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주의자들의 학문비하
학문은 끝이 있으면서도 끝이 없고, 끝이 없으면서도 끝이 있다. 학문이 끝이 없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으니, 하나는 학문 자체가 끝이 없는 것이고, 하나는 끝을 내지 않으면 끝이 없는 것이다. 학문이 끝이 있는 것 또한 두 가지 이유가 있으니, 하나는 끝을 내야 끝이 있는 것이고, 하나는 끝을 내지 못하면 끝없는 끝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끝이 없는 종류적 학문에서 끝을 찾으려니 끝이 없는 초조불안에 떨어지고, 끝이 아닌 종류적 학문을 끝이라고 생각하니, 허무한 자포자기에 떨어진다. 그리하여 영혼을 잃고 시기와 질투에 빠져 초조불안증에 짓눌린 인간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 학문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여 폄하시킨다.
초조불안적인 자포자기 인간이 어차피 아무 필요가 없는 학문이니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매일매일 먹는 식사는 다 소화돼버리고 마는, 즉, 어차피 소화되어 없어질 것이니 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다. 학문이 매일 먹는 식사와 같은 것은, 학문을 소화하여 영양가가 되게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먹는 것이 소화되어 없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영양가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학문 또한 소화되어 없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영양가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영양가가 되는 학문은 무엇인가? 그러나 그전에 먼저, 학문은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덜 중요한지, 그런 것을 가릴 필요는 없다. 자기 앞에 주어진 모든 학문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배워야 하는 것이거늘, 왜 배움을 필요 없다 하여 처음부터 배우지를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러한 것을 모든 배우기에는 인간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를 말아야 하는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러한 것을 모두 배우기 위한 시간이 인간에게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를 말아야 하는가? 일생을 통하여 배우는 것들이 늙어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고 하여,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를 말아야 하는가? 하늘이 높고 땅이 넓어서 인간이 천지를 모두 알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존재라, 아예 처음부터 알려고 하지를 말아야 하는가? 알고 속는 것보다 모르고 속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고 하는 심약한 말로, 배우기를 많이 하면 그 만큼 걱정할 것도 많다고 하여,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를 말아야 하는가?
천문학을 통하여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여도, 인간은 우주로 갈수도 시간도 없다고 하여, 아예 처음부터 연구를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인간을 연구하여 인간의 내적인면과 외적인면을 알고, 자연을 연구하여 그 원리와 구조를 알게 된다하여도, 지구는 우주에서 바라 볼 때 작은 알갱이에 지나지 않고, 인간은 지구에서도 작은 알갱이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 하여, 아예 처음부터 연구를 하지 말아야 하는가? 많이 아는 것과 적게 아는 것이, 무한대로 펼쳐져 있는 지식의 세계로부터 볼 때는 별 차이가 아니라고 하여,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를 말아야 하는가? 아니면,지식은 참된 지식과 거짓된 지식이 있으니, 거짓된 지식이 두려워서,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를 말아야 하는가? 이러한 것들은 모두, 인생을 죄의식에서 보낸 허무주의자들의 말장난들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인간에게 있어 학문은 배울 것이 많아서 즐겁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인간에게 있어 학문은 골칫거리들이 많다고 말한다. 만약, 배울 시간이 부족하니 배우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인간에게, 배울 시간을 충분히 쥐어주면 배울 것인가? 편협된 지식에 빠져서 배우기를 포기한 인간들이, 배워야할 것은 너무 많고 죽음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자포자기에 빠지고, 상대를 허무에 떨어트리며, 자신의 편협된 지식을 변명하려고 하는 말이다. 또한, 일생을 통하여 배운 것들이, 늙어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인간들이 배움을 무용지물이라 하니, 그것은 편협된 사고로부터 무용지물로 될 것들만 배웠기 때문인데, 그렇게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 배웠는지 그 근원적 이유를 모른다.
부족한 존재적 인간들이 맥없이 하늘만 높이고 땅만 넓힌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는 하늘보다 높고 땅보다 넓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또한, 근본이 죄의식인 초조불안의 인간은 걱정 속에서 모든 것을 배우니, 그리하여 많이 배울수록 걱정이 많아지는 것이며, 근본으로부터 죄의식이 없는 인간은 안정에서 모든 것을 배우니, 많이 배울수록 더욱 안정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온 곳과 갈 곳을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인간들이, 인간의 약점 아닌 약점인 죽음을 놓고 희망을 무너트리며, 허무감에 빠지게 하기위하여 끝임없이 학문을 저주하고, 배우기를 싫어하는 인간들이 지식을 원수 대하듯 하니, 그것은 자신의 편협하고 모자른 지식이 두려워 다른 인간들이 배우는 것을 질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