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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가의 세계화와 노동의 브라질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따라 노동관계에 대한 탈규제와 노동력의 유연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사회가 위험감수사회로 변동해 갈 때 노동에서 나타나는 불안정성을 울리히 벡(Ulrich Beck)은 "노동의 브라질화"로 개념화했다. 임금이나 급료에 의존하는 취업자들은 적고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온갖 종류의 용역제공자로서 무슨 일이든 어떤 고용조건이든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전전하는 노동 유목민 같은 브라질 노동자의 상황은 이제 곧 유럽에서도 현실로 대두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를 보면, 1960년대에는 약 10% 정도의 노동자들만이 이런 식으로 위험하게 동요하는 취업자군에 속했었는데, 1970년대 들어 그 비율은 1/5 이 되었고, 1980년대에는 1/4 이 되었으며, 1990년대에는 1/3 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발전 속도가 계속된다면 10년 안에 피고용자 2명 가운데 한 명은 브라질 식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전염병처럼 번져 가는 노동의 불안정성은 중산층까지 포함하는 생활세계의 특징적 면모가 될 것이다(Beck, 1999: 23-36). 따라서 서구사회의 브라질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중산층이 몰락해 가는 가운데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돈을 가진 부자에게는 시간이 없고, 시간은 무한정 있지만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돈이 없는 가난뱅이로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Beck,1999: 165-193).
이상과 같은 서구사회 노동의 브라질화는 경제위기 이후로 우리에게도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의 증가로 말미암아 늦게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빨리 퇴출당하고 있으며, 그나마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브라질화 때문에 여가는 양극화되었으며, 여가소비의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삶의 질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2. 최근 한국의 여가변동
1) 여가의 양극화 - 강요된 과잉여가와 강요된 과소여가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놀고 싶지 않지만 놀아야만 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강요된 과잉여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몫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동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한다(강요된 과소여가). 실업률과 노동시간의 동시적 증가는 일부에게 과잉여가를 그리고 다른 일부에게 과소여가를 생산하고 있다(Schor 1992: 107-138). 쉽게 말하면,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은 여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2) 시간의 희소성 증가 - 비합리적인 여가소비
시간의 희소성이 증가하면서 단위 시간당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로 전락한 여가시간에서 더욱 시간을 절약하기 때문에 여가소비의 질은 늘어난 소득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다. 따라서 시간의 재배분이 발생한다. 여가시간과 유지시간의 가격은 낮고 노동시간의 가격은 높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시간을 줄이고 가격이 높은 시간을 늘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결정하고 소비할 때 보다 소비에서 더 많은 실수를 범하게 된다. 사람들은 더욱 더 불확실한 근거 위에서 소비활동을 하게 된다(Linder 1970: 64-67). 시간의 희소성 증가에서 비롯된 소득증가의 한계효용 감소 때문에 경제성장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여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은 요원해지게 된다.
시간의 희소성 증가는 추가적인 소득의 한계효용을 감소시킨다(declining limit utility of income increase). 시간이 희소해지면 소득이 늘어났을 때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 자꾸만 줄어든다. 소득의 증가가 소비의 한계효용을 떨어뜨리면, 소비가 증가한다. 시간보다 상품이 더 저렴해져서 시간(유지시간과 소비시간)을 상품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품에 의한 시간의 대체는 구매상품의 양을 증가시키면 시킬수록 효용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상품에 의한 시간의 대체 가능성 증가는 추가적인 소득증가의 효용이 영에 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소비를 늘려가고 이로써 자신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려 한다. 소비수준 향상 노력이 가속화된다. 물질적인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소비의 양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높아진다. 그러나 물질적 수준 개선은 소비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소비가 증가되면 될수록 물질적 수준 상승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면 국가의 경제정책과 개인의 경제적 노력에서 경제성장이 대단히 중요해 진다. 소비를 증가시킴으로써 물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곤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를 경제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Linder, 1970: 128-130).
