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은 날의 애한(愛恨)·2
정신이 걸신들어 마음이 늘 애닯아
언제부턴지 모르게 문학의 길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쓴 술 한 잔의 슬픔이
어스름한 밤
하도롱빛 뺨 가득히 고이는
어느 노동자 삶의 의미를 알고자 했었다.
문학을 이만큼 아니 요만큼
그렇지 않으면
세끼 밥 먹는 것보다 더 좋아
시간나면 책들을 사 들인다
남들은 미쳤다고 비웃었지
보지 않는 책들 뭣하러 사냐고
허나 꿈을 좇는 청심(靑心)은
옆에 두는 것만으로 즐거워 하였다지
무엇인가 꼭 빈 것 같은 허전함
가슴에 휘몰아 올 때
다락에 묻어둔 시집들
닳을까 때묻을까 조심조심 겹쳐 있는 끝 펴고
상상(想像)과 몽상(夢想)이 뭉쳐지면
주인공과 만나고 대화하여
멀리 있는 고향(故鄕)도 째금 생각해 보아서
그래서 그나마 행복(幸福)이란 걸 만끽했나봐
어느 날 문득
진솔한 사랑이 뭔지 모르는 인성(人性)이
야멸스러워 야밤에 목놓아 울었다.
삶을 버리고
무지하게 좋아하는 문학마저 두고
조용한 산
다람쥐·산토끼·산가재·산새·꿩·산비둘기
그리고 뻐꾸기·소쩍새랑
친구하고 지내기로 했다지
산을 쏘다니다 보니
진달래·잣나무·밤나무·들국화·산야초와
친하여 졌고
시원하고 달콤한 바람이
늘 쓸쓸한 혼을 감싸주었는데
그래도 사람이 꿈꾸던 것이 뭔지
째금 눈물을 흘리곤 하였다나
그러다가 그만
산 속의 모든 것 다 버리고 내려와 버렸대나
지금쯤 쓸쓸해 하겠지
또 다시 어둠에 파묻히고 있어
막 시집들을 끌어 모으고 문학이 늪에 빠지지
밤이 오면 한 움큼의 목마름이 스며오겠다 그지
추억(追憶)을 위하여 목타는 소주를
소주는 한 잔의 웃음을 잉태(孕胎)하고
푸른 우주를 마시네
우주는 한 잔의 커피가 되거늘
커피는 어둠을 슬금슬금 몰고와
살아 움직이는 자수의 문양으로 수를 놓고
오늘이 가면 내일이 맹독니에 물려
펄쩍펄쩍 뛰며 올 걸
걸레처럼 흐느적이는 별들이 시약병(試藥甁)으로 떨어지고
밤 하늘가 현대 양식(糧食)모양 양심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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