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축구팬들의 이목은 브라질 월드컵에 집중돼 있다. 김태호의 축구학개론은 2014브라질 월드컵 조별 팀분석을 통해 어느 나라 팀이 우승에 접근해 있는지 어떤 선수들 구성으로 어떤 전술을 구사하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자 한 마리와 하이에나 세 마리가 만났다.
A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단연 사자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팀이자 월드컵 개최국인 만큼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멕시코, 카메룬은 나름 까다로운 상대다. A조의 운명은 브라질에 달렸다.
암사자는 일반적으로 하이에나 세 마리가 먹이를 향해 달려들면 이를 지나친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자라면 제아무리 기력이 다해 쓰러질 처지라도 하이에나는 절대 덤비지 못한다고 한다.
브라질-수비형 미드필더 중점 페르난도와 루이스 구스타보가 핵
많은 사람이 손꼽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브라질이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과 함께 홈 이점을 살려 옛 영광을 재현하리라는 평가다. 특히, 브라질은 네이마르, 오스카, 티아고 실바 등 모든 포지션의 선수가 전성기급 활약을 펼치고 있어 팬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 2013년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네이마르가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벤치 멤버도 마찬가지다. 하미레스, 헐크, 단테 등 누가 주전일지 모를 정도로 부족함이 없다. 최고의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교체한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두터운 선수층은 브라질의 최대 강점이다.
기본 포메이션은 4-2-3-1이다. 수비진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가 서고 나머지 선수가 상대 수비진을 휘젓는다. 자유로운 움직임이 특징이다. 브라질 선수들은 여느 팀들과 다르게 경기를 풀어간다. 전술에 맞춰 경기를 운영하지 않고 스스로 브라질다운 경기를 펼친다. 선수간격을 넓게 유지한 채 개인기와 오버랩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공격 포메이션은 큰 의미가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4-2-4이지만 누가 어디서 공을 잡든 오히려 브라질이 공을 소유했다는 자체가 위협이다. 여기에 최상의 컨디션과 분위기까지 함께한다면 무적이다. 결국, 브라질 특유의 리듬이 사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경기를 살펴보면 브라질은 개인 능력만으로 충분히 상대를 압도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전진 압박해 주도권을 잡는다. 하지만 후반 들어 나타나는 현저한 체력 저하가 리듬유지를 방해한다. 리듬 유지 실패는 곧 실점 위기로 이어진다.
수비할 때 포메이션은 4-4-2다. 철저한 지역방어를 펼쳐 강한 압박과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공격이 최우선인 팀들은 언제나 수비가 불안하다. 다행히 브라질은 높은 골 결정력과 괜찮은 수비를 펼치지만, 수비 뒷공간과 중앙 수비수들의 불규칙한 간격은 여전히 걱정이다.
이런 걱정은 상대가 노릴 좋은 약점이다. 이탈리아, 잉글랜드, 러시아, 스위스 등은 브라질 파해법의 예를 보여주었다. 이미 잘 알려진 풀백 뒷공간과 불안한 세트피스 수비는 물론이거니와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살려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법과 유연한 경기운영으로 분위기를 빼앗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므로 브라질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페르난도와 루이스 구스타보는 이 자리를 놓고 개막전까지 자리다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약에 월드컵 우승이 달렸다.
크로아티아-팀 핵심인 만주키치와 시무니치 결장 여부가 최대 관건이고르 스티마치 감독이 떠나고 니코 코바치 감독이 새 사령탑에 올랐다. 이제 갓 2개월 된 따끈따끈한 신임감독이다.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 가득한 시선이 앞선다. 왜일까?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16강은 거뜬하다. 루카 모드리치, 마리오 만주키치, 이반 페리시치 등 선수층이 두텁다. 다만 그게 전부다. 크로아티아는 오랫동안 좋은 선수를 배출하고도 매번 평범한 축구로 실망을 샀다. 그렇다고 갓 부임한 코바치 감독이 팀에 변화를 가져오자니 시간이 부족하다.
- 2006년 크로아티아 대표팀
게다가 만주키치와 요십 시무니치의 조별 경기 출전이 불확실하다. 만주키치는 지난 아이슬란드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서 과격한 태클로 퇴장 조치를 받았고 시무니치는 경기 후 정치적 퍼포먼스를 벌여 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이 둘은 최소 1~2경기에 나설 수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멕시코가 크로아티아보다 조 2위 싸움에서 근소한 우위를 차지한다는 평이다.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포메이션은 3-4-3과 4-4-2다. 두 포메이션 모두 크로아티아가 애용하는 형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전술을 사용하고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면서 뚜렷한 형태를 찾기 어렵다. 지난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는 4-2-3-1(4-1-1-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렀다.
