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정기산행때 참석했던 회원님들간에 봄 정기산행때 가보고 싶은 산으로 '가야산'을 가자는 의견들이 많아 '좋은산 추천'에 함 올려봅니다..
우리 산노을 산악회에서 그간 서태안 주변지역의 가깝고도 산수가 수려한 명산이란 명산은 거의다(?) 올라봤지만..^^ 정작 서해지방의 명산으로 꼽힌다는 가야산은 오르지 못했슴니다..
이번기회에 함 정복해보는 것이 어떠할찌...^^
가야산
높 이 : 678m
위 치 : 충남 예산군 덕산면-서산시 해미면
코 스:
상가리-남연군묘-계곡-안부-석문봉-서릉-북릉-안부-용현계곡
서해지방의 명산 가야산. 천안-아산-예산-합덕에서 덕산으로 온다음 오른쪽 읍내의 조그마한 장터를 지나 덕산초등학교앞에서 좌회전하여 동네를 빠져 나온 뒤 옥계리에 다가가면 높고 해맑은 산의 기운이 옥계저수지 너머로부터 번져온다.
옥계저수지 푸르고 맑은 물에는 줄잡아 수만마리는 될 듯 싶은 철새들의 무리가 마치 완만한 소용돌이를 타는듯 수없이 많은 큰 원들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는데 이곳을 자연의 천국이라 할만 하다.
가야산 주위에는 저수지가 많다. 그만큼 가야산은 주위의 넓은 들에 물을 대주는 젖줄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2월 이맘때 같으면 갈수기인데 가야산 주위의 저수지는 모두 푸른 물이 그득그득 괴어 있었다. 골짜기로 들어서는 순간 리드미컬하게 생긴 가야연봉이 보통 산이 아니라는 강한 느낌이 온다. 적당하다고 할만큼 떨어져 솟아 있는 3개의 봉우리. 가야산 정상에는 사실 중계탑이 서있어서 볼품 없이 되어버렸지만 석문봉과 옥양봉이 있기에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적당하다고 할만큼 떨어져 있다는 것은 봉우리들이 마치 새처럼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이 보일 정도만큼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야연봉은 학이 나래를 펼치고 창공을 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준다. 북서풍에 디리밀리는 눈구름이 풀풀 나는 하늘일때는 더욱 그러하다.남연군묘에 접근하는 동안 산능선은 살아서 움직이는듯하였다.
사진 : 협곡의 와폭-물이 적다 사진 : 남연군묘. 묘의 직후방 봉우리는 옥양봉
남연군묘는 뒤에 병풍치듯 가야산 연릉이 적당히 떨어져 둘러싸고 묘자체는 물위에 떠있는 배처럼 주위의 바닥으로부터 쑥 올라와 있다. 배는 멀리 세상이 열리듯 S자를 그리며 열리고 있는 계곡과 길을 따라 시선이 머무는 마지막 포인트는 아련히 보이는 예당평야를 향하여 바야흐로 움직임을 시동하고 있는 듯 보인다. 풍수가들이 최고의 길지라고 하는 남연군묘는 직접적으로는 석문봉에서 뻗어내린 능선위에 있다. 그러나 이 묘의 정후방에 솟아 있는 산은 옥양봉이다. 옥양봉은 가야산의 세봉우리중 가장 낮은 산인데도 이곳에서 보면 마치 주봉처럼 보인다. 남연군묘를 지나 묘 뒤쪽 산죽 높게 자란 숲을 지나면 밤나무밭이 나오고 그 뒤는 일견엔 능선이 끊어진 것처럼 보이는 곳이지만 엄연히 능선은 이어지고 있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남연군묘가 길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모방하듯 다투어 묘를 쓴 언덕이 나오고 송림이 짙어지다가 능선을 내려간다. 길은 두 가닥으로 나뉘고 오른쪽 길을 따라 한적한 숲속길을 가면 개울이 나오고 송림속에 의자 두 개가 숲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개울을 넘으면 큰 등산로다. 산 아래에서 남연군묘와 분기되던 오른쪽 큰길에서 올라온 등산로다.
