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9월 2일
시골에서는 언제나 일찍 눈이 떠진다
대전 식구들이 늦잠자지 않는지 전화를 건다.
몸이 좋지 않은 안사람이 전화 소리에 늦게 반응한다
“여보, 몸은 어때 ? 일어나야지. 충희도 깨우고, 오늘 하루도 잘 지내요”
아프던 내 몸도 일을 했더니 더 아프다. 기침을 할 때 가슴이 울린다.
‘타박상, 그 거 오래 가네. 오늘 일하기 어렵겠는데...’
아침 식사 후 몸을 일으키기 싫다.
‘오늘은 조금 쉬자. 그 대신 쉬운 일은 없나 ?’ ‘그렇다, 그 걸 하자’
삼성 어린이들에게 공급할 나무를 잘라야 하는데 창고도 없고, 마땅한 장소가 없다. 그래서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무조각아 튀어 비닐에 구멍을 내면 하우스가 못쓰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비닐하우스 안에 다시 하우스를 만들고 그물을 씌우기로 했다.
내 재주로 만들기 어렵겠지만 해보는 수밖에....
설계도를 그려보니 그럴듯하다.
필요한 물건이 하우스 파이프 등 몇가지가 있다.
되던 안 되던 저질러 보자.
또 한가지, 표고버섯을 건조할 건조기가 없다
애써 기른 표고가 가을 볕에서는 잘 마르지 않고 색깔도 예쁘지 않아 건조기를 사야 한다.
이리저리 전화를 해보니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
신일건조기를 주문하니 오늘 중으로 설치해준단다. ‘그 거 신통하네’
당장 쓸 건 아니지만 얼른 보고 싶어 주문을 한다
“그 거 얼마입니까 ?” “230만원까지 해드릴게요” “좀 더 깎아줘요”
“안되는 건데 5만원 깎아들리게요” “그렇게 하지요”
말 한 마디로 5만원을 벌었다. 기분이 괜찮다.
점심때까지 온다니까 기다려야겠다.
정산에 나와 치수대로 파이프를 사고 몇가지 물건을 샀다.
어차피 혼자 살려면 이것저것 해보고 배워야 한다.
이럭저럭하다보니 어느새 점심 때, 시간은 참 잘 간다.
드디어 건조기가 왔다
30잠박을 넣을 수 있는 큰 거다.
건조기를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여자들이 살림을 장만할 때 기분이 좋다더니, 내가 그 기분이다
뚝딱하고 설치하고 떠난 뒤, 기분 좋은 김에 밤을 주으러 나섰다.
2시간을 주으니 5시다.
수매장에 빨리 가야 한다
이제 시작인데 9월 한 달은 내내 주워야 한다.
반 자루씩 세 개를 싣고 광생리 수매장으로 갔다.
아직 밤이 많이 나지 않아 한산하다
특 4500원, 대 3500원, 중 1500원, 소 800원.
추석 전이라 비싸게 사준다.
추석이 지나면 뚝 떨어질테지.
내 밤이나 다른 사람 밤이나 작기는 마찬가지다
올 여름 더위와 가뭄이 그렇게 만들어 놨다
거래명세표를 받아보니 중량 61kg, 161,800원 정이다
꽤 괜찮다. 시원치 않은 밤을 주고 그만큼 받으려니 생각을 못했다
됐다 이제는 대전에 가야지.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가자, 마누라와 애들이 기다리는 대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