도혈마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강호에서 송도혈마가 자취를 감춘 뒤였다.
당골쌍절은 쇠신이 닳도록 송도혈마를 찾아 다녔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 송도혈마가 관외에서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실지에 있어서 그의 진정한 뜻은 십년 전의 패한 치욕을 갚는 한편, 무림 인물이 모두 꿈속에서도 얻고자 하며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삼원금천비급’을 얻는 데 있었다.
당골쌍절은 다시 말을 꺼냈다.
「이번에 이 사람이 이렇게 대협을 찾아온 뜻은 지난날 일련의 가르침에 사의를 표하기 위해서이며 아울러 이형께서 삼원금천비급을 얻었다는 소문을 듣고 견식을 좀 넓힐까 해서입니다.
물론 조형께서 거절하지 않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소이다.」
부상을 입은 중년 사나이, 즉 송도혈마는 아주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지난 십 년 동안 대협의 절예가 더욱 고명해졌을 것이라 믿고 있소.”
“이따가 이 사람은 물론 대협에게 절초를 가르침 받아 보도록 하겠소”
“그리고 비급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 사람은 정말 그것을 가지고 있소.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것에 대해서만은 대협의 말에 따를 수가 없소.”
이어 그는 음성을 약간 높여 중인을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이 사람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나를 쫓아왔는지 알 수가 없구료.”
“만약 비급에 관한 일만 아니라면 이 사람이 힘닿는 데 까지 무슨 일이든 도와줄 용의가 있소이다.”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여러분의 뜻에 따를 수가 없음을 미리 밝혀 두는 바이외다.”
그는 겉으로는 아주 태연하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몹시 걱정스러웠다.
(이번에 이 고비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모르겠다. 이들은 하나같이 당금 명문파의 고수들이며 강호에서 명성을 드날리는 쟁쟁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나는 부상당한 몸이 아닌가.....만일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번개같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가야! 건방진 소리 마라. 네놈은 우리 형제를 아작 내 놓고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 오늘 기필코 네놈이 무릎을 꿇고 나를 우러러보게 하고야 말겠다.”
“
이것은 오른편에 있는 야윈 얼굴의 사나이가 호통 치듯 한 말이었다.
그는 바로 평촌일검이였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의를 입고 손에 섭선을 쥐고 오른편에서 있는 서생 차림의 반포공자가 입을 열었다.
“너의 형제의 보잘 것 없는 실력을 가지고 감히 송도혈마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정말 가소롭도다.”
“내가 보기에 너희들은 자신의 힘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너희 그 두 명의 멍텅구리 같은 형제의 아픔에 대해 조금도 애석해 할 게 없다. 아무튼 미리 말해 두지만 너의 두 놈은 일찌감치 물러가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비 오는 속에서도 느리게 섭선을 부치고 있었다.
완전히 상대방을 경멸하는 태도였다. 평촌일검은 그런 말을 듣자 즉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참을 수 없어 고함을 지르며 반포공자에게 덮쳐가려 했을 때 통풍검에게 저지당했다.
반포공자는 싸늘하게 흥! 코웃음을 쳤다.
동시에 그들에게 경멸에 찬 눈빛을 던졌다.
이때 당골쌍절이 송도혈마를 향해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조대협, 우리 툭 털어 놓고 얘기합시다. 이 친구들은 모두 백년전 혼세마왕의 절예가 도대체 얼마나 뛰어나고 훌륭한 것인가를 구경하기 위해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이외다.
그러니 대협은 너그러이 생각하여 비급을 우리에게 넘겨주기 바라오.”
송도혈마는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차갑게 말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최형도 많이 변했구료. 십년 만에 만나고 보니 최형의 말재간이 아주 놀랍도록 늘었구료. 최형은 그 비급을 최형에게 내주라는 말이오?”
그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눈 꼬리에 냉소를 걸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최형, 내가 생각하기에는 최형이 그런 당돌한 말을 너무 일찍 한 것 같소.”
당골쌍절은 그런 말을 듣자 안색이 확 달라졌다.
그는 격분한 표정으로 사납게 소리쳤다.
“더 이상 여러 말 할 필요 없소. 이따가 대협의 고절한 무학을 가르침 받도록 하겠소.”
한쪽에서 시종 조용히 서 있던 일산상인은 그들의 말이 거칠어지는 것을 보자 크게 불호를 외치며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시주들, 언쟁을 벌이지 마시오. 자고로 보물은 덕망이 있는 사람이라야 만이 얻을 수가 있는 법이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살신지화를 초래하게 되오이다. 시주는 어째서 좀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하오?”
그의 내공은 상당히 심후했다.
심후한 내공을 바탕으로 그가 크게 외친 불호소리는 듣는 고막을 어찌나 심하게 흔들었는지 모두들 통증을 느꼈다.
송도혈마 조치원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상인께서 염려해 주시는 데 대해 감사드리오. 그러나 조 아무개는 무슨 일을 할 때 항시 시비를 초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소이다.”
