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漢南正脈)
백두대간 속리산(천황봉 1,508m)에서 서쪽으로 분기한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은 충청도 보은 청원 괴산 음성군을 차례로 거치고 경기도 안성으로 들어온다. 충북 진천군과 접한 안성시 죽산면 칠장산(492m)에서 다시 남과 북으로 산줄기를 나누는데, 남으로 금북정맥을 보내고 북으로 남한강의 남쪽 울타리를 치면서 한강의 하구인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남정맥인데, 칠장산분기점에서 문수산을 거쳐 한강하구까지 신산경표에서는 178.5km로 거리를 기록하고 있다.
산경표의 표기를 살펴보면,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칠현산(七賢山) (청룡산으로 금북정맥을 따로 보내고) - 백운산(白雲山) 구봉산(九峯山) 대소곡돈현(大小曲頓峴) 성륜산(聖倫山) 수유산(水踰山) 부아산(負兒山) 보개산(寶盖山) 석성산(石城山) 객망현(客望峴) 광교산(光敎山) 사근현(沙斤峴) 오봉산(五峰山) 수리산(修理山) 오자산(五子山) 소래산(蘇來山) 성현(星峴) 주안산(朱安山) 원적산(元積山) 경명산(鏡明山) 북성산(北城山) 가현산(歌絃山) 약산(藥山) 문수산성(文殊山城) (밑줄은 현재 이름이 남아있는 산)
한남정맥 산줄기를 이루고 있는 산과 그 높이를 보면,
칠장산(492.4m) 관해봉(457m) 도덕산(366.4m), 국사봉(435m), 달기봉(415.2m), 구봉산(463.9m), 문수봉(403.2m) 함박산(函朴山 349.3m), 부아산(負兒山 402.7m), 석성산(471.3m) 할미성(349.7m), 매봉(鷹峰235.3) 형제봉(448.1m), 광교산(光敎山 582m), 백운산(565.8m), 수리산(修理山 469m), 수암봉(398m) 성주산(聖住山217m) 철마산(202m ,164.9m, 221m) 계양산(桂陽山 394.7m) 가현산(歌弦峰 215m) 문수산(376.1m) 등이고,
광교산과 백운산이 겨우 500m를 넘길 뿐 대부분이 200~400의 낮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서해안의 넓은 평야지대와 더불어 수도권 개발영역에 포함되어, 남한 9정맥 중 가장 개발이 활발한 곳이다. 바꾸어 말하면 9정맥중에서 산줄기의 훼손이 가장 심한 곳이라는 얘기가 된다.
영동, 경부, 서울외곽, 경인, 신공항 등 여섯 곳의 고속도로와 경부선, 경인선의 철도가 정맥을 관통하고, 죽전 수지지구 등 대규모아파트 단지, 골프장에다 군부대의 철조망까지, 차 떼고 포 떼고 하면 그야말로 제대로 밟을 마루금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 개발은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인류 문명이 유지되는 한 한번 없어진 산줄기가 살아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크레인은 떠 주고 덤프트럭은 받아내면서 산줄기의 형태가 변하고 있을 것이며 무수한 눈과 잔머리들이 또 어디를 어떻게 파먹을까... 돌아가고 있을 터이다. 한 봉우리라도 더 없어지기 전에 두발로 밟아볼 일이다.
※종주 지형도 도엽명
50,000 : 안성 용인 수원 안양 인천 김포 개성
25,000 : 옥림, 통진, 김포, 계산, 인천, 소사, 안양, 군포, 수원, 능평, 용인, 좌항, 안성,죽산
2006.10.15 (일)
산길 : 칠장산~관해봉~도덕산~국사봉~구봉산~두창리고개......(21.9km)
사람 : 장산 조은산 & (낙동산악회)
시간 : 03:45~12:10 (8시간20분)
한북정맥하면서, 부산에서 들머리까지 등을 댄 낙동산악회 편을 그대로 이용키로 한다. 산악회의 진행 계획은 20km를 조금씩 웃돌면서 8개구간으로 끊어놨다. 가장 시시한(?) 정맥이다보니 참가 회원수가 급감하여 채 스무명도 되지 않는다만 낙동산악회는 한남을 끝으로 9정맥을 완주한다는 목표가 있어 기름값도 안나오는 인원이지만 강행을 한다. 그 모자라는 인원수를 우리 몇이 채워주니 서로가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인가도 모르겠다. 단풍에 결혼까지 시즌이 시즌인지라, 차포 다 빠지고 장산과 둘이서 간다.