전임 감독체제에서 3-4-3은 주 포메이션이었다. 수비할 때는 5-2-3으로 변해 역습을 노렸다. 한편 4-4-2 포메이션은 주로 약팀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사용됐다. 4-1-3-2와 4-2-3-1 비슷하게 중앙 미드필더를 내리고 풀백을 높게 끌어올려 압박했다.
주 공격방법은 크로스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이루어지는 긴 패스를 받아 측면을 집중 공략한다. 매우 단조롭다. 반대편 측면 공격수가 중앙으로 이동해 투톱을 보좌해봐야 소용없다. 높은 공 점유율이 무색하게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이 약하다. 이뿐만 아니다. 아직도 세트피스가 약하고 공수전환이 느리다. 크로아티아의 고질적 문제다.
그러나 속단은 이르다.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모드리치와 코바치 감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16강 진출이 달렸다. 그러기 위해선 하루빨리 부실한 중원, 애매한 풀백, 느린 수비진을 보완해야 한다.
멕시코-브라질에 강한 면모 하지만 감독과 불화 치차리토 고민거리멕시코는 2013년 들어 총 3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기존 호세 마누엘 데 라 토레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었고 후임 빅터 마누엘 부세티치 감독은 놀랍게도 단 두 경기 만에 경질됐다. 그리고 지금 현재 세 번째로 지휘봉을 잡은 주인공은 미겔 에레라 감독이다.
에레라 감독의 멕시코는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칠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이끌었던 칠레는 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3백을 바탕으로 한 공격축구를 펼치며 강력한 압박을 선보였다. 실제로 비엘사 감독은 멕시코 감독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결정은 미겔 에레라 감독이었다.
- 2002 멕시코 대표팀
현재 멕시코는 3-5-2 또는 3-4-3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삼는다. 최전방에 투톱을 세우고 중원은 역삼각 형태로 포진한다. 이때 한 명의 공격수는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는다. 깊게 침투하는 윙백, 중앙 미드필더들과 역동적인 공격을 펼친다. 킥오프와 동시에 많은 선수가 상대 진영으로 달려드는 것이 특징이다.
공격할 때 포메이션은 3-1-6에 가깝다. 골키퍼를 제외한 3명의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만이 수비에 가담한다. 주로 역습을 시도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매우 빠르고 간결한 공격을 펼친다. 선수들의 침착한 마무리는 기본이다. 성급해하지 않고 상대 문전 앞 깊숙이까지 침투하는 능력은 멕시코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수비할 때에는 5-3-2로 변한다. 좌우 윙백이 내려앉고 3명의 미드필더가 높은 지역에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다. 남은 두 명의 공격수는 여전히 하프라인에서 역습을 노린다. 하지만 과연 본선 무대에서 이 전략이 먹힐지 의문이다. 브라질, 크로아티아, 카메룬 모두 득점 기회를 결정지을 힘이 있다.
수비는 멕시코의 가장 큰 숙제다. 공격에 가담하는 많은 숫자와 빠르게 바뀌는 공수전환 탓에 공간을 많이 허용한다. 이는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범위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은 가중된다. 멕시코는 후반 중반부터 급속도로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가뜩이나 뒤늦은 수비 커버가 두드러진 이유다.
우선, 수비 앞 넓은 공간을 메우는 게 급선무다. 상황에 따라 중앙 수비수를 올리거나 공격수를 아래로 내려야 하는데, 자칫하다가는 팀 색깔을 헤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비진영에서의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 역시 애를 먹는다. 멕시코는 분명 많은 선수가 공을 받으려 하나 결국에는 긴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풀어간다. 탈 압박에 약한 수비가 아쉽다. 안전하게 공을 건네야 하는 입장에서 수비 앞 넓은 공간은 이들을 더욱 고립시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본선에 오른 팀 중 벨기에(698km) 다음으로 이동거리가 짧다(1,064km)는 것이다. 한편, 같은 조에 속한 크로아티아(5,522km)와 카메룬(4,697km)은 미국(5,598km)에 뒤이어 가장 먼 이동국가 2, 3위를 차지했다. 장거리 이동은 A조의 향방에 뜻밖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멕시코는 브라질에 강해 왔다. 런던 올림픽에서 브라질을 무너뜨렸고 지금까지 7승 9패의 전적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쳐왔다. 더군다나 멕시코는 월드컵 16강 단골 국가이다. 뚜렷한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매번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눈여겨볼 선수는 오리베 페랄타다. 런던 올림픽 결승에서 2골을 터뜨리며 멕시코에 금메달을 안겨준 주역이자 뉴질랜드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총 5골을 터뜨린 베테랑 공격수다. 게다가 최근 기세가 대단하다. 리그에서만 벌써 15경기 11골을 기록했다. 멕시코 대표팀과 불화를 일으킨 카를로스 벨라와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치차리토가 그립지 않다.
