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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린더 효과(calendar effect)
- 2003 한국경제TV ‘이수 선생의 동양학으로 보는 증시예단’-
오늘 이 자리에서 내가 할 강연의 주제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History repeats itself.”, “The numbers don't lie.” 역사는 반복된다. 그것에는 일정한 주기가 존재한다. 주기는 수(數)로 표시한다. 까닭에 달력만 잘 살피면 우리는 미래의 상황을 예측해낼 수 있다. 이 책은 달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의 일환부터 제시한다. 보통 ‘캘린더 효과(calendar effect)’란 미국 증시가 해마다 시기별로 일정한 궤도를 따라 도는 시장의 흐름을 보인데 유래한 것으로, 기본적인 투자 상식에 속한다. 이를테면 먼저 1월에는 보통 주가가 상승한다는 ‘1월 효과’로 연말에는 주가가 다소 주춤하지만 1월에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오면서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연초에 재미를 본 투자자들은 그 다음으로 6, 7월경에 나타나는 ‘서머랠리(summer rally)’를 기대하고, 연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증시가 상승한다는 ‘산타랠리(santa rally)'를 기대하기도 한다. 보통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세금이나 심리 등 납득할만한 요인으로 현상을 설명하는 게 주류의 견해다. 그러나 지금부터 말하는 캘린더 효과란 인간의 사유로는 쉽게 미칠 수 없는, 마치 이 세상천지가 무작위적이라는 배경 하에 예측의 논리가 되는 수(數)의 패턴과 이를 실제 활용하는 방식과 효용을 의미한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익숙해져야 할 재료는 십이지(十二支)다. 십이지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아랫부분을 이루는 12개의 지지(地支)를 말하는데,
의 열두 글자로 일단은 자연의 법칙을 푸는 기호로 이해하면 무방하다. 子부터 亥까지 12개의 글자가 모두 나열되면 다시 子부터 시작되는 십이진법의 순환주기와 같다고 인식하면 된다. 동양의 예측 논리는 수(數)에 담겨져 있고, 예측의 토대는 ‘수의 반복’에 있다. 흔히 우리는 미래의 일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미래사의 예측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가령 춘하(春夏)절에는 따뜻하고 덥지만, 추동(秋冬)절에는 시원하고 추워짐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기후의 변화를 달력의 매월 숫자로 구분해보면 더 정확하게 짐작해나갈 수 있다. 즉 시간의 경과를 12달로 반복시켜 두었기 때문에 1월과 6월, 3월과 9월의 차이를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 이 같은 1년 중의 기후 변화와는 달리, 보통 내년과 내후년 그리고 10년 후의 일은 종잡을 수 없다. 또 당장 내일과 몇 시간 후의 상황은 갈피를 잡을 수 없으므로 사람 일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단 말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러므로 예측이 가능하고, 불가능한 영역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예측이 통하는 범위는 과연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철저히 예측술가들의 테크닉 정도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만일 누군가가 어느 만큼의 예측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단지 그 정도의 실력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아무튼 보통 일반인들이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계절의 변화는 1월부터 12월까지 매년마다 십이진법의 반복되는 수식체계에 연유함을 알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아라비아숫자를 쓰지 않고, 위의 십이진법으로 매 절기(節氣)를 구분했다. 이를테면 봄소식을 알리는 입춘(立春)일부터 자월(子月)이 시작되고, 여름의 입하(立夏)는 사월(巳月), 가을의 입추(立秋)는 신월(申月), 겨울의 입동(立冬)은 해월(亥月)과 같은 식으로 12절기를 나눴다.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입추(立秋)일이 되면 더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입동(立冬)절에 임하면 어김없이 추위를 체감하게 된다. 이렇게 ‘12’라는 숫자는 변화의 패턴을 읽어내는 몹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일상에서 숫자로 정해지는 ‘연월일시’ 중, ‘월’과 ‘시’을 제외한 년(年)과 일(日)은 동일한 순환주기로 반복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통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이 되기 십상이다. 가령 아라비아숫자로 표기되는 매년의 상황은 무한대로 증가하는 숫자 체계로 올해 2005년을 기점으로 과거 1993년과 향후 2017년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매 12년마다 같은 ‘띠’를 붙여, 공통점을 부여하는 관습이 남아있으므로 민속으로 보자면 다 같이 ‘닭띠 해’라는 동류의 차별성을 갖는다.