3) 여가소비의 증가
합리적인 시간배분이 여가시간과 유지시간의 감소를 초래함으로써 비합리적인 여가소비가 발생한다. 즉, 벌어들인 돈을 쓰고 싶어도 합리적인 여가소비를 계획할 시간이 없어서 여가정보를 제대로 탐색하지 않은 채로 여가소비의 규모만 늘어난다. 그러나 비합리적인 여가소비는 시간의 희소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합리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냐하면 여가활동에 투여하는 시간의 시간당 산출보다 노동시간에 투여하는 시간의 단위 시간당 산출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소한의 여가시간에 최대한의 소비를 함으로써 단위 여가 시간당 산출을 높이려 한다. 이로 인하여 비합리적 여가소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여가소비는 합리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4) 여가, 민족정체성 정치의 장
경제적 세계화로 말미암아 개별 민족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는 줄어들어서 전지구와 연결되느냐 아니면 고립되느냐 외에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에 궁극적인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의 브라질화와 여가의 양극화는 제3세계를 넘어서 선진국으로 까지 침투해 들어가고 있으며 급기야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우리가 지난 1997년 12월에 경험한 외환위기는 일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의 문제였으며, 대한민국이라는 민족국가가 경제운용을 잘 못해서 나온 결과만은 아니었다.
세계화를 그렇게 외쳐댔으면서도 이러한 지구적 차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적 세계화의 덫에 걸려들었다. 모든 시장을 개방해야 했으며, 행정적 규제를 철폐해야만 했고, 노동력을 서둘러 유연화 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아도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진 농촌의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쌀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마당에 여가시장은 예외가 될 수 없었고, 여가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기업은 합병당하고, 우리는 직장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돌파구는 국가의 정책적 개입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대기업의 경쟁력 회복에서 나온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 세계화로 말미암아 초래된 생존 그 자체의 위기 가운데서 정체성 위기를 겪었던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대중음악 시장을 개방하고 난 뒤 한국 사람들은 더 이상 미국 대중음악을 듣지 않았다. 그 어떤 음반사도 취입해 주지 않았던 ‘서태지’의 음악을 선택해서 ‘뉴 키즈 언 더 블록’을 대체했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신에 서편제를 봤고, 콜라 대신에 매실음료를 마셨다. 초가를 허물고 아파트에서 살고, 서당을 벗어나서 대학을 다니고, 한복 대신에 양복을 입어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작업이 여가활동 전반에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읽었던 책(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본 영화(서편제?친구?공동경비구역 JSA?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와 공연(명성황후?난타), 들었던 대중음악(서태지) 등은 한 결 같이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온 국민들이 여가를 통하여 우리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정체성 정치를 펼침으로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담보해 냈다.
3. 주5일 근무제와 여가변동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함으로써 발생하게 될 여가변동의 양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최근의 여가변동이 주5일 근무제로 말미암아 변동을 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지속될 것인지의 문제로 환원된다. 환언하면 주5일 근무제가 최근의 여가변동 양상에 변동을 초래하는 힘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그 양상을 더욱 강화하는 힘으로 작용할지를 안다면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여가변동을 쉽게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비추어서 생각해 보면 주5일 근무제는 최근의 여가변동 양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최근의 여가변동은 사회의 브라질화에 따른 변동양상이며, 사회의 브라질화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일환인 노동시장 유연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경제적 세계화의 한 측면이기 때문에 개별 민족국가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폐기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는 여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여가소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여가시간이 늘어나기보다는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의가 있다면 그것은 연속적인 이틀간의 휴일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관건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이틀간의 연휴가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지에 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말미암아 초래된 여러 가지 폐해를 상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에 주5일 근무제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 주당 이틀간의 연휴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가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1) 주5일 근무제와 여가활동의 특징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 선진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예를 참고하면, 금요일 저녁이 주말이 되고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외식이나 쇼핑을 하고 일요일은 월요일부터 시작될 또 한 주간의 노동을 준비한다. 따라서 시내의 백화점과 양판점은 붐비지만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를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본은 소비의 증가로 더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노동시간을 늘림으로써 빼앗긴 토요일 4시간 동안의 노동시간을 보전하려고 할 것이다. 퇴근시간이 되어도 퇴근하지 못하고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자본의 음성적인 노동시간 연장시도는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주5일 근무제 노동으로 자본은 이중 삼중의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최석호 2006).