(시간표)
03:45 칠장사
04:22 칠장산
04:50 도덕산
05:27 38번국도
06:40 삼죽면 사무소
08:52 가현치
10:06 달기봉
10:57 구봉산
11:05 석술암산 갈림길
12:09 두창리 고개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七長里) 七長寺
칠장산에 있어 칠장사인지, 칠장사가 있어 칠장산이 된건지 모르겠다. 암만 그래도 산이름이 먼저 겠지 싶은데 국토지리원의 산 이름 유래는 ‘산에 칠장사라는 절이 있다 하여 칠장산이라 부른다’ 로 되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산상봉으로부터 큰 준령 7개가 뻗치였음으로 칠장산이라 칭하였음’ 인데 그나마 조금 낫게 들린다만 절집 현판은 ‘칠현산칠장사’다.
수피령까지도 한숨에 달리던 낙동뻐스는 두시반이 채 안되어 칠장사 마당에 도착을 한다. 너무 일러 한 시간을 더 잔다. 다음부터는 부산 출발을 한시간 늦추기로(23:00) 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넓은 절마당은 고요하다. 어둠속에 웬만한 빌딩 높이는 될듯한 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있다. 일주문은 주차장 한켠으로 밀렸다. 밀린게 아니라 일주문을 그대로 둔 채 주차장을 옆으로 넓혔으니 그렇게 된거겠지만. 나무위에 눈썹같은 초승달이 걸렸다. 산속에서 보는 별은 어디든 초롱초롱하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들끓는지는 몰라도 운동장만한 주차장도 모자라는지 위쪽에 하나 더 있다. 제2주차장으로 올라서면 절 마당을 우측으로 보며 칠장사소조사천왕 안내판을 본다. 어두워 읽을수는 없다. 시멘트계단을 올라가서 왼쪽으로 [라한전 혜소국사비] 앞으로 지나가면 산으로 들게된다.
고도가 없는데도 초장부터 산죽밭을 지난다. 바닥에는 흙이 콩가루 처럼 깔려있다. 10여분 오르니 우측 능선위 나무사이로 후래쉬 불빛에 반사되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한남금북 정맥길이다. 잠깐 더 오르면 그쪽(우측)으로 갈라지는 길이 보인다. 칠장사 북쪽 능선으로 걸미고개를 지나 이름도 요상한 바카프미산으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이 된다. 외국에서 수입한 봉우리는 아닐텐데 대구의 치키봉, 한북의 챌봉...과 마찬가지로 명쾌한 답은 아직 못 구했다.
더 오르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대로 직진하면 3정맥 분기점이 나오고 우리는 우측 칠장산으로 곧장 오르는 길로 간다. 다들 겉옷을 한꺼풀 벗어 넣는다. 시월의 새벽이지만 아직 여름공기가 그대로 남아있어 잠깐 움직여도 땀이 흐른다. 잠시 평탄하다가 다시 오름길로 변한다. 새벽 예불이 시작되는지 목탁소리가 들린다.
[←칠현산정상 녹배고개→] 이정표를 만난다. 정맥능선이다. 절에서 23분 걸렸다. 우측으로 틀면 바로 헬기장에 오른다. 넓은 헬기장 한켠에 정상석이 놓여 있다. 다들 배낭을 내린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은 2~3분 정도 더 나가야 있지만 공간이 협소해 여기다 정상석을 놓은 모양이라. 낮이면 조망이 훤하겠다만. 남쪽으로 어슴프레 보이는게 칠현산인가 보다.
칠장산 (△809재설 492.4m)
안성시 삼죽면 죽산면 금광면의 꼭지점으로 3면봉이 된다. 안성(죽산 금광면)은 충북 진천군과 접하고 있어, 경기도의 동남쪽 울타리가 되는데 여기서 서북쪽 끝인 김포까지 경기도를 대각선으로 횡단하게 되는 셈이다.
