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묘를 뫼신 우리집 선산에서 바라본
제가 태어난 마을의 전경입니다.
마을앞 넓은 물은 호수가 아니라 저수지인데..
임진강 지류에 축방을 쌓아 왠만한 호수 보다
더 넓은 저수지가 되었습니다.
낚시꾼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하여
연중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산책코스이기도 한
저수지 둘레 흙길입니다. 저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울적하여 위로가 필요할 땐 아버님 어머님 합장되어
계신 선산의 묘소를 찾아가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몇시간이든 저수지와 고향마을을 구비보며
앉아 있다가... 천천히 내려와 저 흙길을 걷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저수지를 에둘러 완전히 돌지 못하고..
드넓은 늪지에서 끊기는 바람에 왔던 길로
되돌아와야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거기에 저수지 둘레길이 생긴다는 소문은
하도 오래되어 다들 긴가민가 하던중
최근에 연내 착공으로 예산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이 거의 확정적으로 울려 퍼지면서
저수지 인근 땅때기들이 출렁대기 시작했습니다.
3년 전부터 사고 싶어 사방팔방 소문을 내고 다녀두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게지요.
다행히 저에겐 5년 전에 사두었던
땅때기가 하나가 있습니다.
나즈막한 산밑으로 잘 생긴 밭때기 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저 밭때기를 둘러싼
산자락이 우리집 선산이라는 사실이죠.^^
물론 제 명의가 아니라 형님 몫이지만...ㅡ.ㅡ
올해는 여기다 들깨를 심어서 가을걷이까지
마쳤습니다. 지난 5년전에 사기만 했지..
형님에게 맡겨두고 나 몰라라 할 때는
몰랐는데.. 난생처음 제 힘으로 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베어서 추수까지 끝냈더니
이제서야 저 땅의 온전한 주인이 된 것 같습니다.
2022년 11월 29일
이엔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