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산(大雲山)에서..

[고영훈]

   지난 5월 대운산 철쭉제가 열리던 그날 이후 주말이면 대운산을 즐겨 찿았습니다.
   해발 700m가 조금 넘는,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깊은 계곡과 그 사이에 나타나는 수려한
   연못과 폭포, 그리고 무었보다 집에서 승용차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척에 있는 곳이라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찿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울산의 12경이기도 한 대운산 계곡은 또한 주위 경관이 아름다워 사철 등산객들이 붐비는
   우리 지역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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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운산으로 향하는 도중 맨 처음 지나치게 되는 상대 제1공영 주차장에는 최근에 건립한 가요
          작사가 차경철의 노래말 비(碑)가 세워져 있습니다.
          작사가 차경철은 1936년 온양읍 망양리 출신으로 1960년대 유행했던 노래‘창살없는 감옥'을
          쓴 사람인데 노랫말비 뒷면에는 그에 대한 소갯글이 적혀있습니다.


          차 경철(익준)은 1936년 온양읍 망양리 출신으로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내고 부산으로 이거하여
        학업을 마치고 도미도 레코드사에서 많은 활동을 하였다.
        남원땅에 잠들었네, 아리랑처녀 등 50여 편이 발표되었다.
        그 대표작 '님' (창살 없는 감옥)은 6.25 전쟁 당시 전선으로 떠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애틋한 
        사랑과 연인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표현한 노래로서 1962년에 발표되어 다음해 '창살없는 감옥'
        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1994년 8.14 한국방송공사에서 방영된 광복 50주년 감동음악회에 
        선곡된 가요로 지금까지 대중 속에 애창되고 있는 한국가요사에 기념비적 작품으로 여기에 비를 
        세운다.


                      온양읍지 편찬위원장 우병규 글을 짓고
                      온양읍지 편찬위원 차현철 기획하고
                      전 울주교육청 자문위원 윤영출 글을 쓰다.





          대운산 내원암 계곡은 온양읍 운화리에 있는 대운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계곡은
          도통골 골짜기의 계곡과 대원암 주위를 흐르는 계곡으로 나뉘어집니다.
          또 이 계곡에는 초가집만한 바위를 주위에 둔 소(沼)가 있는데 이 소를 '애기소'라 부릅니다.




          대운산 철쭉제 하던 날.
          옅은 가랑비..




          온통 분홍빛깔의 산철쭉꽃 일색인 대운산 제2봉 정상..




          문득 고개 들어 쳐다본 하늘..




          저 멀리 아스라히 뻗어있는 백두대간의 끝자락..




          둥글레꽃








          큰애기나리 군락..








          은방울꽃..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방울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길잡이(이정표)는 있어도
          길동무는 없는 길.

          걷는다는 것은 침묵을 가로지르는 것이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음미하며 즐기는 것..




          나무들 사이에서 두런거리며 들려오는 바람소리.
          그 설레임을 즐기기 위해 샛길로 접어 듭니다..




          비 온 뒤 상대마을에서 본 대운산.
          구름 속에 가려있던 대운산 능선이 햇살에 비껴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후두둑, 쏴..
          내리던 빗줄기가 금방 그치더니 산허리를 타고 안개가 피어오릅니다.
          이 계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어디선가 날아온 곤충 한 마리가 힘에 겨운 나그네를 위하여 길 안내를 자청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훌쩍 날아서 저 앞에 앉아 있고, 다시 가까와지면 또 저만치 앞서 앉고..
          작년, 가덕도 연대봉을 내려오면서 길가에서 이놈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와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에는 무척 흔히 볼 수 있던 곤충이었으나 지금은 멸종 위기 목록에 올라가 있는
          '길앞잡이'란 놈입니다.
          대운산 갈 때마다 길앞잡이를 한 두번 정도 보았는데 이 길앞잡이는 우리나라 곤충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마치 칼날과도 같이 생긴 반달 모양의 두 이빨이 무척 날카롭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의 산길에서 늘 마주치곤 했습니다.




          파리매 한 마리..
          나비나 등애 등을 단숨에 가로채는 곤충계의 무법자입니다...








          노린재..




          복날 더위가 더욱 심하온데
          형체(兄體) 어떠하오시니잇가.
          제(弟)는 서증(署症)으로 앓고 지내옵다가
          요사이야 저으기 낫사오나 더위가 너무 괴롭사오이다.
          마침 주효(酒肴)가 있삽기 통(通)하오니
          산수 좋은 곳에 가
          탁족(濯足)이나 하오면 어떠하리잇가.
          옛글에 일렀으되 관(冠)을 벗어 돌벽에 걸고
          이마를 드러내어 솔바람을 쐬인다 하얏사오니 이 아니 상쾌하나잇가.
          자세히 기별하옵소서.


          즉일(卽日) 제(弟) 아모 배(拜)



          무더운 여름날 마침 좋은 술과 안주가 있기에
          산좋고 물맑은 곳에 가 탁족이나 다녀오자는,
          정겨움으로 가득한 글의 내용이 우리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듭니다.

          탁족(濯足)을 말 그대로 풀이한다면 발을 세탁한다는, 즉 발을 씻는다는 것인데
          옛사람들은 위의 편지 내용처럼 여름날이면 탁족을 즐겼다고 합니다.
          발은 온도에 민감해 찬물에 담그면 금방 온몸이 시원해질 뿐만 아니라
          흐르는 물이 발바닥을 자극하면 건강에도 좋다고 하여 선비들 사이에 여름나기 방법으로
          널리 유행하였다하며 마치 요즘 사람들이 모임을 통해 야유회를 가듯,
          계(契)모임의 한 형식으로 탁족회가 많이 열렸다고 합니다.


          잠시 옛사람이 되어봅니다..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꽃을 피운다고 했습니다.
          높게높게 하늘 위로 피어오르는 그리움과도 같은 꽃..




          산길을 걷다보면 시간에 대한 일체의 감각이 사라져 버립니다.
          기울어가는 봄날의 나른한 빛 속에서 시간을 거슬어 올라가며 길을 재촉합니다.








          만보등산로를 따라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의 맑기가 수정같습니다.
          대운산 계곡에서 발원한 물은 남창천으로 내려가 굽이굽이 회야강으로 접어들고 마침내는
          우리마을을 지나 드넓은 바다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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