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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무박종주를 꿈꾸며
일시 : 05년 9월 11일 01:00-19:36
날씨 : 구름속에서 안개비
코스 : 성삼재-세석산장-한신계곡-백무동 (16시간)
인원 : 두 부부 (4명)
10:40 김천을 떠나
11:50 거창 ic
01:00 백무동 도착
몇달 전부터 지리산 무박종주를 꿈꾸며 저녁으로 열심히 달리기도 하고 걷기도 하였고
지도와 산행기를 보며 시간 계획도 세워 드디어 10일 오후 출발을 하였습니다.
지리산 IC를 통과하여 백무동에 도착하니 새벽 1시의 정적이 압도하고
미리 부탁한 택시 기사님에게 전화하여 성삼재로 향합니다.
기사님 : 이봉수 011-678-5330 -백무동에서 팬션도 하신다네요
무척 친절한 기사님은 우리들의 짐들도 챙겨 주십니다.
한신계곡, 칠선계곡, 장터목 등 지리산의 추억들이 우리들의 이야기 거리입니다.
새벽의 신선한 공기는 우리들을 자극 시켜 점점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합니다.
02:00 성삼재 도착
우리와 같이 도착한 팀이 내립니다. 어디서 오셨나 물으니 서울에서 왔답니다.
1시간을 기다려 출발을 할 요랑으로 화장실에 들리고 나오니 매표소에는 실랑이가
벌어 졌습니다. 4시 이전에는 절대 출입 불가라 합니다.
이것 저것 군것질로 시간을 보내고 3시가 되니 꾀 많은
산님들이 도착하고 모두들 실망의 빛이 역역한것 같습니다.
산악회 한무리는 개구멍이 있다고 화장실 밑으로 가더니만
모두들 어딘론가 사라졌습니다.
따라갈걸 후회하면서도 언제나 인생길은 정통으로 걸어야 한다는
나의 이념을 무너트리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모두들 잠들은 이밤에 산에 들어간다는 님들과 못 가게 지키고 있는 공단의 직원의
싸움은 짜증이 나고, 화도 나고, 살살 달래야 한다는 산님들의 말도 통하질 않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산악인의 안전을 담보로 4시이전에는 입장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 하고 있습니다. 바늘로 찌르면 피가 안나올려나.
저의 생각으론 이렇습니다.
첫째 ‘일출, 일몰 2시간 전 입장’이라는 원칙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건 1,2,3월-3시 4,5,6월-4시 이런식으로 명확하게 못 박아야 될것 같습니다.
둘째 일찍 도착하는 분들을 위해 친절한 안내가 필요합니다.
매표라도 해주고 기다리라고 하든지 말입니다.
입장 할땐 또 북새통 입니다.
셋째 산에 근무하는 근무자들은 우리나라 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 설악산은 어떻고 어딘 어떤지 말입니다.
소장의 명령에만 따른다는 건 무책임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03:40분 성삼재 출발
하여간 북새통에도 운 좋게 첫번째 티켓을 받아 통과하니 시원한 이슬비가 내립니다.
새벽의 이슬이려니 낮이 되면 날이 좋아 지겠지 하였으나 하루죙일 그랬습니다.
예상보다 늦은 출발로 걱정하며 제법 빠른 걸음으로 노고단을 향합니다.
체격이 좋아보이는 한분은 몇마디 저와 애기를 나눈후 쏜살같이 지나칩니다.
안개비가 너무 많아 길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헤드랜턴은 바로 코앞만 보일뿐 입니다.
무작정 오르니 마나님께서 부릅니다. ‘여보 이리와’
노고단 산장으로 오르는 지름길을 놓치고 지났나 봅니다.
04:00 노고단 대피소 도착-04:06 출발
산장에 도착하여 화장실도 가고 물도 보충하여 출발합니다.
2리터 얼음병 두개만 가져갔더니 물이 없어 걱정입니다.(물1리터 보충)
이제부터 오름길이 조금씩 시작되는가 싶더니
돌길과 안개비로 길을 분간 할수없을 정도입니다.
