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하면 시골집 정경이 떠오른다. 생일이나 명절 때 아니면 고기 먹기 어려웠던 시절, 그나마 닭은 영양보충용으로 조금은 만만했던 것 같다.
여름철이면 엄마가 가끔 집에서 놓아 먹이던 닭을 잡아 닭죽을 끓여주곤 했다. 엄마는 마당 한켠에 있는 수돗가에서 흐르는 물에 닭똥집을 굵은 소금 좍좍 뿌려 싹싹 씻었었다. 똥집 속에 들어있던 물질들을 털어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으악’하고 기겁했던 기억이다.
지금 아이들은 닭을 어떻게 잡는지, 어떻게 손질해서 요리하는지 아예 궁금해하지도 않을터. 광주시 북구 본촌동에 있는 ‘해남장수촌닭’(주인 김준근)은 요즘 백숙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닭똥집과 닭발을 상에 내놓는다. 부엌에서는 하루종일 닭발 다지는 소리가 ‘탁탁탁’, 이집의 특징적인 소리다.
주요 메뉴가 ‘백숙 코스’이다. 먼저 닭똥집·닭발, 가슴살 육회가 나온다. 삶은 퍽퍽살 좋아하는 사람들은 울겠지만, 백숙에서 천대(?)받는 가슴살을 육회로 내놓는다. 쇠고기 육회보다 훨씬 보드랍다. ‘닭발에 쐬주 한 잔’ 생각나기 딱 좋다.
먹고 있노라면 닭 주물럭 등장, 고추장 양념된 닭고기가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는다. 이때 흰 와이셔츠 입으신 분들 조심하시라. 고춧가루 튈 염려있으니 미리 앞치마 두르는 것이 좋을 듯.
이약이약 나누면서 주물럭 먹다보면 어느덧 배가 불러오는 듯 한데 그때 백숙 접시가 나타난다. 아니 닭이 얼마나 크길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푸욱 잘 삶아진 닭고기에 젓가락질하는 손이 재다. 쫀득쫀득 보들보들한 맛이 좋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녹두죽, 죽그릇 크기도 심상치 않다. 아니 닭 한 마리 세 명이 먹기에도 양이 부족한듯 하더니, 이집은 어이된 일인지 네 명에게도 벅차다. △차림: 백숙 3만원 △주소: 북구 본촌동 769-7번지(담배인삼공사 지나 농협사거리) △전화: 572-8825 <글/광주드림 임정희 기자, 사진/함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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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임에서랑 몇번갔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어요.처음 지인소개로 갔다가 홀딱 반해 자주 들렀는데 올해는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