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우리말
삭-다에서 말했듯이, 웃인도유럽말의
*dhr-
또는 *tr-와 우리말 *s-와 이어질 수 있다는 대표적인 예가 우리말 속다라는 낱말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인도유럽계안에서는 *tr-에서 *s-로 달라진 경우만 옛페르샤말에서 보이며 *dhr-에서 *s-로 달라진 경우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다만 우리말과 아마도 한자소리 가운데 동이계의 뜻이 담긴 酉 yŏu
상고어 *dziog
(說文: 就也)
< (**diog
< **dγog
< )
**drog으로 실제 중세조선말 [t¥rk]과 비교를 통해서 미뤄 볼 수 있습니다.
酉가
12地支의 10번째를 뜻하는 것은 또한 그 상고음을 생각해볼 때,
고구려어에서 10을 뜻하는 德으로 썼던 소리값 및 웃인도유럽말의
*dék-m
‘10’과도 비교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동이계의 잔영으로 벌써 한자 酉가 이른
상고시대에 **drog에서 *diog으로 되면서 소리값이 같아져 假借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위와 같이 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다라 할 때,
우리말 속-다와 웃인도유럽말 *dhreugh-는 그 먼 옛날 *DreuG-/DeurG-(D:
울림잇소리의 총칭; G:
울림엄소리의 총칭)라는 공통의 말밑꼴로 되자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나온 인도유럽부치로는 베다말 druh-an
‘속이다, 홀리다’, 도이치말
(be-)trüg-en
‘속이다’ 등이 있습니다.
우리말 속-다와 웃인도유럽말 *dhreugh-
‘속이다, 홀리다’ 말고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어 보이는 말로는 먼저 한자 誘/到/慝/蚩/懗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속이다, 홀리다’의 뜻을
모두 갖고 있으며 상고음이 *D/T(i)og/k으로 보다 이른 시기의 **d/tγog/k
< **d/trog/k
및 **d/torg/k로 되짜여질 수 있습니다.
알타이어학에서는 우리말 속-다를 터키말 sök-el
‘나쁘다’, 몽골 할하말 sög-ö
‘힘없는’ 및 만주의 에벤키말인 sōk-to-
‘잘못하다’ 등과 이으려고 합니다만, 이들은
차라리 우리말 설익은 설다의 설-과 이어질
가능성(원래 오므린입술홀소리뒤 g/k의 r되기)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그 옛날 안타깝게도 우리와 우리의 이웃들은 뜻을 그림이나 상형문자로는 남겼지만, 그 소리값을 적어 남기지 못했기에 단지 그 흔적으로 미뤄볼 수밖에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