평촌일검은 그의 말이 몹시 귀를 거슬린 듯,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칼을 뽑아 들고 앞으로 다가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조가야! 우리 형제의 한을 풀어야겠다. 무릎을 꿇어라.”
일지검을 날카롭게 휘두르며 독사출동의 초식을 전개하여 곧장 상대의 가슴을 노리고 찔러 갔다.
칼끝이 상대의 바로 가슴 앞까지 찔러 들어갔을 때 갑자기 천우경지의 초식으로 변화시켜 상대방의 하반신을 후려쳐 갔다.
송도혈마는 모을 솟구쳐 좌측으로 피하는 동시에 재빨리 장검을 뽑아 발운견일의 초식으로
평촌일검의의 어깨 위 견정혈을 날카롭게 찔러 갔다.
그가 몸을 피하고 검을 뽑아 공격해 간 것은 눈 깜박할 사이에 불과했으니 과연 명가의 수법답게 비범하였다.
이때 통품검도 낭절곤을 우악스럽게 휘두르며 역벽화산의 초식으로 혈마의 머리를 노리고
내리쳐 갔다.
“음....”
가볍게 놀라며 송도혈마는 재빨리 검을 거두더니 야화소천의 초식을 전개하여 예리
한 검 끝으로 통풍검의 목줄기를 노리고 찔러 갔다.
목을 찔러 들어간 일초가 실패하자 황급히 몸을 돌리며 이번에는 발을 날려 발 뿌리로 번개
같이 평촌검의 허리 어림을 걷어차 올렸다.
통풍검은 병기를 막 뻗쳐내 일초를 공격해 갔을 때 칼끝이 어느새 자기의 목을 찔러 오는 것을 보자 소스라쳐 놀라며 목을 급히 옴츠리고 철판교의 신법을 발휘하여 뒤로 쓰러지는 듯한 형상으로 물러갔다.
그러나 뒤로 물러가 몸을 채 가누기도 전 다시 송도혈마의 발이 휙 하고 날아들었으니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다.
퍽! 소리와 함께 그대로 아랫배 단전혈에 격중 당하고 말았다.
어찌나 심하게 격중 당했는지 몸은 삼 장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몇 번 몸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바로 이때 송도혈마는 왼팔을 날리는 기세에 따라 오른발을 쳐들고 몸을 돌리며 선인지로의 일식을 전개하여 한칼로 평촌검의 가슴 밑 혈기혈을 노리고 찔러 갔다.
평촌검은 통품검이 쾌속무비한 상대의 일초에 격중 당해 혼절 해 버린 것을 보자 크게 당황했다.
바로 그 순간에 예리한 검이 다시 자기를 노리고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 것을 보자 가슴이 뜨끔하도록 놀랐다.
“얍!”
한마디 기합을 내지르며 황급히 일지검을 쳐들어 가슴 앞에 세우고 급한 대로 찔러 들어오는 검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다음 순간에 송도혈마의 검세가 갑자기 난강절두의 초식으로 변하여 그의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후려 돌리며 찔러 오는 것이 아닌가.
검세가 마치 번갯불같이 빨랐으니 세상에 없는 고수라도 도저히 피해낼 재간이 없으리라.
순간, 한 줄기 예리한 검광이 번쩍이는가 했는데 오른쪽 팔에 선혈을 흘리며 사오 장 밖으로 날아가 떨어 졌다.
“으윽! “
평촌검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땅바닥에 쓰러 졌다.
원래 정초문의 무공은 일반 고수들에 비해 비교적 강했다.
이번에 촌남삼웅과 합세하여 함께 삼원금천비급을 환수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관외에 이르러서 몇 번에 걸친 싸움에서 비급을 뺏기는 커녕 촌남삼웅과 정초 4대호법 중에 두 형제가 모두 송도혈마에게 당했던 것이다.
정초문의 4대 호법들은 먼저 당한 두 호법의 위해 복수하기 위해 처음서부터 날카로운 공세를 퍼부어 일격에 송도혈마를 제거해 버리려 했었다.
그러나 송도혈마는 독특한 공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비록 명문정파 출신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재간을 지니고 있고, 또한 수십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가며 열심히 무공을 수련했으므로 공력이 지극히 고강했다.
특히 그는 추혼십이교타 혈공과 특출한 야지 암기 쓰는 수법으로 강호에서 명성을 크게 떨친 인물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어려서부터 아무도 의지할 사람 없이 아주 외롭게 자라왔고, 자라 오는 동안 갖은 고난을 겪고 온갖 시달림을 받아 왔으므로 끝내는 성격이 괴팍하게 변했다.
그리하여 무슨 일을 하던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을 했고 또한 사람을 아작낼 때도 눈 한번 깜박하지 않는 독한 사람이 되었다.
허나 그는 악을 원수처럼 미워하는 의협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해서 그는 흑백양도의 친구들에게 감정을 사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 편으로 ----
첫댓글 정통무협으로 돌아왔네. 송도혈마의 활약이 대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