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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순 詩集
하늘 계신
아버지에게
보내는 詩
□ 사진 밑에 약력
□ 자서(自序) 평북 박천이 고향인 아버지 최재환은 일본 유학에 김일성대학을 다녔다. 아버지는 한국동란 때 인민군을 탈영하여 고향에서 미군 통역병을 했다. 중공군 춘계대공격 시 가족 두고 남하하다 미군을 다시 만나 통역병으로 휴전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가족이 모두 모여있는 고향은 영영, 갈 수 없는 먼 나라로 나착되고 말았다. 북한에 두고 온 약혼녀와도 만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혈혈단신 찾아온 하숙집 주인 딸과 결혼하여 고향 닮은 아산 설화산 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시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 집안은 공산당 골수분자였고, 백부는 북한의 고위 실력자였다. 북한으로부터 무슨 조그마한 도발이라도 있으면 아버지는 경찰서에서 살다시피했다. 고문으로 한 쪽 눈을 잃었다. 심신은 망가져가고 있었다. 그러다 암으로 이승을 하직해야만 했다. 참으로 모진 삶이었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왜,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카멜라온 같은. 아버지는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틈틈이 책 읽고 시를 썼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경찰서 형사들이 아버지의 다락방을 뒤져 서재를 엉 망으로 만들어 놓았다.아버지는 책과 비망록, 그리고 시들을 모두 불살랐다. 그것을 보며 허공 향해 미친 사람처럼 웃어젖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결심했다. 아버지를 위해 시집을 내자고. 중년 넘긴 나는, 아버지 추억을 더듬으며 시들을 썼다. 이 시집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시집을 아버지 영전에 삼가 바친다. ****년 **월 **일 글쓴이 최정순 절
□ 차례
* 짧은 시는 짝수를 이루게, 그래서 양쪽 나란히 인쇄할 수 있게 배열한다. (3) 목차 만드는 방법 (2)의 배열된 시를 목차(차례)를 만들어주는데 순서는 1) 자서(自序) 2) 시 제목(제목만 배열하고 쪽수는 밝히지 말것 - 출판사에서 할 일) 한 줄에 시 제목 하나씩 계속 밝힌다. '그리움'을 맨 앞에. "자서(自序) 그리움 . . . 시 해설" * 목차(차례)는 5쪽 분량으로 할 것. 각 쪽에 20편의 시 제목을 담는데, 첫 쪽은 '자서'가 들어가 21개이고 다섯번 째 쪽은 '시 해설'이 들어가 역시 21개가 될 것임. 3) 끝에 시 해설(책을 출판할 때 출판사 등에 의뢰하면 됨) * 우선 이런 방법으로 정리하여 한글문서에 저장하여 두고 언제든 시집을 출판하고 싶을 때 출판할 수 있도록 한다. □ 사진 밑에 약력(1957년출생