04:16 노고단 정상
앞을 분간 할수 없어 이정표만 확인하고 임걸령으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비때문에 지나치는 시간들을 종이에 기록하기가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MP3를 두번이나 샀는데 모두가 불량제품이었습니다.
아마 중국이라는 나라는 불량 제품으로 전세계를 정복 할겁니다.
정품을 구입해야 하나요.
걸어 가면서 계속 편안히 말로 기록할 순 없나요?..
앞에가는 분이 헤드렌턴이 뒤 베낭에 걸려 빼달라고 하여 잠깐 말동무가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질문 중 ‘산엔 왜 오셨나요’
이 물음에 선듯 대답을 못 하였습니다.
가장 많이 생각하고 가장 많은 답을 가지고 있는 물음엔 대답을 할 수 없나 봅니다.
산이 그기 있어 간것도 아니고 그저 산이 좋아 산에 가는것도 아니고
건강을 위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그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그 분은 임걸령 오르막에서 우리를 두고 먼저 갔습니다.
05:17 임걸령
아직도 어두운 밤 길 입니다. 앞도 보이질 않고, 주위도 보이지 않고,
무의식 으로 길을 갑니다.
여유있는 산행은 삶을 생각 나게하지만 무박종주는
아무 생각도 없이 걸음만 재촉하는 것인가요?
같이 출발한 님들은 모두 다 우리를 추월하고 어디론지 모두들 사라졌습니다.
모두들 철인입니다.
지리산 무박종주를 하시는 분들은 울트라마라톤이나, 철인경기를 완주한 분들이
아닐까 의심도 한번 해 봄직합니다.
40대 중반인 저의 체력은 10Km 마라톤을 1시간에 뛰는 정도이니 이런 분들을
어찌 따라 잡을 것인가? 뒤에 따라오는 분들은 모두 길을 비켜 주었다.
‘먼저 가십시요.’ 하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도 가신다.
05:51 노루목
백두대간의 반야봉이 저기쯤 있을텐데 하고 머리를 드니 아직 희미한 모습이 아련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위에 멀리 반야봉이 보이는것은 신기합니다.
친구는 삶의 무게로 몸무게가 3Kg나 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오르막만 나오면 속도가 떨어집니다.
그래도 저보다 체력이 좋다는 것을 의심하질 않습니다.
우리들 두 부부는 멎진 산친구인것 같습니다.
테두리 속의 삶이 싫어 산악회에 가입하지 않고 내외지간에만 다니다가 작년부터
산악회도 기웃거리고 친구도 찾아보고 하였는데 내 체력만 조금 보강하면
걸음도 잘맞고 제법 어울리는 산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전번 월악산 오르막에서 현기증이 났었는데 이번엔 신기할 정도로 다리에 힘이 붙습니다. 아마도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한것이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오르막이 있어 땀인지 비인지 모자 창에서 연신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조금씩 여명이 밝아 오는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어둡습니다.
06:20 삼도봉-6:30 출발
여기에서 엉덩이를 붙이면 안되는데
사진만 찍고 벗어나야 하는데
너무 시원한 바람이 우릴 잡아 놓아 주질 않았습니다.
산에서의 의미는 무얼 말하는 것일까요.
평소 아무 의미 없는 것(돌,나무 등)들이 산속에선 문득 문득 깊은 의미를 느끼게 합니다.
시원한 절벽위에 과자와 삶아온 땅콩, 밤으로 허기를 채우니 배가 고파 옵니다.
옛날 시골 학교 운동회때의 주음식은 삶은 땅콩과 삶은 밤인것을
“가을인가 봅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쓰라려 옵니다.
저는 너무 감성이 깊나 봅니다.
작년 가을 설악산을 보며 쓰린 가슴으로 눈물을 감추었지요.
운무가 갑자기 옷을 벗더니 동양화 처럼 산들이 보였습니다.
