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 옛말로 읊어진 일본의 과거
작가는 「삼국유사」의 ‘지증왕’ 기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학생 시절 ‘자유교양반’ 활동을 하며 읽었던 「삼국유사」 속 ‘지증왕’이 왕비를 구하는 내용은 친구들과 킥킥거리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기억이 있다.
작가는 ‘지증왕’ 이야기 중 <‘모량부’ 상공의 딸 ‘동노수’>라는 표현은 우리 조상들의 해학적인 표현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얼핏 ‘모량부’는 동네 이름으로, ‘동노수’는 나무 이름처럼 지나쳐버리기 쉽지만 ‘모량부’는 ‘마려워’의 옛말 ‘마루브’를 암시하는 것이며, ‘동노수’는 ‘똥 누었소’의 옛말 ‘동노수’를 상징했으니 ‘마려워 똥 누었소’라는 말을 이중적으로 암시한 말마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제 우리 옛말 ‘마루브’와 발음이 비슷한 일본 고대어 ‘まる(마루)’는 ‘대/소변을 눈다’는 뜻이라고 덧붙인다.
이처럼 ‘고대인들은 지적 유희를 즐기는 뛰어난 유머 감각이 있어 점잖게 썼지만, 그 속엔 숨겨둔 농담, 음담, 그리고 비판이 있었는데 ’만엽집‘이 바로 이런 수법으로 쓰였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만엽집」은 8세기 후반에 마련된 필사본으로, 이것을 오늘날과 같은 일본말로 해독하기 시작한 것이 10세기 이후의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애당초 우리 옛말로 읊어진 것을 10세기 이후의 일본말로 풀자니 풀릴 리도 없고 해괴한 해석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그나마 정 풀리지 않은 대목은 뜻이 소멸됐거나 뜻이 없는 후렴구라 굳이 해독하지 않아도 된다고 포기해놓지만, 우리말로 읽으면 뜻이 분명하고 생기발랄한 노래로 되살아나니, 마치 요술을 보듯 신기하고 가슴설레도록 신명도 난다’며 그 첫 이야기를 시작했다.
30년 전 쯤에
신문의 뒷면은 ‘독자가 만드는 조선일보’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의 투고를 싣고 있다. ′93년 5월 30일이면 14대 대통령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직후의 시기이다. 투고 내용 중 눈에 띄는 제목이다.
- 부동산 공영제도 더 유보해서는 안 돼
<부동산중개공사>를 설립하여 부동산중개업을 공영화하자는 충남 천안 시민의 주장
- 문제점 많은 내신 반영 비율 낮춰야
내신을 위해 검정고시 택하는 학생과 이과 대신 문과를 택한다는 현실을 개탄하는 부산 시민의 주장
- 국제선 한국 승객 추태에 얼굴 화끈
프랑스 국적 항공기를 타고 김포 공항으로 귀국하는 기내에서, 탑승객의 95%인 한국인이, 비행시간 13시간 동안 보이는 추태를 고발하는 투고 내용으로, 맨발로 통로를 돌아다니는 50대 후반 사람들, 의자를 맞대고 카드놀이를 해 다른 승객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30~40대 중년들, 술에 취해 의자에 걸터앉아 떠드는 사람들, 함부로 갤리에 들어가 음료수와 빵을 빼먹는 사람들, 김포 공항 착륙 후 이동 중임에도 일어나 짐 챙기는 아주머니들, 좌석 밑에 그득한 쓰레기 등을 보고 한탄하는, 보름간 7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분의 개탄
- 12·12 사법 처리 마땅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검찰에 대한 비평
이 글은 1993년 5월 30일부터 조선일보 일요판에 연재된 기획물 ‘노래하는 역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더불어 스크랩한 신문의 뒷면에 실린 30년 전의 사회 실상을 추억하는 내용을 덧대었다.
작가 李寧熙(1931-2021) 선생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화작가,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만엽집(萬葉集·まんようしゅう /만요슈)
8세기 나라 시대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20권 4,516수).
5세기부터 8세기까지의 시가이지만 대부분 7세기 초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지어짐.
당시 일본에는 문자가 없어 우리의 향찰(이두 문자)와 비슷하게 일본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
그러나 문자에 대한 해석이 완전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현재도 정확한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만요슈의 많은 노래는 중국, 한반도(특히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