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현 옥
현대수필문인회 회장
벅차다.
'빨강다' , '노랗다'처럼 '초랗다'라는 말을 쓸 수 있다면 지금쯤 써보고 싶다.
19집이 나온다는 사실이 벅차다. 연일 벚꽃이 휘날린다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과 함께 전국의 길거리와 산책길마다 벚꽃이 흐벅지게 흩어졌던 봄에 전국에서 활동하는 문인회의 글을 모았다. 마음에 물들도록 진한 초록을 맞이하여 책을 내니 벅차다.
꽉 찬 초록처럼 숨이 차오른 19에도 매력을 느낀다. 그 안에는 불규칙하고 거친 숨들이 쉼 없이 연료가 되어 왔고 정진의 숨찬 기운이 뻗치고 있어서다. 힘차게 내딛어 오르는 19다.
헉헉거리며, 글을 쓰고 .. 그리고 왜 모이는가.
어깨가 굳으면 고통스럽다. 고통을 느낀 대가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기에 굳어진 곳을 더 아프게 움직여 풀리게 하는 것일 게다.
우리의 숨도 어디에 가 닿지 않고는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아프고 답답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딘가에 닿아보고 부딪쳐 보고 싶은 거다. 바람이 나무에 가서, 이파리에 가서, 부딪쳐 보고 살아나는 것처럼. 어떤가.., 알기 위해서다. 얼마만한 피멍이 드는지 통증이 또 다시 나를 어떻게 하는지, 상쾌해지는지, 후련해지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우리는 글에게로 가서 부딪쳐 보는 것이다.
숨어서 파고든 생각을 공개해서 나누어보고 토닥거려 보고 미진한 생각에 얹혀 진 부끄러움마저 잘 마르게 하고픈 것이다.
현대수필문인회란 동인으로 모여 숨이 채취한 언어를 글에 닿게 하고 종이로 만져지게 하면 그쯤에서 다소 사소한 흔적 하나 남은 것처럼 마음은 깊고 편안해 진다. 서로를 읽고 미소 지을 수 있게 하는 게 글이다. 그래서 19집으로 모이는 있는 것이다.
이번 19집은 남과 여 이야기와 내 방안의 사소한 사물과의 대화, 실수 이야기 세 가지로 특집을 묶어 보았고 자유로운 주제를 모은 자유수필로 꾸며 보았다.
99명의 글은 어느 곳 어느 시간 어느 사람과 만날지 모르지만 흐름을 타고 떠내려갈 것이다. 부딪치며 강물의 표면과 강물속의 힘을 드러내는 뗏목처럼 마음에서 마음으로 흘러 물살을 타고 갈 것이다. 새로운 물살도 만들어 가며.
현대수필문인회 회원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변함없이 큰 나무로 서 있어 바람을 느끼게 해주시는 윤재쳔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책을 펴낸 문학관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2013년 여름 19집을 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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