12라는 숫자 이외에도 예측과 관련한 수의 주기로는 ‘10’과 ‘60’을 중시한다. 숫자는 한 문명 또는 어느 한 명의 천재에 의해 고안된 발명의 소산이 아니라, 기원전 이집트, 바빌로니아, 인도, 아라비아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기호를 나열해 수를 표시했던 이집트의 숫자나 바빌로니아의 ‘육십진법’, 로마 숫자 등은 모두 고대 숫자의 형태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십진법의 수식체계는 인도에서 시작,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 같은 ‘십진법’이나 ‘십이진법’, ‘육십진법’ 모두가 간지(干支)의 체계로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지켜 내려와, 생활 속에서 습관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점이다.
이상의 글자는 10개의 천간(天干)으로 십간(十干)이라고 하는데, 십이지(十二支)와 마찬가지로 계속 반복되는 십진법의 순환주기로 이루어진다. 서구의 경제학자들은 거시 경제 지표의 예측이나 특정 상품의 마케팅전략수립을 위한 연구로 과거 10년 단위의 역사적 규칙성을 점검하는 기법을 즐겨 구사한다. 가령 프랑스의 경제학자 ‘주글라Juglar’는 1862년에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고용, 소득, 생산량이 대폭적인 파상운동을 하고 그 파동의 모든 단계는 그 전단계로부터 차례로 발생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은 종래의 경제학자들이 공황만을 문제로 삼았던 데 비해, 공황은 순환의 한 국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즉 공황은 단독의 국면이 아니라, 호황에서 정리(청산)로의 전환기이고 이 세 국면이 반복적으로 순환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이로써 그는 은행대출액, 금리, 물가에서 파상운동을 검출하여 9년 내지 10년을 중심으로 하는 주기를 가진 파동을 명확히 설정한 바 있다.
이러한 틀에서 귀납적으로 접근해보면 세계경제의 대강 순환이 대체로 10년마다 호황과 불황의 주기적인 국면으로 변동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주글라파동’, 내지 ‘주순환(major cycles)’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파동 논리에 근거하면 미국 경기는 매 10년 마다 끝자리에 3이 기록되는 해에 최악의 실업률을 겪고, 이후 5년간은 실업률이 줄어드는 경기 호전국면을 반복해서 시현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1993년의 경우에 그러했듯이 2003년에도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게 되었는데, 이후 1998년까지 경기가 성장세를 보였듯이 2008년까지는 미국경제의 상승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파동적 관점을 견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까닭에 일종의 공명(共鳴)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는, 미국 증시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우리 증시의 경우에도 2003년에 주식을 사서 2008년까지 보유한 뒤에 파는 식의 거친 투자 전략만으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실제로 지난 우리 증시를 살펴보면, 1962년에 출발한 종합주가지수가 ‘1963년에서 1968년’, ‘1973년에서 1978년’, ‘1983년에서 1988년’에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냄으로써 세계경기의 성장 사이클과 일치되면서 투자자들에게는 몇 차례의 절호의 기회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렇게 끝자리 4년부터 8년, 9년부터 3년과 같은 식으로 과거의 역사적 규칙성을 발견하지만, 대체 그것이 어디서 연유하는 지는 잘 모른다. 서구의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변동이 주로 기업의 설비투자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근거 요소가 발생하는 시점의 주기성에 대한 답은 명확치 못하다.
이러한 현상을 보다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동양의 숫자 패턴에는 존재한다. 미국 경기의 분기가 되는 끝자리 3년과 8년은 계년(癸年)과 무년(戊年)으로 이 글자들이 함유하는 오행(五行)의 속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서구인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규칙성에 의해 일단 끝자리 3과 8을 주목하라고 할 테지만 동양인들은 계수(癸水)와 무토(戊土)의 기운(用)이 미국 증시(體)에 작용하는 바를 연역해서 설명해 낼 수 있다.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에 연동되지만, 그것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왜냐하면 미국 증시와 체(體)가 다르므로 매년 운의 용(用)이 똑같은 작용을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1993년에서 1998년’에 미국 증시는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우리 증시는 폭락했다. 또 매년의 무(戊)년 상황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1968년은 무신년이고 1978년은 무오년이며, 1988년은 무진년이고 1998년은 무인년인데 각각의 상이 다르다. 다우지수는 1968년 11월부터 1970년 5월까지 대폭락했는데 앞에 열거한 매 해의 간지에서 이러한 패턴과 유사한 한 해를 고르라면 응당 1988년 무진년을 주목할 수 있다. 지지는 삼합국(三合局)을 같은 오행 군으로 엮어 일단의 체(體)로 삼으면 된다. 예컨대 앞으로 다가올 2008년 무자년의 주가 동향을 예측하려면 1968년이나 1988년의 상황을 거울삼아 판단하면 유효한 결과를 보기 쉽다는 얘기다.