그리움 ㅡ 아버지에게 가족사진 바치며 ㅡ 임진각에서 간이역 ㅡ 등대 ㅡ 파도 ㅡ 해금강 ㅡ 봉린산 심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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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초록 제목들은 느낌 좋은 詩 31편으로 가는 링크입니다. 그리움 꿈, 아버지가 나에게 오라고 손을 흔들어 안타까움에 가슴 조이다 깨고 아침에 서둘러 일어나 급한 마음 추스르며 전철 타고, 시내버스 타고, 온양 기산리 가니 지금은 남의 땅 되어 버린 논과 밭 가로지르는데 논에도 밭에도 일하는 아버지 있었다. 고샅 들어서니 아버지 반기고 팔아 버린 집에서도 아버지 손 흔들며 웃는데 꿈에서 본, 바로 그 모습 아니던가. 사람은 죽어도 산사람과 함께 사는 법 막연한 보고픔이,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이, 이렇게 가슴 저미는가 오래 묵힌, 아버지 돌아선 그림자 곰삭아져 툭! 떨어진 그리움으로 남는다. 아버지에게 가족사진 바치며 당신의 정원 은, 대대로 내려온 그것 은, 각종 꽃들 만발하고 수목 울창하여 훌륭했지요. 남과 북, 미군과 중공군의 대포 에, 정원 초토화되고 사선 넘어, 남으로, 남으 로 죽은 듯 흘러들었지요. 당신은 일본 대학 가봤 고, 김일성대학에도 가봤잖아 요. 그런 당신이, 무지렁이 터 잡아 사는 초야의 집성촌락 설화산 기슭 똬리 틀 고, 가족 위해 숨죽이 며 다시 일군 정원 아니던가요. 매일 찾아드는 검정양복들 에, 틈만 나면 부르던 전갈 독사들 에,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나요. 주름의 강 건너 저승꽃 피우던 만년 다시 당신의 정원은 벌레 먹었네요. 저녁이면 북녘 바라보 며 망향가 지어 불렀던 당 신, 이제 가슴에 맺힌 한 모두 버리셨나요. 안성 유토피아 추모 관, 아직도 혼자인 당신 영정 안타까 워 여기 딸, 가족 모두 모인 사 진 가져다 옆에 나란히 놓습니 다. 당신과 함께, 당신 북의 고향, 가기 위해. 임진각에서 음력 원단(元旦), 칼바람 칼춤 추는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 아버지 영정 들고 서성이는 눈물의 어머니 망부 혼 달래며 자리 떠 날 줄 모르는데 생전 다시 가보지 못한 고향 혼불이나마 마음 놓고 날아가라며 북녘바라기할 때 방송작가 카메라 앵글 초점 아버지 영정 떠날 줄 몰랐네. 아버지 집안, 공산당 골수 당원 백부 실력자 손가락 안 들고 학구열 높은 장손 아버지 월반 일본 조기 유학 탄탄대로 거침없었네. 집안끼리 튼 혼사 사랑 알밤처럼 튼실해 이를 시기한 신 전쟁으로 갈라놓고 남과 북 갈 수 없어 전처 그리움 애태웠는데 망자 되어 찾아가니 아버지 알아나 볼까, 봉린산 심원사 지금은 갈 수 없는 부친 고향 평북 박천군 산양리 산정(山頂) 바위 봉황새 나래 펴고 아래 너럭바위 기린 목 닮아 봉린산(鳳麟山) 심원사(深源寺) 배흘림 통 굵은 기둥 보광 전에 조모 백일기도 스며들어 얻은 부친, 고향바라기하며 기도할 때 법당 창 쏟아지는 별빛 높새풍 예제없이 춤추고 야화 성글게 뒹구는 뒤란 목어 홀로 울 적 청천강 새밭 추억 마음 황포돛배 싣고 서해로 흘러, 흘러 꿈에서나 만나네, 봉린산 심원사 조모를 아버지 고향 개구멍 없어도 동네 모든 닭 개 고양이 제집 나드는 울바자 밑 참대 숲 뒤울 안 장독 소 우리 참새 식솔 무리지어 편히 앉는 시골, 아버지 고향일세. 올챙이 쫓는 병아리 호드기 부는 개구쟁이들 홍매화 진달래개나리 화들짝 모란 난초살구 꽃 병풍 칙 소 워낭소리 울리는 산골짝, 아버지 고향일세. 백두산 혈 받아 대지 정기 챙겨주는 청천강 물 흔한 마을 어름치 금강모치 둑중개 철엽 물장구 재미지던 강가, 아버지 고향일세. 