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개는 집 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호신 등은 물론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을 물리쳐 집안의 행복을 지켜 준다고 믿었다. 개의 털색에 따라 그 의미도 달라, 흰 개는 벽사 능력이 뛰어나고, 누런 개는 다산을 상징했다. 농가에서 주로 누렁이를 기르는 것은 누런색이 풍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개에게도 등급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개 고르는 법에 따르면 최고는 뒷다리만 희거나, 귀와 머리 쪽이 누렇거나, 꼬리만 휜 검둥이다. <<잡오행서>>라는 책에는, 호랑이 무늬가 있느 휜둥이는 만석 이상의 가치가 있는데 이는 수명과 복을 늘려 주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 나라 토종개로는 삽살개, 진돗개, 풍산개 등을 들 수 있는데, 충성심이 강해 주인을 잘 따를 뿐만 아니라 적을 만나면 상당히 용맹스럽다는 점이 공통된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어는것이 가장 '토종'이냐에 대해서는 학자들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오랜 내력을 지닌 것이 삽살개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삽살개는 예로부터 '귀신을 쫓는 영물'로 알려져 있다. 한자로 흔히 '삽살(揷煞)'이라 쓰기도 했는데, 이 '삽(揷)'자엔 '꽂는다'는 뜻이 있고, '살(煞)'은 '사람을 해치는 살기'를 말한다. 그러므로 '살을 꽂는 개, '살기를 찔러 쫓는 개'가 삽살이인 것이다.
삽살이 중엔 청삽살이와 황삽살이의 두 종류가 있다. 검정과 잿빛 털이 섞여 검푸른빛을 뿜는 것이 청삽살이요. 눈부신 황금색과 흑백의 털발이 곱게 섞인 것이 황삽살이다. 조선조 때 민화로 그려진 삽살개는 대부분 청삽살이다.
조선조의 개 그림에는 반드시 나무가 같이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다. '나무 수(樹)'자와 '지킬 수(守)'자는 음이 같다. 게다가 '개 술(戌)'자의 '술'도 '수'와 소리가 비슷하다. 따라서 '개가 나무 밑에 누워 있는 그림'은 한가로운개의 풍경을 담은 것이 아니라 '액막이'를 목적으로 '지킴[守]'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독일 동물학자 아프레트는 개가 각기 그 나라 국민성을 닮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 토종개인 불도그는 착실하고 집요한 영국 사람을 닮고, 독일 개인 셰퍼드는 사납고 이지적인 독일 사람을, 프랑스의 푸들은 유쾌하고 낙천적인 프랑스 사람을, 중국 토종개인 차우는 둔중하고 꿍꿍이속인 중국 사람을 닮았다고 한다. 알프레트의 의견을 빌리면 우리 나라 토종개인 삽살개는 순종적이면서도 성질나면 앞뒤 안 가리는 한국 사람을 닮았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