잽싸게 디카를 켜려는 순간 다시 산들은 새색씨 처럼 모습 감추었습니다.
지리산도 가을의 모습으로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삼도봉에서 맛있는거 먹고
06:50 뱀사골 가는곳
뱀사골 산장은 등산로에서 200m 아래로 내려가야 한답니다.
내려가는 길은 싫어요, 올라가는 길이 악몽이니까.
뱀사골에선 사진만 남기고 떠나렵니다.
내려가는 계단들이 너무 많아 걱정을 합니다.
그만큼의 오름 된비알이 나올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작은 산에선 나무계단이 설치 되어 있으면 인간들이 또 산을 버려 놓았구나
한탄하며 지나 가지만 오늘은 나무 계단이 고맙기도 합니다.
비가 내려 미끄러운 바위길을 걷는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혹여나 흙길이 나오면 그길은 진창이요 바위가 나오면 미끄럼틀입니다.
용을 너무 쓰면 허리가 아플텐데...
07:20 토끼봉
두분 여성분들은 배가 고프답니다.
아침을 먹을까?
연하천에서 먹기로 한 작전지도를 설명하고
그냥 영양갱과 작은 봉지에 든 팬케익으로 해결하고 나니
평소 아침을 미숫가루와 커피한잔으로 때우는 저도 배가 무척 고픔니다.
이제 부터 힘든 길이 나오지 않을까 이야기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연하천산장을 고대하며 길을 갑니다.
08:20 명선봉
도대체 이놈의 명선봉은 어디에 있는것인지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몇개의 봉을 넘었는데두 말입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에겐 세 부부가 산친구 입니다.
제가 전번에 셋이서 ‘친구야 산에 가자’란 산악회를 만들고자 농담도 한친구입니다.
이번에 풀코스와 울트라 마라톤 때문에 지리산 종주길을 같이 못했는데
눈물이 나게도 전화를 했나봅니다.
‘몇시에 출발했냐?’’ ‘지금 어델 통과하냐’ ‘잘 댕겨 온나’등등
다리에 힘이 납니다.
08:45 연하천 산장 -09:40출발
화장실을 갔다오고 아침먹을곳을 물색하니 자리가 없어
산장앞 샘터옆의 비가 내린 굳은 마사토 위에 비닐 상을 차리고
보니 두 팀 모두 수저를 빠자 놓고 왔습니다. 어부인께선 엄청 머라캅니다.
나는 차에 두고 친구는 아예 챙기지 않았단다.
다행히 친구위 베낭의 비상용 나무젓가락 여러개가 있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번엔 칼로 젓가락을 만드느라 무지 고생했는데
물에 밥을 말아 김치와 풋고추에 고추장을 찍어 먹고 계란말이에 김을 싸서 먹고
마트의 비싼 고들빼기 맛있게 먹었습니다.
먹는 욕구도 오늘은 의미가 깊지요. 나만의 냉커피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냉커피 만드는 법 : 1리터 피티병에 일반 일회용커피와 얼음물을 넣고 흔들면 오케이
너무 많이 쉬었나.
해발 1450m에 850파스칼의 기압은 우릴 자꾸 쉬게 만듭니다.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부지른히 걸어야 장터목까지 갈텐데....
연하천 산장엔 아마추어 무선의 3단GP 안테나가 보입니다.
아마추어 무선사가 있는 것인가?
10:45 형제봉
두런 두런 이야기 꽃을 피울때쯤 멎진 바위가 길을 막고 턱 버티고 있습니다.
비가 제법 떨어집니다.
11:10 벽소령산장 11:35분 출발
빨간 우체통 옆의 예쁜 구절초는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릅다워요.
남들은 산에가면 예쁜 꽃도 만이 찍어 오던데
사진을 찍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예쁜 구절초가
내 40중반의 추억의 한자리를 차지 하였습니다.
빨간 우체통에 엽서를 넣어야지 지리산에 가기전 말해 놓고
엽서를 가져오지 못했네요.