결론을 말하겠다. 주식은 지금 사야 한다. 계(癸)년에 사서 5년 뒤인 무(戊)년에 팔아라. 그러면 재미를 볼 것이다. 2008년 무자년의 상황이 묘할 것 같다. 1988년 무진년에 미국의 저축대부은행 1,560개가 무더기로 도산한 적이 있다. 1998년 롱텀캐피털 사태는 금융시장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따라서 2008년 한 해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매년의 끝자리가 아라비아 숫자로 ‘8’로 끝나는 해가 무(戊)년인데 1998년, 1988년, 1978년, 1968년 미국 금융시장은 예외 없이 위기국면을 맞았다.
십이진법과 십진법을 보완하는 수식체계는 육십진법이다.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각각 음양(陰陽)별로 짝을 지으면 아래의 육십갑자(六十甲子)가 성립된다.
甲子 乙丑 丙寅 丁卯 戊辰 己巳 庚午 辛未 壬申 癸酉 甲戌 乙亥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 갑술 을해
丙子 丁丑 戊寅 己卯 庚辰 辛巳 壬午 癸未 甲申 乙酉 丙戌 丁亥
병자 정축 무인 기묘 경진 신사 임오 계미 갑신 을유 병술 정해
戊子 己丑 庚寅 辛卯 壬辰 癸巳 甲午 乙未 丙申 丁酉 戊戌 己亥
무자 기축 경인 신묘 임진 계사 갑오 을미 병신 정유 무술 기해
庚子 辛丑 壬寅 癸卯 甲辰 乙巳 丙午 丁未 戊申 己酉 庚戌 辛亥
경자 신축 임인 계묘 갑진 을사 병오 정미 무신 기유 경술 신해
壬子 癸丑 甲寅 乙卯 丙辰 丁巳 戊午 己未 庚申 辛酉 壬戌 癸亥
임자 계축 갑인 을묘 병진 정사 무오 기미 경신 신유 임술 계해
이상의 육십갑자는 십간십이지와 마찬가지로 계속 반복되는 순환주기를 보이므로, 맨 처음인 甲子는 61번째가 되면 다시 甲子로 나타난다. 이렇게 다시 나오는 것을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이라고 부르는데, 회갑(回甲)의 회(回)나 환갑(還甲)의 환(還)은 돌아온다는 뜻으로 출생한 해의 간지와 똑같은 간지를 가진 해가 돌아왔다는 뜻이다. 서구 세계는 10이나 100의 숫자 반복을 중시하여 이를 세기(century,100년)로 구분해서 100년의 주기를 맞이할 때마다 대단한 기념식을 갖지만, 동양은 60년(육십갑자:the sexagenary cycle)의 순환 개념을 특별히 여겼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예지력이 뛰어한 민족’으로 회자되어 왔는데, 이것은 생활 속에 육십갑자라는 10과 12의 최소공배수 개념을 일상에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선학들은 육십갑자라는 툴을 연월일시에 공히 다 적용해 써왔기 때문에 비단 자연의 변화뿐 아니라, 인생사 전반의 정교한 예측 논리를 구축했다. 연월일시 네 기둥을 사주(四柱)라 하는데 각각의 자리에 간지(干支)를 배속시키면 여덟 글자의 팔자(八字)가 되고, 이로써 명운(命運)의 예측과 이치를 헤아리는 이론 체계를 심화시켜 왔던 것이다. 육십진법의 순환주기는 미래사의 추이를 예견하는 매우 간편한 도구로 활용된다.
이를테면 대원군에게 쫓겨 피신했던 명성황후가 재집권한 임오군란(壬午軍亂)의 사건을 돌이켜보아 2002년 임오(壬午)년의 집권당 정권 재창출을 수월하게 예측해 볼 수 있었다. 또 과거 갑신정변(甲申政變)에 근거해서 2004년 갑신(甲申)년에 일어난 헌정 초유의 탄핵 사태를 짐짓 예견해 보는 일이 결코 우연발생적인 상황만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역사적 주기성이나 사이클은 시공을 초월하여 공통적 현상이 나타나므로 가령 향후 경인(庚寅)년의 기상도 또한 과거 경인년의 제반 트렌드를 읽어내면 거시적인 예측 작업이 가능케 된다는 얘기다. 또 60년 전 1950년 경인년의 한국동란을 떠올려보라. 2010년의 국가적 환난이 예견되는 때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