너럭바위 쌓인 옥수수 홀테 호전기 쉼 없는 가을 한 식솔 분주한 가을걷이 기러기 늪가 노닐며 풍작 노래하는 곳, 아버지 고향일세. 먹이 찾아 나선 산악 수리개 푸드득 눈꽃 살금살금 떨어지면 사랑방 모여 고치곶감 무구덩이 무 동치미랭면 먹던 박천고을, 아버지 고향일세. 아버지, 나의 아버지 송골불 밝혀 청천 강가 가면 털게 갈댓잎 잡고 그네 타는 평북 박천군 봉화면 전부 경주 최씨 집성촌 대가족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지 밭 만 평 논이 한 마을 크기였어. 네 할아버지 산간지역 돌밭 황소 두 마리로 다랑이 밭 일구었지 봄이면, 너럭바위에 흙 덮고 감자 고구마 심었어. 가을이면, 네 할머니 콩 한 가마 쑤어 축구공만 한 메주 만들고 큰 항아리 동치미 담았지 겨울이면, 메밀 갈아 바가지 구멍 내려 동치미 국물에 찬 국수 말아먹고 부침이 해먹고 감자떡, 수수떡, 옥수수떡도 만들어 먹었어. 네 할머니 음식 솜씨 그만이었지 얘야, 오늘도 저 북쪽으로 가 그것들 먹고 싶다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2) 일정 때 왜놈 우리 물자 착취 위해 기찻길 만들었어. 네 할아버지 수확한 것 모두 왜놈이 거두어 갔지 네 할머니 소나무껍질 떡 해먹였어 솜씨 좋아 목화 심어 물레 실 세 겹씩 짜내 양식도 구했지 해방 되자 수확하면 당에서 나와 일일이 세었어. 한 평에 얼마나 거두었나, 따져 정부가 관리했지 뭐 별로 좋은 세월은 아니었어. 그래도 재미있었지 송아지 동무 있어 즐거웠고 청천강 변 소 꼴 먹이던 언덕배기 큰 나무 능 쪽 아래 구럭 던져 놓고 문적 보다 심심하면 황소 풀어 이웃 소와 싸움 시켰지 그때 황소 발길질 옆구리 채인 상처 남았단다. 그래도 좋았지 황소 등 올라 청천강 변 나가 물 수제비 뜨고 허리끈 잡고 서로 밀고 잡아당기며 왜놈들 씨름놀이도 했어 그네 잘 타고 나무 잘 타고 산 잘 타서 짐승도 많이 잡았지 얘야, 오늘도 저 북쪽으로 가고 싶다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3) 동네 무당 아들 즈네 엄마 돈 잘 번다. 거드름 피워 '?바로 해라야.' 죽살이 두들겨 팼어. 무당이 쫓아와 종 주먹이었지 별명이 호랑이 할아버지 무당 앞에 성난 체 꾸짖다 가버리면 '야, 잘했다, 잘했어. 남자는 그래야 되야.' 호탕하게 웃으셨지 얘야, 오늘도 저 북쪽으로 달려가고 싶다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4) 중학교부터 일어, 러시아어, 영어 독학했지 월반으로 조기 졸업하고 당 중앙위원장 아들이라 김일성대학서 초청장 왔어 그것이 내 배 밑구멍 뚫을 줄이야 그래도 좋아 얘야, 오늘도 저 북쪽으로 날아가고 싶다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5) 할아버지 북쪽 하늘 바라보며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 아들아, 딸아, 나는 그때 그 말씀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어. 할아버지 혼불 되어 북으로 간 지 오래되었는데 내 머리 속에 왜 이렇게 생생히 남아있지 얘들아, 나도 너희 할아버지 따라 북녘 가고 싶구나.