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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영감 마누라 식탁에 앉아 별다른 대화도 없이 간간이 TV화면에 시선을 섞어가며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휴대폰 벨소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여보세요?"
"어머님. 저예요."
며느리의 아침인사가 반가웠다.
"아침부터 웬일이니?"
어제, 오늘 무거동 궁거랑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봄나들이 가자는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라고 대답하기가 웬지 머쓱해져서 "애들 데리고 너희 부부끼리 다녀오지 그러니~"하고 한발 뒤로 물러 앉았지만 내심 같이 가자고 권하길 은근히 바랬다.
사실 한해 두해 나이가 들어가니 노부부의 일상이 외롭고 쓸쓸해져감을 느끼며 손자 손녀들의 재롱도 그립고 왁자지껄 대가족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그리워지더군요.
멀리도 아닌 울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위는 건설회사에 막중한 업무를 맡고 있고 딸은 고3, 중3 입시생을 둔 두 아들의 엄마로서 자식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고, 아들과 며느리는 초등생과 유치원에 다니는 두 공주의 아빠 엄마로서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전환된지 이미 오랜세월 정착했지만도~~~
웬지 자식들의 정이 갈수록 그리워지는 나이에 이르게 되었다.
그나마 댜행인 것은 자식들이 모두 울산에 살고 있기에 틈틈이 반찬이라도 만들어서 딸네집, 아들네집에 갖다 주는 것이 만남의 기쁨이요, 나눔의 정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의 생일을 달력에 표시해 놓고는 잊지 않고 꼭꼭 챙겨주곤 했다.
재차 어머님 같이 꽃구경 가자는 며느리의 말에 부랴부랴 먹을 것을 대충 챙겨가지고 손녀들에게 예쁜 우리 할머니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연지곤지 꽃단장까지 곁들이고 영감, 할매 집을 나섰다.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가자는 말이야 가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저희들을 데리고 사먹이며 하루 돈 쓰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경제력 능력없고 몸이라도 아프다면 자식들에게 짐만 될 것이고, 그때는 놀러가자고 불러주지도 않을 것 같은 훗날의 미래상이 눈 앞에 아른거려 지금이라도 불러줄 때 주저않고 나서는 것이 지금의 우리 노부부의 처지인 것 같아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만개한 벚꽃과 수많은 인파에 밀리고 밀리면서 먹걸이 장터에서 이것 저것 사달라는 손녀들의 구미를 맞춰가며 한바퀴 돌고 오는 길...
막내 손녀가 발이 아프다며 할머니 등에 업혀 가려는 간절한 바램을 저버릴 수가 없어서 안간힘으로 등에 업고 힘겹게 걸어 다녔다.
저녁때가 되서야 집에 오니 허리도 아프고 온 전신이 나른해져 침대에 큰대자로 누우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어쨌든 오늘 하루 봄놀이가 우리 손녀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는 기쁨으로 새내기 이종분 기자가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버시대의 우리 노인들이 문수복지관이라는 배움의 장터에서 늦으나마 남은 꿈을 키우고 즐길 수 있다는 기쁨과 환희에 찬 발걸음으로 내일도 어김없이 찬란한 아침해는 힘차게 솟아 오를 것입니다.
첫댓글 첫 스타트!!! ㅊㅋㅊ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