삼각점과 정상표지판도 걸려 있는데, 한남정맥은 삼각점 뒤쪽으로 나있는 희미한 길로 들어야 된다. 길은 서쪽능선으로 향하는 길이 더 뚜렷해 선두 몇몇은 이미 그쪽으로 한참 내려갔다. 리본도 잘 안보여 올라선 자세 그대로 진행하면 정맥길을 놓치기 십상이다.
졸지에 선두가 되니 거미줄 덮어쓰며 진행한다. 갈림길 들머리만 어둑했지 들어서니 길은 뚜렷한 편이나 안개가 스멀스멀 깔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 산을 감싼다. 어둠속이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낙엽덮힌 길이라 부분적으로는 어문데로 발을 자주 들여놓는데 안개 물방울이 후레쉬 불빛마저 차단을 해버린다.
왼쪽에 있던 철조망이 언제부턴가 우측으로 옮겨갔다. 시멘트 말뚝도 보인다. 군부대는 아닌거 같은데 개인의 영역치고는 아주 넓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몇 개를 넘어도 철조망은 이어진다. 지척을 분간 못하며, GPS 화면에 의존해 나간다. 꼭지를 생략하고 좌측사면으로 돌아가는 여기가 아마 관해봉(457m)쯤 되리라 싶다.
어디가 어딘지 보이지도 알 수도 없다. 한참을 간다. 봉우리를 몇 개나 넘었는지 모르겠다. 안개속에서 부지런히 누가 잡으러 오는양 분주히 나간다. 그만큼 기복도 없다. 철조망은 계속 따라온다.
도덕산 (△365.3m)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다시 오르고를 앞이 터지기만 고대하며 걸음질을 계속하다 문득 팻말이 눈에 띈다. ‘경인산사랑 도덕산’ 나무팻말이 돌에 걸려있다. 칠장사 출발 한 시간이다. 도덕산은 급하게 쳐 올랐다가 정상 찍기가 무섭게 오른만큼 떨어진다. 낙동에서 빼먹은 도덕산을 한남에서는 제대로 넘어간다.
언제나 똥구녕을 찌르듯이 뒤따라 붙는 장산인데 오늘은 한참이나 뒤쳐진다. 알고보니 안개 속에, 안경유리에 서리가 맺히니 보이는게 거의 없는 모양이라. 안경 쓴 사람의 고충을 안경 안 쓴 내가 우찌 알겠노. 능선이 우측으로 휘어지는 듯 하더니 가느다란 로프를 잡고 내려서니 비포장 임도다.
05:15 녹배고개
건너편 들머리가 어딘가 난감한데 우측으로 몇걸음 옮긴 장산이 여기라고 가리킨다. 눈도 어더븐 사람이 길은 우찌그리 잘 찾는지~. 비탈을 올라서니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무명봉을 넘고 내림길에서 앞이 트이는 묘터가 나오니 순간 난감해 진다. 어둠속이라 밟은 흔적 찾기가 쉽지 않다. 묘 왼쪽 능선이 정맥이라 계산하고 이리저리 헤집으니 길이 나온다. 마지막 도로에 내려서기 직전에도 잠시 숲속을 헤맨다.
05:27 38번국도 (138m)
공사장을 통해 나오니 4차선 아스팔트길인데 높은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있어 무단횡단이 쉽지 않다. 야간이라 통행량이 적어 그런대로 넘어가지만 낮에는 거의 불가하겠다. GPS 트랙은 우측으로 우회하고 있는데 아마도 우측으로 굴다리나 횡단로가 있는 모양이다. 중앙분리대 아래로 배낭을 먼저 밀어넣고 바짝 수그려 통과한다.
죽산 만남의 광장
화장실과 자판기에만 불이 들어와 있고 식당은 아직 안 열렸다. 정맥길에서 드물게 점잖은 자세로 화장을 하고 자판기커피 한잔 하는중에 식당에 불이 들어온다만 아침식사는 7시 반이나 되야 된단다. 식당을 겸한 휴게실매점에는 오만거 다 판다. (후미 올 때까지 휴식 ~06:20)
어둠이 걷히는 중이라 해드랜턴 말아넣고, 화장실 앞을 지나 묘터로 올라간 길이 보여, 별다른 대책도 없고해서 올라가보니 마루금과 만난다. 묘를 지나 오르면 능선길인데 직진길은 널찍하고 뚜렷하나, 정맥길은 U턴 하다시피 좌측으로 틀어야 된다. 우측은 내림길이고 좌측은 비스듬한 오름길이다.