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무엇이 나를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더냐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1) 봄 오면 흐드러지게 피는 꽃동네 평북 박천군 봉화리 엄한 할아버지 고풍스런 임하풍미(林下-風味) 빛바랜 검정 두루마기처럼 정갈한 기와지붕 아래 오순도순 정겨운 가족 풍경화 일제 강점기 끝나 허튼 것 없던 시대 열심히 흡입하던 수업 포성(砲聲) 배앓이 숨죽여 살던 아버지 인민군 입대 명령서 집총(執銃) 싫어 숨다 정혼녀 마을 피신하여 돼지우리 안 덤불 속 한 달 숨어 지내다 남행 책보 등에 업고 할머니 챙겨준 전대 허리 묶어 밤을 낮으로 남쪽 능선 따라 발걸음 재촉 비질 총알보다 더 무서운 배고픔 고래 심줄 같이 질긴 목숨 온양 설화산 허벅지에 둥지 틀었다 오전 수업 듣다 받아든 인민군 입영통보 아버지 마지막 수업이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서에서(1) 나 있던 박격포 부대 전선에 10리 는 좋이 떨어져 조금은 안전했지 하지만 사방이 적이요 위험지대였어 싸우다 혼자되면 포로가 되던 가 복귀하던가. 탈영하던가. 그래야 했지 나 하는 일 적군 동태 알 아내는 것 무기는 무엇이고 언제 후퇴하였는지 그런 것 내가 하와 이 사람과 통한 것 피차 일어 영어 잘 알아 의사소통 가능했던 때 문 속지 말라는 많은 삐라 하늘서 눈처럼 뿌려지는데 중공군 가냘 픈 피리 소리로 국군 마음 들쑤셔 고향 생각나게 하고 한국군 아리 랑 확성기 틀어 중공군 자수하게 했지 장거리 소포에 엎드리고 박 격포 소리에도 엎드리니 양쪽 사격하는 사이로 통과하여 건너편 산 후퇴하라 했어 후퇴하다 숨 가쁘면 시체 덮고 바짝 엎드려 숨 돌리 다 먼저 간 아군 쫓아가려니 때는 늦었네. 이왕 죽을 바에 포복이 무 슨 소용이던가. 비질하는 실탄 속 뛰고 뛰었지 그러다 숨 가쁘면 엎 드려서 쉬다 다시 뛰었지 사람 목숨 길며 짧기도 한 모양이여 전사 한 시체 넘고 넘으면서 마침내 아군 있는 곳 도착하였어. 몇 명 남지 않은 우리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계속 후퇴 거듭했지 전시군인 식 사 늘 사잣밥 언제 어느 곳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니까 후방 내려 갈 수 록 민간인 많이 볼 수 있었지 부모형제 생각나서 반갑기는커녕 슬픔부터 앞서네. 혼자 살겠다. 배반했다는 죄책감 뜨거운 눈물 지렁 이 되어 꿈틀거리고 아, 나는 누구 위해 싸워야 하며 부모형제 가슴 에 총 뿌리 겨눠야 하는가. 이 아픔 접고 차라리 죽어 버릴까 갈등도 많았어, 충주 주둔했던 우리 부대 실종 군인 보충시켰는지 다시 이동 했지 차에 올라 바람인듯 어데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적막강산 어둠 깔 린 밤 부대는 침묵 속에서 전진 중 느닷없이 굉음 신음 소리 정신 가 다듬어 팔 다리 움직여 보니 때는 늦었지 기운 없어지고 정신 흐려져 그냥 엎드렸네. 정신 차려 보니 장호원 병원이었어. 알고 보니 칠흑 같은 밤에 앞길 헷갈려 급경사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져 차 뒤집히고 실렸던 박격포 실탄 괘짝 우리 덮쳤지. 지나간 인생 돌이켜보니 파 리만도 못한 목숨 힘들었던 사연 생각 하면서 통곡하건만 누가 알아 주겠니. 차라리 저 허공의 달이 되었다면 부모 형제라도 바라보련만 웃는 낯 해후 자위하면서 초혼조 무덤 없는 붉은 노래 보낸다. 아버님 어머님 '기다리지 마시고 만수무강 하세요.'그리고 난데없는 휴전 휴 전선은 철통선이 되고 말았어. 죽어서나 가보려나 그리운 저 북녘 땅. 아버지의 마지막 유서에서(3) 머리 잔설 내리면 외롭고 슬픈 일 정해진 유한자가 자연에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회한 얼룩진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의 강 가슴 속 뭉쳐진 검은 숯덩이 안고 이렇게도, 카론의 강 빨리 건너야 하는가. * 카론의 강 : 죽음의 강, 카론은 죽음의 강을 건너 주는 저승사자.
