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구세의 첫 눈은 따뜻할 것이다
권애숙
11월이 되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찬바람이 분다. 올 해는 때 이른 추위로 초겨울을 며칠사이에 맛 보았다. 그래서인지 벌써 첫 눈(雪)이 기다려진다. 내 나이 이제 몇 달 후면 마흔이다. 삼십대의 마지막 첫 눈은 언제 올까?
연애시절 첫 눈이 오면 꼭 만나자던 그 사람과 지금 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미소가 떠오른다. 추워질수록 서로의 온기로 애틋하게 보듬어 주던 그 때 그 시절이었다. 그렇게 일곱 번의 첫 눈을 기다리고 사랑을 키워가며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의 선물인 승우가 태어났다. 승우가 세 살 되던 해, 바깥세상은 함박눈으로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이에게 하얀 세상, 하얀 눈을 보여주고 싶은게 엄마의 마음이다. 승우는 제 키보다 더 큰 아빠 눈사람, 엄마 눈사람, 승우 눈사람 그리고 아기 눈사람까지 만들었다. 추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서로를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그리고 퇴근해서 오는 남편이 볼 수 있게 우리 집 앞에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우리들의 작품을 보며 웃으면서 들어오겠지’하며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회사 일을 마친 남편이 집으로 왔다. “눈사람 잘 만들었네! ”말하자, 나는 “제일 큰 눈사람이 당신꺼예요. 승우가 만든거예요”하니, 남편은 기분이 좋은지 환한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녁을 먹었다. 보글보글 된장찌개가 추위로 움츠려든 몸을 풀어 주었다.
어른들 말씀이 ‘아이 키울 때는 세월은 더 빠르게 흐른다’는 말씀을 이제 실감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느덧 마흔이 코 앞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삶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렇지만 세상을 탓하기는 싫다. 치열한 경쟁시대, 각박한 사회현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시대,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또한 첫 눈을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남편과 우리 아이를 깊은 사랑으로 보듬고 싶다.
첫댓글 사십대로 들어 선다는 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요. 훌쩍 큰 아이들과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남편, 마음 속에서 뿌듯함도 있고 덧없는 세월에 씁쓸하기도 합니다. 권 샘,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글을 읽다보니 세상이 하얀눈으로 덮힌듯 환해지네요^^ 애숙샘~ 연애시절도 살짝 엿본듯 해요 (-^^-)아이~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