날은 완전히 셌다. 휴게소에서 15분, 앞쪽으로 트이며 죽산면이 보인다. 한글로 새긴 파평윤공선오지묘 뒤를 지나 다시 묘 한기 지나면 좌측으로 능선이 갈라지나, 직진한다. 붉은벽돌 담장이 보이면 그쪽으로 붙는다. 면사무소 뒷 담장을 통해 마당으로 내려선다.
06:40 삼죽면 사무소 (120m)
큰 마당 앞쪽엔 면사무소, 우측에는 복지회관이다. 마당을 통해 정문으로 나오면 2차선 아스팔트도로. 버스가 지나간다. 우측으로 20m 올라가면 삼거리다. 좌측 용인 원삼(70번 지방도) 방향으로 들어간다. 삼죽초등학교 들어가는 길인데 삼거리 양쪽으로 오만 간판이 다 보인다. 모텔 다방 식당은 건너편에, 왼쪽 입구엔 ‘안성맞춤의 도시 안성시’ 덕산낚시터 뜨락 석양아구찜 ... 누군가의 안성탕면 얘기를 듣고서야 ‘안성맞춤’을 떠 올린다.
안성맞춤의 유래
안성은 유기제품을 장인정신과 뛰어난 솜씨로 만들어 품질이나 모양등 기교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시켰기에 '안성맞춤'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안성 유기가 유명한 것은 서울 양반가들의 그릇을 도맡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안성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유기를 만들어 판매하였는데 하나는 서민들이 사용하는 그릇으로 '장내기'라고 하였고, 다른 하나는 관청이나 양반가의 주문을 받아 특별히 품질과 모양을 좋게 만들어는데 이를 모춤(마춤)이라하여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겨났다
전방에 둑을 보며 아스팔트 도로따라 진행하면 삼죽면 노인회관 앞을 지난다. 정면에 보이는 덕산저수지 뒤로 곧장 도로를 따라가면 가현치로 바로 가겠다. 멀리 산중턱에 ‘아가월드’ 대형간판이 보인다. 시골의 아침이 조용히 열리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에서 ‘뜨락’ 식당 뒤쪽 시멘트길로 들어가는데 간판에 적힌 ‘곤드레나물밥’에 군침이 돈다. 문이나 열렸으면 바로 들어가겠구만 아직 열린 기척이 없다. 축사가 보이며 왼쪽 능선으로 올라서면 축사 옆으로 돌아가는 마을길이다.
마을길 안부
좌 강촌, 우 밭태종 마을이다.
마을길을 잠시 따르다가 우측 산으로 올라선다. 삐삐선 뭉치가 길을 따라 함께 가는데 이리저리 타넘느라 신경이 쓰인다. 삐삐선에 정신이 팔려 땅만보며 가다가 문득 아스팔트길로 나선다.
Y자형 아스팔트 도로. 우측 오름길로 가는데 뒤돌아보니 해가 솟고 있다. ‘노인복지관 마음의쉼터’를 지나고는 너도나도 밥먹고 가자고 아우성이다. 지형도상 우측으로 뒷산(△269.4)이 보이나, 아스팔트를 따르다보니 지나쳤는데 도로 바로 옆이라 일부러 올라갈 일이야 없을 듯하다. 아스팔트길에서 산길로 붙기직전 도로에 넓게 둘러앉는다. 곧 포장이 끝나는 도로라 지나는 차는 전혀없다. (07:15~07:40 아침식사)여기가 턱골고개쯤 될라나...
아스팔트 옆 축대를 통해 산길로 오른다. 뚜렷한 길을 따라 잠시 나가면 왼쪽 아래로 임도가 보이더니 그 임도로 내려서게 되고 앞쪽에 보이던 송전철탑 아래로 통과한다. 완만한 오름길은 국사봉으로 향한다.