-모두들 잘 있니 난 지리산 벽소령에 있단다 여긴 비가 내리고 꾀나 쌀쌀 하단다.-
이렇게 엽서에 적어 보낼려구 했는데 -잉-
옛날 지리산 자연학습원에서 3일을 보낸적이 있는데
그때도 계속 비가 내렸었다. 그 후론 지리산 생각만 들면 비가 먼저 기억에 남았는데....
잠시 휴식하구 우의를 살적 겹쳐 입고 먼 행여의 길을 떠납니다.
12:35 덕평봉
오름과 내림의 길이 멀어 조금씩 지루함을 느낌니다.
산을 보지 못해 더욱 지루함을 느낌니다.
지도를 꺼내 얼마나 왔나를 확인하며 많이 온것에 놀라고 또 지루함을 느낍니다.
도라지를 캐려고 길없는 산속을 헤멜때 모기때와 싸우던 기억을 하며 길을 갑니다.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
13:36 칠선봉
너무 많은 걸음에 이제야 칠선봉이구나!
성삼제에서 여기까지 안내 표지판엔 현위치가 없는 곳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국립공원이라면 빨리 손 보아 고쳐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도 이젠 외국손님들이 산엘 많이 가는데
그러나 칠선봉이라는 표시는 시원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버섯 삼형제
14:25 영신봉
어느게 영신봉인지 모르고 지나쳐 그냥 지나 칩니다.
14:30 세석산장 - 출발 15:36
아! 그리운 세석이여
너는 벌써 가을 전령사가 되었구나
이제야 너를 보니 지리산이 두렵구나
이 걸음을 멈추지 말고 너를 안고 가리라
뜨거운 가슴으로 내 두뇌의 한쪽에 잠재우리라.
너의 붉은 색체와 아름다운 돌무듬으로 우주를 물들이리라.
세석부터-천왕봉까진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ㅋㅋㅋ
세석은 벌써 가을을 알립니다.
점심을 준비하여 맛나게 컵라면을 먹고
김치와 맛바꾼 삶은 돼지고기도 맛있게 먹고
조금 아래에서 물도 길러오고
잘 꾸며진 화장실도 가고
세석평전을 바라보며 또 작전계획을 세웁니다.
시간상 천왕봉을 가지 못하는 아픔을 인식하며
한신계곡의 하산을 결정합니다.
촛대봉과 세석평전을 바라보며....
또 다시 지리산 무박종주의 꿈을 세깁니다.
한신계곡 15:36-19:36분
된비알 오름길만 알았는데
오늘은 미끄럼길 된비알 내림길 지친다리로
전설의 한신계곡을 내려갑니다.
지도상엔 3:30분, 세석에서의 안내는 4시간, 갔다왔다는 사람은 3시간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
한참을 신나게 내려오니 왼쪽 오금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굽이치는 한신계곡을 또 구경하고 가는 고마움이 겹치니 마음이 즐겁지만
몸은 지쳐있었다. 구경 보다는 빨리 집에 가고픈 마음인가.
몸이 지칠땐 정신이 살아 있나 봅니다.
지나간 일들도 생각이 나고 앞의 일들도 생각하고
두고온 아들 딸은 잘 있는지, 산에 들어올땐 전화기를 꺼고 들어갑니다.
가내소폭포, 한신계곡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구경하지 못해 아쉽지만
어둡기 전에 가야 한다는 마음은 발길을 재촉합니다.
밧데리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위급시 사용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야영장 가까이 오니 어두워 다시 해드랜턴을 손에 들고 내려옵니다.
친구부부는 빠른걸음으로 먼저 가 기다리나 봅니다.
느린 내마음은 미안한 마음입니다.
도착후 막걸리 한사발과 고디탕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갑니다.
친구여! 시월엔 공룡으로 가자꾸나
모두들 아픈 무릅과 물집잡힌 발과 아픈 오금 빨리 낫길 바란다.
서툰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