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사도북 종주 후기>
14일 오전 10시경 지부장님 방...
저~ 오늘 특별한 일도 엄꼬 해서 일찍 좀 퇴근 할랍니다
와! 무신일 있나?
그기 아이고.. 지난번 간다 캤다가 몬간 서울 근방에 5개산 종주하로
갈라꼬예..
아! 그랬제. 단디 하고 힘들몬 중간에 내려 오거라이. 아랏제?
예! 알겠심니더. 그라모 댕기 올께예..
내 자리로 돌아와서...
어이! 윤과장 내 점심묵고 퇴근한다이...
와예? 무신일입니꺼?
그기 아있나. 내 산에 좀 갈라꼬
그래예? 조심해서 댕기오이소예
어! 그래 퇴근무렵 내 책상 좀 치우고 컴 좀 꺼라이
예! 알앗심니더.
점심을 묵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배낭을 꾸리고 약속장소로 향한다
불수사도북 종주대원 10명을 실은 승합차는 2시 12분 진주를 출발하여
중부고속국도를 따라 동서울을 지나 남양주로 향한다
오후부터 날씨가 갤 것이라는 예보와 다르게 차창 밖으로 비가 오락 가락한다
이번 종주의 승패는 날씨가 좌우할 것이다.
특히 바위들로만 이루어진 산들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함 가보자 낼은 갠다고 했으니...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잠시 숨을 고른 뒤 차는 이윽고 구리시를 지나
오후 6시경 남양주에 있는 불암산 자락에 대원들을 내려 놓는다
남양주라고 해서 알긴 하였는데 촌놈 서울 올라 오니 영 분간이 안가고
방향감각도 없다
아직도 약해진 빗줄기가 간간히 내려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일행은 근처 식당에 들러 청국장 찌개와 소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한다.
"오늘 일기가 좋지 않으니 소주는 쬐매씩만 잡수이소"
구수한 청국장을 안주삼아 소주 몇잔에 밥 한그륵 뚝딱 비우니
약간의 취기가 올라 산행하기엔 제격인것 같다
저녁을 먹고 배낭과 헤드랜튼을 점검한 뒤 불암산을 올려 보니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고 불암사 뒤로 거대한 바위가 떡 하니 버티어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 일까???
<올려다 본 불암산>
오후 7시 식당을 출발하여 불암사 경내를 잠시 둘러보고 등산로를 찾아
오르니 이내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다
기온과 습기가 높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마와 가슴 골짜기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느낌이 난 항상 좋다.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셨나? 힘이 드네..
<천보산 불암사라고 쓰여 있네요>
불암산 오름 도중 간간히 뒤를 돌아보니 서울인지 어딘지 모를 야경이 펼쳐지는데 정말 환상적이다
휘황찬란한 모습이 지난번 일본에 갔을 때와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불암산 오름도중 본 야경>
비는 그치고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방을을 씻어 내릴 즈음 안개가 자욱하여 길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랜턴 불빛도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고작해야 2~3미터 밖에 비출 수 없으니...
정상이 가까워 질 무렵 큰 바위에 가로 막혀 더 이상 진행을 못한다. 선두가
이리 저리 길을 찾고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가 다시 옆으로 가는 등 우여 곡절을 겪은 후 불암산
정상(해발508미터)에 도착하니 세찬 바람에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1시간이면 충분한 것을 안개 때문에 배나 더 걸렸다. 5산중 1산의 정상을
밟았다
<불암산 정상 삼각점-태극기는 안개로 찍히지 않더군요>
잠시 휴식한 뒤 다음 목적지인 수락산으로 향한다. 비는 그친 것 같은데 하늘에 구름은 잔뜩 끼여 있어 비가 언제 내릴지 모를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지점인 덕릉고개를 지나 10시경 잠시 휴식을 한다
누군가 찜질방용 계란을 가져와 나누어 준다. 그 놈 참 꿀 맛이네 그려....
<덕릉고개>
날을 넘겨 12시 5분경 수락산(해발 637미터) 정상에 오른다. 희미한 불빛 사이로 수락산의 암봉이
가히 위협적이다. 2개산 접수하였다. 이제 3개 남았네........ ㄹㄹ
<수락산 정상석>
<수락산의 유래>
밝은 날 왔더라면 환상적인 경치일 것 같은데 주위가 어두운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정상을 내려와 산장에 들러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약간의 오름짓을 한다음 수락산에 가면 꼭 한번 들른다는 기차바위(홈통바위)를 내려 와 의정부시 소재 동막골로 향한다 그기서 아침을 해결해야 한다
<경고문>
지루한 하산길을 내려오는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산에 댕기는가?
인생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이! 지랄 모르것다. 복잡한 것을 싫다. 그냥 살고 그냥 산엘 오르자. 다만 현실에 충실하자..
새벽 3시경 의정부에 도착하여 24시 김밥집에 들러 순두부백반, 순대국밥, 김밥등으로 허기를 채운다
일행중 1명이 신발을 벗고 양말을 갈아 신으려 하자 쥔장 아지매가 강하게 거부한다.
다른 손님들 한테 방해 된다꼬.... 약간 인심이 사납다는 생각도 들지마는..
어쩌겠는가?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을........
