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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초등생… 싸움 말리는 女교사 폭행
•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12.17 00:44
평소에도 침 뱉고 욕설 일쑤 교사들, 체벌금지라 속앓이만
"우리 애, 원래는 안 이랬다" 학부모는 오히려 교사 탓 해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S초등학교 5학년 서모(58) 여교사는 교실에서 김지석(가명·11) 학생이 친구들과 싸우는 것을 말리다가 오히려 김군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현장을 목격한 교사는 "지석 학생이 싸움을 말리던 서 선생님 머리채를 잡고, 온풍기 앞으로 밀쳤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심지어 서 교사 얼굴을 때려서 피를 흘렸다"고 말했다. 현재 서 교사는 제자에게 맞은 충격으로 병가(病暇)를 내고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다.
교사들은 김군의 경우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하면 교사를 향해 침을 뱉거나 욕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들의 학생 체벌이 금지돼 있고, 여교사들은 김군을 힘으로 이기지 못했다. 한 교사는 "서 교사를 폭행한 김군 학부모는 오히려 '우리 애가 원래는 안 이랬는데, 지금 담임선생님인 서 교사하고 안 맞아서 이렇게 됐다'며 화를 내더라"고 전했다. 다른 5학년 담임교사는 "폭행사고 다음 날 5학년 교사들이 모여 회의하면서 다 같이 손을 잡고 울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교사들은 그 이유로 11월 말 이 학교에서 발생한 '휠체어 할아버지의 여학생 성희롱 사건'을 꼽고 있다. 성남 수정경찰서에 따르면 학교 주변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1급 장애인 홍모(59)씨가 5학년 남학생 3명에게 "야한 동영상을 볼 여학생들을 우리 집에 데려오면 2만원을 주겠다"고 말했고, 남학생들은 6학년 여학생 3명을 데리고 홍씨 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남학생들은 야한 동영상을 봤고, 홍씨는 여학생들에게 "내 방으로 와 옷을 벗어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여학생들은 "옷을 벗지는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지난 9일 홍씨를 학생들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교장·교감선생님이 경찰에 신고한 교사를 불러 "학교 일을 왜 외부에 알렸느냐"며 심하게 나무랐다고 한다. 한 교사는 "내년 승진을 앞둔 교감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김군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약을 먹으며 치료받고 있다"며 "학부모가 학생을 치료하겠다고 해서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장은 "학교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은폐하려 한 적도 없고, 교감선생님이 승진을 앞두고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학부모는 "학교가 이런 문제들을 쉬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13일 아침 방송조회에서 교장선생님이 '학교 내에서 심각한 패륜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고 한 말과 '학교 주변 휠체어 할아버지를 조심합시다'라는 가정통신문을 돌린 게 학교가 한 조치의 전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