북진 몇 번 밀고 올랐다 후퇴 남행, 또 몇 번 전투 중 먹을 것 없어 죽은 사람 주머니 뒤져 먹고 눈을 뭉쳐 먹기도 강원도 계곡 아버지, 사선 넘나들며 배곯을 때 축구공만 한 벌집 벼랑서 떨어졌는데 다른 사람 무섭고 달다 안 먹는 거 벌떼 쫓아내고 독식 목숨 삼 줄처럼 질긴 것 아버지, 전투 굶주림 지쳐 잠들어 하얀 할아버지 나타나 지팡이 가리켜 깨어 보니 붉게 빛나는 꽃 한 송이 백년 묵은 산삼 아니던가. 머리 큰 구멍 물 가득하여 꿀맛으로 먹고 며칠 꿈 속 헤맸네. 꿈에 가본 고향, 깨어보니, 아직도 전투 중 아버지의 비망록 아버지 비망록, 일기 아닌 일기 속에 전쟁 상처들 알알이 박혀있는데 선혈 낭자한 교전 백골 산야 나뒹굴고 한 서린 젊은 넋들 하늘에서 눈 부라리며 남과 북을 번갈아 보며 피눈물 흘리고 있다, 아리랑 성냥 미루나무 작은 막대기 끝 얼싸안은 유황 날아갈 듯 여인의 장고춤 그림 팔각성냥 전기 없던 시절 집들이 선물 언제나 아버지 동무였다. 논밭 둔덕 쉬며 노 녘 바라기하다 담배 한 가치 유황 하나 부딪히면 담배연기는 저편으로 사라지고 아버지 콧노래,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나네. 하늘 저 멀리서 들리는 장고소리 세마치 덩 덩따쿵따 중모리 덩기닥 쿵 따기닥따쿵쿵닥 쿵 허공 가르며 내려치는데, 어깨 들썩들썩 흥겨웁다가 한스러이 흐느끼는 아버지의 콧소리 쉽게 켜지는 가스 불처럼 아리랑 팔각성냥과 함께 아버지 추억 지워질까 두렵다, 아버지의 첨성대 경주 시내 술병 모양 첨성대 있지 천체 움직임 관찰하던 곳이었어. 하늘 알아 책력 만들어야 명실 공히 천자거든 당나라에 신라 자주국 알리는 쾌거 아니던가. 자갈 황토 섞은 벽돌로 아버지 첨성대 닮은 뒷간 만들었지 동네 사람들 신기한 눈으로 보고 외지인 사진 박으며 설왕설래 마을 사람들 아버지 흉내 내려 하나 번번이 실패했어. 수학 교사하던 아버지 수학공식 이용한 작품이거든 원통부 구멍으로 바람 나들며 속삭이고 井자형 꼭대기 북두칠성 환히 웃으니 뒷간에서도 천자가 된 아버지 기분. 누가 알아줄까. 두 여인의 노래 아버지 고향 박천 봉화리 할머니 호롱불 밤새 바느질 풀 먹인 옷가지 박달나무 방망이 또닥또닥, 또닥또닥 구김살 없이 펴 반드러워 아버지 품새 내려면 다듬이질 마주 앉아 박자 맞춰 노래하며 두드려야 제 맛 아버지 입혀 남으로 보냈다. 온양 거르미 어머니 박달나무 방망이 또닥또닥, 또닥또닥 다듬이질하며 노래 두 여인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네 같은 풍속도 접동새 구슬피 우는 달밤 아버지 옷 다듬는 남과 북 공간 허무는 한 많은 두 여인의 소리 아버지 꿈길 밟히어 서둘러 북에 가셨나 보다 설화산 동화 개암나무 잎 져 설화산 하얀 이불 덮이면 산토끼 잡으러 동네 사람 여럿 올랐지요. 송아지만한 노루 만났어요. 사람들 추적하다 지쳐 포기하였지요. 아버지 혼자 세 바퀴 돌아 맨 손으로 잡았어요. 동네 노루 잔치 벌였지요 산등성이 토끼풀 많아 소쿠리 차고 나무하는 아버지 따라나섰지요. 풀꽃 반지 엮어가며 토끼풀 뜯다 아버지 목에 토끼풀 목거리 걸어주었어요 아버지 소년 되어 환하게 웃었지요. 