08:10 국사봉(國師峰) 갈림길
오름길 따라 그대로 오르면 국사봉이고 정맥은 우측으로 북쪽이다. 국사봉은 별 볼일 없다(?)는 정보에 따라 생략키로 한다. 모퉁이 나무에 페인트통이 걸려있어 지나는 사람마다 두드리며 간다. 북쪽으로 방향이 바뀌며 좌측은 안성 보개면이 된다.
08:22 덕재
펑퍼짐한 안부. 한쪽에 깔끔하게 쌓은 돌무더기가 보인다. 지형도상 ‘덕재고개’로 보인다. 2분 후에는 억새 무성한 헬기장을 지난다. 지형도의 상봉(340m)은 표기 위치도 애매하지만 그렇다할 특별한 지점도 찾지 못하고 불식간에 지난다. 산중에 자란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가 널려있다. 작은 밤톨이 들어 있는데 작은게 맛은 더 있단다. 고도차가 거의 없어 신나게 내뺀다.
08:52 가현치 (212m)
삼죽면 사무소 앞에서 덕산저수지 옆으로 이어진 아스팔트 도로다. 아마도 ‘뜨락’에서 도로따라 그대로 직진했으면 바로 여기로 이어지겠다. 좌 보개면, 우 삼죽면의 경계이면서 보개면쪽으로 ‘공원묘지 진출입로 100m' 팻말이 보이는데 ’천주교 수원교구 공원묘지‘다.
건너편 수레길로 들자말자 좌측으로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겠냐는 듯이 얽혀있는 칡넝쿨 사이로 살짝 열린 산길이 보인다. 우거진 비탈을 헤치고 올라서면 공원묘지의 시멘트길로 올라서게 된다. 묘지 상단부다. 왼쪽으로 넓게 공원묘지가 펼쳐진다. 맨 상단에 위치한 묘지 사잇길로 나가니 길은 아래로 향해, 묘지 구내도로를 따르는거 보다는 우측 산길이 나을꺼 같아 숲을 헤치며 마루금으로 붙는다.
마루금은 공원묘지를 우측으로 휘감아 도는데 지저분하기가 이루 말할 수없다. 온갖 쓰레기가 널린 지뢰밭이다. 묘가 마루금까지 올라와 있어 묘터에서 쓰고 남은 제물과, 급하신 분들의 밀어내기 등으로 엉망에 진창이다. 이런줄 알았으면, 조은 구내도로를 따르는 편이 낫겠다. 구내매점에서 식수보충도 가능하다.
09:15 △347.2봉
산불초소 흔적의 뼈대만 남은 철제받침대와 삼각점. 그리고 넘어진 측량용 말뚝이 있다. 왼쪽으로 꺾여 내려가는데, 여기서 우측이 용인시(백암면)가 된다. 진도도 빠르지, 부산 촌넘이라 안성도 생소했는데 어느새 용인이라니. 마루금 좌측은 안성이 잠시 더 이어지다가 구봉산 전 465봉을 지나면 온전히 용인시로 들어간다.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서 묘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야 된다. 무심코 나 있는 길따라 직진하면 다른 능선이다. 공원묘지 안쪽 도로에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산길로 오른다. 건너편 철탑이 목표다. 연두색철망 울타리 옆길에 올라서면 우측 아래엔 쑥부쟁이 군락이 아예 밭을 이룬다.
09:23 공원묘지 끝부분
우측전방 송전탑 그 뒤로 건너편에 보이는 골프장은 지형도상 정배산(279m)이다. 다시 숲 그늘로 들게되고 잠깐 간격으로 좁은 안부 고갯길을 두개 넘는다. [번호108 정창진씨 텃밭]팻말이 있다. 잠시 임도길로 내렸다가 송전철탑 아래로 통과하는데 이 동네 철탑은 특이하게 기둥이 원형이다. 다시 철탑에서 20분이면 나무 벤치가 있는 체육시설을 만나고, 내려가면 황새울 안부다
09:53 황새울 안부
[↓황새울 ←안성보개 ↑구봉산] 이정표가 걸렸는데 황새울이란 우측 석천리 황새울 마을을 말한다.