카메룬-지는 태양 에투와 떠오르는 태양 아부바카르에 기대
‘불굴의 사자’ 카메룬은 더 이상 아프리카 강호가 아니다. 201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에서 카보베르데에 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월드컵 본선진출도 토고의 몰수패가 없었다면 어려웠다. 심지어 카메룬의 상징 사무엘 에투(32∙첼시)도 예전만 못하다. 괜히 A조 최약체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카메룬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과소평가 받는 팀이다. 이유인즉슨 상황이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세대교체의 과도기다. 크게 걱정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메룬은 4-2-3-1과 4-1-3-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공수 균형이 매우 잘 잡힌 팀이다. 가볍고 빠르며 뛰어난 기술까지 겸비했다. 마치 아프리카판 유럽축구를 보는 듯하다.
-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카메룬 대표팀.
실제로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유럽 빅리그에서 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사무엘 에투를 비롯해 오렐리앙 셰주(28∙갈라타사라이), 니콜라스 은클루(23∙마르세유), 스테판 음비아(27∙세비야 임대), 조엘 마팁(22∙샬케04), 알렉산드르 송(26∙바르셀로나) 등 젊은 선수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한층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공격할 때 포메이션은 4-1-2-3을 사용한다. 수비진영에서부터 서서히 숫자를 늘려 침착하게 빌드업을 이어간다. 때로는 갑작스러운 셰주의 긴 패스로 수비 뒷공간을 노린다.
수비는 4-1-4-1 포메이션으로 하프라인 부근에서 빠르게 압박한다. 공격 포메이션과 유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선수들은 큰 혼란을 겪지 않고 팀을 재정비할 수 있다. 팀에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많은 점 또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수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카메룬은 지난여름 축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으로 FIFA로부터 국제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으며 우크라이나전 이후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항상 전력이 비슷하거나 열세의 아프리카 팀들과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그래서 아직 다양한 경기 경험이 없다. 경험 부족은 수비진에 치명타다.
최근 축구계는 ‘게겐프레싱’이라는 끊임없는 압박을 주문한다. 카메룬은 아직 이런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차근한 빌드업을 이어가는 입장에서 상대의 강력한 전진 압박을 대비해야 한다. 또, 힘 좋은 공격수를 앞세운 포스트 플레이를 대비해야 한다. 카메룬의 수비진은 대체로 키가 크고 빠르지만, 힘이 부족하다. 유럽 국가들의 힘을 앞세운 공격에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선 굵은 축구를 하는 팀을 주의해야 한다. A조에서는 크로아티아가 그렇다.
그밖에 주목해야 할 우려 사항이 있다면 아쉬운 골 결정력을 꼽을 수 있다. 카메룬은 아프리카 조 예선에서 고작 8골밖에 넣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튀니지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서 4골을 퍼부었지만, 공격과 미드필더 간격이 멀어 순전히 개인 능력만으로 골을 뽑아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폴거 핑케 감독은 팀을 구체화해야 한다.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고 개개인의 특성을 팀으로 묶어 전술적인 모습을 갖춰야 한다. 특유의 역습 전략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발 빠르고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진만 봐도 그렇다. 카메룬은 역사적으로 뒷공간을 파고드는데 능한 공격수를 대거 배출해왔다.
오로지 에투에 대한 기대감만은 아니다. 지는 태양이 있으면 떠오르는 태양도 있는 법이다. 빈센트 아부바카르(22)가 그 주인공이다. 아부바카르는 이번 시즌 로리앙 소속으로 18경기 11골 2도움을 기록했다. 현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15골)와 에딘손 카바니(12골)에 이어 리그 득점 3위에 올랐다. 팀 득점 절반가량(22득점)이 아부바카르의 발에서 나왔다.
비록 대표팀에서는 에투, 아칠레 웨보, 막심 추포 모팅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훗날 아부바카르가 카메룬의 공격진을 이끌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