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로엠 사업부는 98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도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칫 사업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던 99년 말, 로엠 사업부 직원들은 2000년에 ‘생산성을 50% 올리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1년 후 이 다 짐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30%도 불가능하다던 사내 분 위기는 일순간에 달라졌다.
로엠 사업부는 어떻게 1년만에 그같은 성과를 거둬낼 수 있었을까. 비결은 간 단했다. 일단 전체 목표를 팀 목표로 나누고 이를 다시 개인 목표로 세분화했 다. 매달 주어진 목표와 결과를 비교하고, 목표에 미달했으면 뭐가 문제인가를 점검했다. 문제점을 찾아내면 해결할 수 있는 개선책 찾기에 골몰했다. 개선책 이 찾아지면 전 매장에 내용을 알려 공유했다. 이같은 과정을 1년 동안 되풀이 했다. 결과는 생산성(들인 비용 대비 벌어들인 돈의 비율) 50% 향상. 사업부 철수는 없던 일이 됐다. 이후 이 시스템은 이랜드 전 사업부로 확산됐다.
■IMF 위기때 힌트 얻어■
기업이 급성장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경영 능력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랜드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현금유동성 악화로 나 타났다. 박성수 회장은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선 혁신적인 무언가가 필요하 다”고 판단했다. 그 무언가로 점찍은 게 바로 ‘지식경영’이다.
문제 해결을 시도해보기도 전에 외환위기가 닥쳐왔다. 수많은 패션, 의류 기업 들이 줄줄이 도산해 나가던 때. 이랜드 역시 상당수 직원을 정리해야 했다. 구 조조정 광풍이 한풀 꺾인 98년 말부터 이랜드는 본격적으로 지식경영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이랜드시스템즈 부장이었던 장광규 전무(현 이랜드시스템 즈 대표 겸임)가 총괄 책임자가 됐다.
장 전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BSC(Balanced Score Card)와 KM S(Knowledge Man agement System) 구축. 매달의 매출, 순익 목표와 실제 성과 등 각종 수치를 모아 놓은 게 BSC. 그 과정에서 시도한 각종 지식과 노하우, 결과를 기록한 것 이 KMS다. BSC에 의해 개인 성과가 수치로 바로 나타난다.
각 개인 성과는 매달 철저하게 이뤄지는 평가회의에서 전 사업부 직원에게 공 개된다. 당연히 직원들은 자신의 수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수많은 시도들이 행해지고, 이 중 성공한 시도는 KMS에 기록된다. 이를 본 다른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해당 노하우를 적용시켜 비슷한 성공을 거둬내는 게 핵심. 어느 순간부터 이같은 선순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랜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전 직원들에게 이렇 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꾸준한 교육, 홍보를 계속했다. 앞장서서 시도해보려는 사업부를 적극 도와준 것은 물론. 이들 사업부 성공 사례는 각 부서들이 앞다퉈 서로 시 도해보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98년 90만원 수준이던 직원 1인당 부가가치는 현재 1000 만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2004년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1005억원에 당기순이익 200억원. 8개이던 계열사는 14개로 늘어났다. 소위 이랜드그룹이라 불리는 전 계열사 올해 매출 목표는 2조2000억원대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