명지대학교 여가문화연구센터에서 문화관광부의 용역을 의뢰받아 지난 1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 은행원?공무원?영세상공인 등 모두 1,557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경험적 조사연구의 결과를 보면, 구미와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실시되기 전에 이미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 은행원의 경우에 전체의 80% 이상이 노동 강도가 강해졌다고 응답했으며, 미 실시집단이었던 공무원과 영세상공인도 각각 70%와 50%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68%의 은행원이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에 퇴근시간이 늦어졌다고 응답했으며, 공무원은 61%가 영세상공인은 52%가 늦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78%의 은행원들이 업무능률이 높아졌다고 응답했으며, 공무원은 80%가 영세상공인은 48%가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김정운?이장주 2004: 5-14). 요컨대, 주5일 근무제는 이틀간의 연휴를 주는 대신 평일의 노동시간을 늘임으로써 주당 노동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고, 노동 강도와 노동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주당 4시간의 노동력 결손을 보전할 것이다.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평일의 노동 강도와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시간이 늘어난다면, 구미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도 이틀간의 연휴를 적극적이고 동적인 여가활동으로 보내기는 힘들 것이다. 주중에 더욱 높아진 노동 강도와 늘어난 노동시간으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버려서 적극적이 동적인 여가활동에 사용할 여력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는 외식산업이나 가정 내 여가 그리고 백화점?양판점 등과 같은 도?소매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여가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활동을 설계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동원할 수 없어지기 때문에 정적이고 수동적인 여가활동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는 다시 활동에 깊이 몰입할 수 없게 만들고 따라서 여가만족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Csikszentmihalyi & Lefevre 1989; Csikszentmihalyi 1999: 90-94).
2) 주5일 근무제와 가족여가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전후하여 가장 뚜렷한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가족여가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가족과 함께 주말여가를 보낸다는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족과 함께 주말여가를 보낼 계획인 사람의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반면에 가족과 따로 주말여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주5일 근무제 시행 전과 후 그리고 향후 계획에도 거의 변화가 없다(표 1, 2 참조).
<표 1> 주5일 근무제 전후의 주말 여가시간 비중: 은행원(단위: %)
▲ 자료: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보고서
<표 2> 현재와 주5일 근무제 시행 후의 주말 여가시간 비중의 예상변화(단위: %)
▲ 자료: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보고서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누구와 함께 여가를 보내고 있는가 또는 보낼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80.7%를 차지해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건전한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여가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47.5%가 가족여가프로그램이라고 응답했다. 그 뒤를 이어서 문화예술프로그램(16.9%), 생활체육프로그램(11.8%), 자기계발프로그램(11.5%) 등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가족여가프로그램이라는 응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러한 응답은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이혼율로 말미암아 가족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던 경제위기 이후로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족의 중요성이 증대한데에도 기인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주5일 근무제는 가족해체의 위기와 가족통합의 기회를 동시에 창출하고 있다.
4. 주5일 근무제와 교회
1) 주5일 근무제와 종교생활
주5일 근무제는 여가와 노동에만 변동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종교생활에도 엄청난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상기 보고서에 의하면, 주5일 근무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은행원들 중에서 주말에 가장 많이 참여한 활동이 종교 활동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주5일 근무제 실시 이전 3.7%에서 실시 이후 3.8%로 증가하였으나, 향후로는 2.5%만이 종교 활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나 영세상공인들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종교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공무원은 6.3%에서 2.2%로, 영세상공인은 18.8%에서 8.6%로 떨어진다. 이러한 의식조사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주5일 근무제는 교회에 상당한 위기로 다가 올 가능성이 높다.