아버지 풀섶 여기저기 튀는 개구리 잡아 졸대 꿰어 집에 가 돌멩이 세 개 세워 불 피워 뒷다리 구워 나에게 주었지요. 내가 먹고, 엄마 먹고, 동생 먹고, 돼지 먹고, 닭도 먹었어요. 우리 집 개구리 잔치 벌였어요. 골짜기 참외밭 너구리 다 파먹는다. 담요 들고 아버지 밭고랑 사이 누워 칠흑의 밤 불침번 섰지요. 사위가 안 보여도 너구리 다가오는 기척과 안광 쫓아 너구리 몽둥이로 때려잡았어요. 동네 너구리 잔치 벌였지요 황토밭 밤고구마 아버지 호미로 캐내면 졸졸 따라 마대자루 담아 50여 자루 가득 채웠어요. 땅거미 지고 노 녘 산봉우리 불빛 세 개 왼쪽 중공군, 오른쪽 일본군, 중앙은 미군, 오늘은 그만 싸우자는 휴전의 불 아버지 고구마 잔치 벌이며 나 놀렸지요 다랑이 밭 파꽃 흰 물결 출렁이던 날 물앵두 다다귀다다귀 빨갛게 익은 가지 꺾어 병석의 아버지 드렸지요 먹지도 못할 물앵두 봄이 이만큼 익었다고요 내 아버지에게 해 줄 잔치는 그것뿐이었어요 많은 추억 어쩌라고 준비하지 못한 사별 심심산천 물앵두 익어가며 예제없이 그리우면 아버지 빈자리 무엇으로 채울까요. 그리고 오늘은 무슨 잔치 벌인다지요? 설화산 전설 개밥바라기 흔들며 수탉 홰치면 산새들새 세수하고 먹는 우듬지 까치밥 이웃집 경운기 일 나갈 채비 인기척 개 짓는 소리 시골 기상음 아궁이 나뭇가지 타닥타닥 타들면 부뚜막 올라앉은 가마솥 소죽 여물 구수하고 어머니 새벽동자 달그락 달그락 뒤란 굴뚝 구름 꽃 피워내는데 들깨 참깨 팥 콩 햇살 껍질 투둑, 도리깨 탁! 탁! 탁! 아버지 가을걷이 논들밭들 사역질 땀 흘려 흙 밟아 대지는 땅거미 까미하고 아버지 등허리 굽어 가는데 시냇물 물길 막아 더위 식히던 부끄러울 것 없었던 벌거숭이 소녀 살사리 하늘거리던 신작로 숫눈길 뽀드득뽀드득 밟는 재미 환장하여 화로 밤 고구마 새까맣게 태웠지 아버지 지게 동바 풀어내 진달래 수줍은 잎 따 먹고 산딸기 새콤달콤 따먹으며 머루 다래 으름 입안 가득 따먹고 그럭저럭 보내온 아름다운 세월 열구름인 듯 가뭇없는데 이제 설화산 자락 고샅길 풀섶 헤쳐 찾아 나서면 아버지 없어 그리움 깊어 가는데 풀벌레 소리 애처롭고 주인 잃은 밭 잡초만 무성하다. 겨울 추억 하늘 얼고 땅 어는 계절 사랑방 군불 지펴 불길 뱀처럼 방고래 타고 들어 구들장 쩔쩔 구우면 식솔들 모여앉아 끝말 이어기기 놀이 막히면, 아궁이 안 군고구마 시렁 속 말린 고구마 부뚜막 위 누룽지 가져와야 되는데 두 자리 끝말 세 자리 끝말 다양도 하다 나는, 항상 술래 아버지, 막힘없어 시새움 눈길 던지면 아버지, 슬그머니 져주고 부엌으로 간다. 아버지 시험 늘 인자하지만 공부에는 한 치 양보 없었지 책 펴놓고 산수 예습 시험 주눅 들어 언 바위 되니 우물쭈물 화끈화끈 걱정만 앞서고 해답 못 찾아 갈팡질팡 긴장감 하늘 찌르는데 눈치 없는 동생 녀석 등 뒤에서 번번이 정답 아버지 눈 흘기며 책도 안 보고 답 맞추는 동생보다 못하다고 혀 짤짤, 차는데 1분 하루같이 긴 시간 시험만 끝나봐라, 너 따귀 한 대 갈겨줄 테니 아버지의 망향가 (1) 눈 시린 가을 하늘 적 단풍 선혈처럼 붉고 금파(金波) 물결 들녘 수놓을 제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임진강변 통기타 튕기며 북쪽 하늘 바라보고 노래 부르는 사람 있었네. 아버지 예전 모습 같아 너무 반가웠지 통한(痛恨)의 가락 바람결 가물가물 흩어져 북으로, 북으로 흘러가는 또 다른 아버지 망향가 푸른 유월 산과 들 푸름 덧칠하고 논밭 농작물 한창인데 해 지평선 걸려 어둠 내려앉을 때까지 호미 낫 든 아버지 허리 구부리고 논길 밭길 어정거리다 가끔 담배연기 내품으며 북쪽 하늘 바라보고 서 있어 그때, 어리석은 딸년 그저 먼 하늘바라기하나 했었지 오늘, 논둑에 우뚝 서 아버지 어른거리는 모습 따라 아버지 눈길 머물던 저 먼 북으로, 북으로 내 마음 가네 평안북도 박천 고을로. 