골짜기를 올라가는 코스는 대체로 소박하여 특별한 데가 없다. 비좁은 골짜기안으로 호젓한 산길이 이어지는데 안내표지판에 자주 나타나는 옥양폭포라는 것은 바위협곡사이로 흐르는 작은 와폭이고 계곡은 좁아졌다가 넓어졌다가 할 뿐이며 숲은 계곡형 활엽수들로 들어차 있다. 2월의 가야산은 황량하기는 하지만 이따금 구름사이로 하얀 햇빛이 계곡 바닥을 비추면 봄은 그렇게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나목의 가지들이 오후의 양광을 스포트라이트로 받고 반짝이는 사이로 몇 조각 구름에서 떨어지는 설편들이 나붓기기 시작한다. 이 지역은 지형적으로 눈이 자주 오는 지역에 속한다. 북서계절풍이 강한 오늘도 어쩌면 눈이 올지도 모른다.
가야산 골짜기는 노년기 바위산의 전형적인 모습대로 쇄석이 많다. 밑에서 보기엔 옥양봉 근처에만 암릉과 단애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계곡은 온통 돌투성이다. 이 돌을 그냥 두지않고 돌계단을 만들어놓은 것이 산행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일정하게 무릎을 굴신해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경사지에서는 떼는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의 길이가 자유로워야 하고 무릎의 굴신이 일정하지 않아야 원만한 워킹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계곡 중간에 암자가 있었던 자리가 나온다. 규모가 꽤 큰 돌탑이 서있는데 꼭대기에는 돌을 깎아 얹은 작은 5층(?)석탑이 마무리 장식되어 있다. 남연군묘가 들어서면서 없어진 암자일지도 모른다. 그때 가야사를 태워 없애면서 묘 뒤쪽의 절집들을 그냥 두었을리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급경사를 올라가면 능선 바로 아래에 샘이 있다. 정상에서 불과 50여미터 밖에 안될 듯한데 샘이 있다는 건 조금 놀랍다. 능선에 올라서니 이정표가 보인다. 석문봉은 오른쪽에 있을 듯한데 이외로 왼쪽에 있다. 남연군묘에서 직후방에 보이던 봉우리가 막연히 석문봉일 것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능선엔 강풍이 불어 가만히 서 있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은 시원시원해서 가야산을 명산의 반열에 들게하기에 별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높이가 비슷비슷(가야산은 678, 석문봉은 653, 옥양봉은 621미터)한 산봉우리 3개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것이 리드미컬한 감을 주는 것도 능선을 따라 한없이 걸어가고픈 마음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우선 정상에서 석문봉으로 이어졌다가 옥양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은 보기에 꽤 길고 굴곡이 많아 능선타는 맛을 느끼기에 적당할 듯하다. 능선 곳곳에 돌출해 있는 바위는 능선산행의 묘미를 추가해 줄 것이다. 능선의 조망은 서해쪽은 서산과 태안, 약간 남쪽으로 천수만 그리고 서해가 보이고 내륙쪽은 넓은 예당평야다. 그러니 시원하기 그지 없는 조망이 가야산 능선의 매력이다. 석문봉에서 가야산쪽을 바라보면 석문봉암릉과 정상 사이에 정상옆 봉우리인 원효봉이 돌올하게 치솟아있어 산봉우리와 능선으로 된 그림의 꼴이 제대로 잡혔다. 석문봉의 서쪽은 단애를 이루고 있어서 해미면 수원골로 빠지는 계곡이 발아래 아슬한 고도감을 주며 펼쳐진다. 높이 600미터급의 산으로는 놀라운 고도감이다. 그것은 내륙의 산과는 달리 바다가 가까운 곳이라 해발높이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야산 정상은 민간인 출입금지지역이라 남연군묘 왼쪽 계곡 위쪽 동네뒤로 올라가 중간안부에 이른 다음 중간안부쯤에서 시작, 석문봉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개의 산행은 남연군묘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석문봉에 가까운 안부에서 석문봉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시작되거나 마무리된다. 석문봉에서 옥양봉으로 가는 능선은 안부로 푹 꺼졌다가 바위가 많은 옥양봉으로 올라가게 되어있다. 이들 봉우리들은 산에서 느끼는 거리감이 항상 그렇듯이 상당히 먼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1시간미만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석문봉은 가야산 봉우리가운데서 가장 바위가 많은 봉우리다. 