2) 주5일 근무제와 목회
따라서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대비는 목회현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가 되어야한다고 본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한국교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목회자가 72.4%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는 교회는 2.1%에 불과한 실정이다(기독교보 2003년 10월 1일자, 정인교 2004: 41-42에서 재인용).
이러한 조사연구 결과는 목회자들이 주5일 근무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비책을 세워서 시행하고 싶어도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실질적인 대비책을 세운 교회는 2.1%에 불과하지만 주5일 근무제가 가져 올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이미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전 지구적 여가변동과 최근 한국사회의 여가변동에 대한 연구 그리고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목회적 대비의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제안한다.
첫째, 민족정체성이 구현된 목회가 절실히 요청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전지구가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은 정체성 정치를 펼쳤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나라, 콜라보다 자국 음료수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나라라는 외형적 여가현상은 한국인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민족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주5일 근무제는 이틀간의 연휴를 허용함으로써 여가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다. 독서?영화관람?대중음악감상 등 여가활동을 통하여 강한 민족정체성 정치를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5일 근무제는 민족정체성을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시간을 주당 하루 더 늘림으로써 한국인의 민족정체성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따라서 민족정체성이 구현된 목회가 요청되고 있다. 미국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목회프로그램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 한국화해야 한다.
둘째, 가족목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주5일 근무제의 시행과 함께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여가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 중심의 목회가 요청된다.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하루 더 늘어나면서 이전에 잠재되어 있던 가족갈등이 현재화 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에 가족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가족응집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가족목회프로그램도 절실히 요청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주4일제(주 28.8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이혼율이 급증하는 사례가 나타나서 가족해체가 사회문제로 대두한 적이 있다. 볼프스부르크시의 사례인데, 폴크스바겐 자동자공장이 이 도시는 지난 1994년에 노사 양측의 합의로 주4일제를 전면 실시했다. 이 조치로 모두 30,000개의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혼율이 약 60%나 증가한 것이다(최균호 2003: 105-115).
가족끼리 함께 있거나 같이 여가를 즐기는 것만으로는 가족응집력을 높일 수 없다. 볼프스부르크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족여가는 오히려 가족해체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 즉,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 노동시간의 감소와 여가시간의 증대는 잠재적인 가족갈등을 현재화시키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양성평등에 기초한 가족관계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 주5일 근무제 또는 주4일 근무제 실시시기라고 할 수 있다(최석호, 2005).
셋째, 지금은 치유목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로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청년실업과 조기퇴직 등으로 일하고 싶어도 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매일 30명가량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위기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주5일 근무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 돈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은 한 동안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위기 가운데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화해?용서 그리고 사랑의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병든 영혼을 치유하는 치유목회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5. 여가사회와 교회교육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5일 근무제의 단계적 도입, 여가산업의 급성장, 여가장면에서는 민족정체성 정치 등으로 말미암아 여가사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부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주5일 수업제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일탈과 범죄 그리고 왕따 등으로 청소년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지 오래다. 주일 하루만 자유 시간을 갖는 상황에서도 청소년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면, 주 이틀 동안의 연속적이고 규칙적인 휴일을 갖게 된다면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반 사회교육은 창조성과 자발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전환 된지 오래다. 논술, 회화 위주의 외국어교육, 특수목적 교육기관 신설 등이 그러한 변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변동으로 초래된 새로운 상황 앞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교회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교육위기는 사회보다 더 심각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획일적인 주입식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강조하는 창조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주일학교 교사와 성직자들이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주일학교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교육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성경공부를 통해서 주일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교육방법을 개혁해야 한다.
다음으로, 인지적인 교육에서 체험적인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성경공부를 통하여 모세와 마가의 삶과 신앙을 일방적으로 학습하고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암기하는 것은 한국교회와 주일학교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주일학생들이 모세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마가의 예수이야기가 나의 예수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체육관에서 가만히 앉아서 역동적인 농구경기를 보기만 하는 관람신앙에서 길거리로 뛰쳐나가서 내가 직접 3대3으로 농구를 하는 체험신앙으로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교육내용의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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