구봉산쪽으로는 통나무 계단길로 급한 비탈이나 12분이면 달기봉 정상목을 만난다.
10:06 달기봉 (413m)
정상표시목이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데 올라서면 능선은 좌우로 이어지고 정맥은 우측이다. 나무로 엮어 만든 긴의자에 잠시 엉댕이를 놓았다가 급한 내림길로 올라 온 만큼 떨어지고, 다시 직전의 달기봉 오름길과 같은 길을 다 올라가면 465봉이다. 달기봉 보다 50m 더 높은 봉이다.
10:37 465봉
우측으로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와 소나무에 ‘465봉’ 팻말이 달려있다. 오름길에는 통나무 계단길과 로프가 걸려있는걸 보니 구봉산 일반등산로쯤 되는 모양이다. 여기서 좌측(남)으로 이어지는 능선따라 안성과 용인의 시경계가 따라가고, 우측으로 가는 정맥길은 용인시로 들어간다. 2분 거리에 번호판독이 안되는 삼각점이 있다. 삼각점 뒤로 내려서면 펑퍼짐한 공터가 있어 배낭을 내리고 둘러앉아 숲속 노래자랑을 연다.
10:57 구봉산 (九峰山 △안성24 463.9m)
정상부는 등로에서 왼쪽으로 5m 가량 벗어나 있고 [구봉산] 나무 팻말이 걸려있다. 봉우리가 아홉인지 모르겠다만 구봉산은 흔한 이름이다. 우리 국민학교 교가가 ‘구봉산 정기맺힌~...’ 이고, 중고등학교 교가도 무슨산 정기가 맺혔던거 같다. 교가마다 산정기가 맺힌걸 보면 당시엔 산줄기 정기를 서로 받으려 했나본데, 보다 중요한 백두산의 정기가 대간 정맥을 타고 온 나라 구석구석까지 맺힌거는 어이 몰랐을꼬?
3분 거리에 나무벤치가 나온다. 얄팍한 책이나 한권 들고 앉았으면 싶은 자리다. 다시 3분 거리에 석술암산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은 석술암산이고, 좌측 태영CC쪽이 정맥이다. 정면에 큰 바위가 있어 어문데로 들지 말라는 듯 주의를 환기해 준다.
11:05 석술암산 갈림길
내림길로 [원삼면죽능리(둥지박물관) 가는길] 팻말도 있고 굵은 로프도 달려있다. 이제 내려서면 끝이나는 분위기다. 고도가 팍팍 떨어지며 10분을 내려서면 좌측으로 마을 건물들이 희끗희끗 보이기도 한다. 마을 저수조 인지 시멘트 구조물을 지나고, 통나무로 만든 멋진 전원주택이 보여 일부러 그 집 마당으로 발길을 들인다. 지형도상 둥지농원으로 표기된 마을의 상단부다.
이어지는 산길은 거진 산책로다. 우측으로 두창저수지 갈림길을 지나고, 길가에 삼각점이 박혀 있는데 △282.7봉이다. 좌측으로 뚜렷한 길은 죽능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맥길은 계속 이어진다.
11:58 드디어 전방으로 조망이 트이며 두창리의 누런 들판이 보인다. 접시레이다를 여러개 달고 있는 건물은 극동기상연구소다. 낮으면 낮은대로 손가락 지능선이 갈라져 쉽지 않다. 우로, 또 좌로 능선을 갈아타는데 리본이 달려 있어 제대로 살피기만 하면 마루금을 놓치지 않는다.
12:10 두창리 고개 (140m)
조은눈으로 잘 살핀 덕에 어긋나지 않고 정확하게 고갯마루에 안착했다. 건너편으로 아스팔트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용인시 원삼면 두창리다. 2차선 아스팔트로 용인 백암면과 원삼면을 잇는 318번 지방도로다. 우측 이정표에 [백암 4km]가 보이는데 백암은 울진에만 있는게 아니다. 귀가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시간상으로는 두세시간 더 할만도 하겠다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이다.
도상거리 = 21.9 km
Cartographic Length = 24.29 km
Total Time: 08:20
- 부산山사람들 조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