가야산 쪽으로 암릉을 이루고 서남쪽은 단애를 형성하였다. 석문봉의 서해쪽 조망은 순식간에 나빠지고 있었다. 매섭게 몰아치는 북서풍이 바다를 훑어오면서 눈구름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바람이 매서울수록 구름은 짙어진다. 드디어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금년 겨울들어 산행중 눈을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눈구름은 가야산을 중심으로 강설현상이 활발하다. 서해에서 장애없이 불어온 바람이 최초로 장애물을 만나는 곳이 가야산 능선이다. 지형적인 특성으로 눈이 오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구름이 실타래처럼 해실해실 풀려 구름 밑부분이 부옇게 윤곽이 흐려지면 조금 있다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금방 골짜기가 희미해질 정도로 많은 눈이 강풍을 따라 밀려오고 밀려간다. 해미읍성 동쪽 능선을 타고 비스듬한 기울기를 보이며 때로는 송림, 때로는 단애를 따라 석문봉쪽으로 밀려오는 눈발을 보면 그 상승감이 몸으로 전도되어 오는듯 자릿자릿하다. 가야산의 모든 지능선이 눈발에 묻혀 희미해지면서도 능선의 모양은 뚜렷해지고 눈발속에 그것들이 중첩돼 보이는 모양은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감기기운이 있는데도 그 모진 강풍속에서 폭류를 탄듯 휘몰려오는 눈발이 석문봉을 향하여 날려와 유탄처럼 빨리 고개를 넘는 것을 보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스마이드란 사람이 말한 것으로 기억되는 것은 날씨가 그날의 산의 경관을 결정하는 주요인이라고 한 말이다.
석문봉에서의 하산코스는 서릉을 타다가 북릉으로 방향을 잡은 뒤 안부로 내려가면 용현계곡으로 가는 길과 일락산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에 서게 되는데 용현계곡으로 내려서서 개울을 따라 1시간10분쯤 가면 용현계곡 관리사무소가 나온다. 관리사무소에서 부터는 넓은 찻길이 닦여져 있다. 이 길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가면 보원사지가 나온다. 보원사지는 옛날에 큰 절이 있었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보원사지 5층석탑과 부도비, 부도, 석조등이 남아있다. 이곳에서 운산행 버스(하루 5회출발)를 탈 수 있다. 운산에 가면 서산, 홍성, 예산등 모든 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보원사에서 2킬로미터쯤 떨어진 계곡 하류 협곡거너 산비탈에는 백제의 미소로 너무나 잘 알려진 마애삼존불상이 있다.
또 하나의 하산 코스는 남연군 묘의 직후방에 솟은 옥양봉으로 가서 남동쪽 능선을 따라 남연군묘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다. 이 코스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석문봉에서 상기한 용현계곡 갈림길까지 내려갔다가 용현계곡으로 가지 않고 일락산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일락산에서는 개심사로 내려가거나 일락사로 내려갈 수 있다.
상가리의 남연군 묘는 주위의 지능선들이 몰려드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이 지능선마다 묘지가 자리잡고 있다. 남연군묘가 길지라는 생각은 이 동네 산언저리를 공동묘지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많은 묘소가 들어서 있어서 이미 주위 일대의 산릉은 묘지가 눈에 띄게 많다. 두 사람의 천자를 배출한 길지라지만 그로 인해 나라가 없어진내력은 어느 풍수가에게 물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때문에 이 아름다운 산의 능선이 묘지로 뒤덮인다면 그것은 정말 한심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남연군묘에 다시 서서 주위를 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통편 : 예산-수덕사:시내버스 덕산에서 하차. (1일 20회운행)
운산-용현계곡(보원사지):1일 5회운행(9.30, 11.40분, 2.20분,430분, 7시)
문화재와 볼거리:
서산마애삼존불, 보원사지, 보원사지 5층석탑, 개심사(대웅전), 용봉산마애석불, 용봉산 자연휴양림
출 처 : 한국의 산 - http://ko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