밥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사패산 입구를 가려고 의정부시 개념도를 보고 찾아 보았으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1시간여를 헤맨 끝에 할 수 없어 2대의 택시에 나누어 타고 가기로 하였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택시에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중무장(?)을 하고 사패산 입구로 가자니까 택시기사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나쁜사람 아니니 걱정 말래도 소용이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양반 겁을 얼마나 먹었던지 우리의 목적지가 아닌 시내에서 젤 가까운 등산로 입구에 내려놓았다.
또 산행시간에 차질이 생겼다. 할 수 없다
새벽 5시가 다되어 사패산을 오르는 중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온다. 제법 캄캄한데도 사람들이 제법 오르락 내리락 한다. 평평한 바위에서 쉬고 있을 때
아주머니 두분이 하산하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고향이 합천 야로면이라 한다. 타지에 가면 고향 까마귀가 반가운 법, 한참을 이야기 하고 헤어진다.
6시 20분경 사패산(해발552미터) 정상이다. 가야할 도봉산은 안개에 쌓여 있고 바람이 세차게 분다
사패산 정상 너럭바위에 잠시 누워본다. 땀이 식어서 한기를 느껴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이 시간 대원들도 점점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3개 밟았다. 이제 2개만 더..........
<사패산삼각점>
사패산을 돌아나와 도봉산 가는 포대능선 중간쯤에 이르자 잠에 취해 비틀거리는 대원이 보인다
나도 잠이 쏟아 진다. 오래만에 하는 야간산행이라 적응이 덜 된 탓일까?
사고방지를 위해 5분간 자고 가자는 나의 제의에 산행대장이 그렇게 하자고 한다 . 모두들 길바닥에 벌러덩 눕는다
얼마나 잣을까 ? 깨어 보니 20분이 훌쩍 넘었다. 제법 개운하다. 개중엔 코도 심하게 고는 사람도 있고........
몇개의 봉우리를 넘고 넘어 오전 9시경 도봉산(해발740미터) 정상인 자운봉과 신선대에 다다랐다
안개도 자욱하고 조방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4개 접수했네... 마지막 한개 남았다
<자운봉>
마이런 친구한테서 격려의 멧세지가 도착한다 - 고맙다 친구야~
도봉산 정상 구간은 정말 위험한 것 같다 안전시설이라고 해봐야 쇠줄하나에 몸을 의지할 수 밖에는 없다.
사진으로만 봤던 오봉능선을 지나 우이암을 거쳐 우이령에 도착하니 군부대(경찰)로 진입하였다
<오봉>
<돌아본 도봉산>
<우이암 -왜 우이암일까요?>
위병소 친구가 통과를 못한단다. 진퇴양난이라고나 할까?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 글쎄 인 친구 고향이 진주라카네. 할머니가 문산에 살고 계신다고..
사정 사정하여 신분증을 제시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한 뒤 영내를 거쳐 육묘정으로 내려온다
사실은 다 알고 갔는데 모른척 했다. 하지만 시간과 경비 절약을 위해선 이 코스 밖에 없다.
때로는 일을 저지르고 볼일이다.
군부를 통과 후 육묘정매표소 입구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매표소를 통과하여 육묘정
고개로 올라간다. 점심을 먹고 10명의 대원 중 여기서 4명은 포기한다.
나도 포기할 까?
담에 또 오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이 든다. 안돼!
여기서 포기란 있을 수 없어.........
신발끈을 동여 맨다.
이젠 제법 힘이 딸린다. 배도 쫌 부르고....... 계곡수에 머리를 담가보니 시원하기가 이를데 없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저 멀리 북한산 인수봉과 정상인 백운대가 떡하니 버티어
서서 피로에 지친
산행객들에게 위압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 멀리 인수봉(우)과 백운대(좌) - 53세된 여성대원 입니다>
영봉이란데를 오르고 다시 한참을 내려와 하루재에 도착하니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인다 시원한 계곡을 따라 1시간여의 오름짓 끝에 오후 2시 50분 백운대(해발837미터) 정상에 올랐다
<백운대 정상에서>
가히 위압적인 바위산군이다. 저 건너 인수봉엔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이 점점이 매달려 있다
스릴넘치는 장면들이다. 좀 더 젊었으면 도전해 보고 싶은 종목이다.
기회가 있을까????
이로서 5개산 접수를 마치고 이젠 하산할 일만 남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목적지인
하산지점까진 아직 멀었다. 종주에 성공한 6명은 기념사진 촬영 후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수많은 인파가 교차되어 시간이 다소 지체된다.
몇개의 북한산성 성문과 성곽을 따라 계속 내려오다가 하산지점인 정릉매표소 부근으로 내려온다
오후 6시30분 정릉매표소에 도착하여 길고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약간의 기다림 끝에 중도포기조 들과 조우를 한 후 목욕탕엘 들러 찌든 땀을 씻어 내고 새 옷으로 갈아 입으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인근 보리밥집으로 이동하여 보리밥과 맥주를 곁들여 종주 성공을 간단히 자축한다. 탈락자에겐 위로의 말씀을, 종주하신 분들에겐 축하의 말들이 오고가고 분위기가 좋다. 탈락자들이 있기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으니...
그 분들도 고생 많았고 정말 수고했다
이상 끄 ~~엇. 감사합니다.
<참고>
불수사도북이란 서울근교에 소재한 산군들로서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을 말하는 것으로서
도상거리(지도상의 거리를 말함) 45Km, 실제거리 비공인
67km의 장대한 거리입니다.
산악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코스로서 지방에 계신 분들은 시간 및 이동거리
등에 제약을 받아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