어린 날의 사계(四季) 전쟁 끝나 먹거리 부족하던 때 봄이면 담장 안팎 과실수 둘러 심어 물주고 거름 주며 자식 기르듯 정성 쏟아 청사(靑蛇) 빛 가지 하늘 잡으러 오르고 올라 열매 덩실덩실 다니 해마다 복숭아 모과 배는 풍작으로 주저리주저리 설익은 복숭아 잡으러 나무 오르다 떨어져 코 깨지고 맛 들지 않은 배 손 넣으려다 떨어져 머리 깨지니 아버지, 키 작은 청포도 몇 그루 심어 주고 곁에 우물 파주어 한여름 시원하게 보내고 가을이면 시고 떫어 쳐다보지도 않던 모과 따 흑설탕 넣고 끓여주고 겨울이면 군밤 곶감 입 회자되어 즐거웠는데 아버지 따라 모두, 어디로 꼬리 감추었는가 추억 돌담 온통 에두른 호박 여름비 맞아 아기 얼굴 몸통 주저리주저리 황금 꽃 일벌 분주히 날아드는데 어머니 수꽃술 따 암꽃술에 벌에게만 맡기지 말고 이렇게 해줘야 장마에도 호박 안 떨어져 이 꽃 저 꽃 꽃가루 묻히며 다닌다. 어머니 애호박 채쳐 놓고 아버지 밀가루 밀대 밀면 졸깃한 칼국수 되고 모기 쫓으며 쑥 연기 피어오르는 마당 멍석 위 둥근 밥상엔 보시기 속 열무김치 풋고추가지 나물 아버지 수저 들면 어머니 먹으라는 눈신호 줘 우리들 달려들어 먹던 애호박 넣은 칼국수 이제 다시 올 수 없는 흘러간 아버지의 추억 파도 억겁을 사납게 몰려들어 물 부수고 바위 깨는 파도야 어미 품에서 갈라져 나온 몽돌 부수지 마라 너한테 지지 않으려 둥글게 살고 있지 않냐 세월의 파도에 고개 숙인 아버지 막걸리 농사철 쉬지 않고 흙 갈아엎고 씨 뿌려 가꿔 자식들 뒷바라지 아버지 피 땀 거기 살아 숨 쉬는데 아버지 새참 막걸리 심부름 어린 소녀 쭈그러진 주전자 들고 동네 어귀 내달렸는데 아버지 잘 아는 주막집 덤 주니 꼭지는 꼴딱꼴딱 소녀는 아버지에 가며 아까워 찔끔찔끔 들이키고 맛있어 주전자 유두 빨고 가벼워지는 주전자 붉어지는 소녀 얼굴 가슴 턱턱 막는 가쁜 숨 소녀는 집에 도착 주전자 뚜껑 연 어머니 "막걸리 어디로 증발했다냐." 아버지 한 사발 죽, 들이키고 "네가 사온 막걸리라 맛있다 어, 시원하구나. 고맙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ㅡ 아버지의 첨성대
두 여인의 노래 ㅡ 설화산 동화 ㅡ 설화산 전설
봉숭아꽃 ㅡ 아리랑 성냥 ㅡ 비망록 ㅡ 낙엽
쓸쓸한 오월, ㅡ 춘난(春蘭) ㅡ 기다림 ㅡ 망향초(望鄕草)
어머니 ㅡ 아버지의 영정사진 ㅡ 노안도(蘆雁圖)
상주해수욕장 ㅡ 푸른 유월 ㅡ 부부바위 ㅡ 아버지 고향
아버지에 가는 엄니 마음 ㅡ 한밝뫼 ㅡ 사진 ㅡ 가장 잘?다고 생각하고 느낌이 좋은 詩중에서 31개를 골랐슴.
온양 장터에서
오늘은 일요일
아버지 따라 우시장
설화산 장딴지께서 십 리 길
온양 오일 장 실옥리 우시장
새벽 찬 이슬 주인 따라
인근 소 다 모였는데
중계인 흥정 걸고 구전 받는 틈새
때깔 빛난다. 빗질
건강하다며 등짝 쳐대는
왁자한 우시장 풍경
우시장 아침 8시 파장
썰물처럼 빠져나간
우시장 근처
주막집 술청 장사치 북새통
남았니. 본전이지 밑졌네.
막걸리 사발에 쏟아지는 육두문자
소장수 아버지
남우세스러워 손잡고 나와
들어서는 먹자골목
팥죽 떡 빵 국수 국밥
눈 잎 즐겁던 장터 풍경
백화점 마트 밀려
아버지처럼 사라지고 없다.
오늘도 온양 장터 기웃거리며
사라진 쇠전에서 없는 아버지 찾는다.
해금강
사자바위 천년 송 사이
일출 황금빛 내던지면
단잠 깨는 장생포 앞바다
해풍 간질이면 아기섬 웃고
언덕 위 풍차 기지개 켜는데
수억 년 버틴 십자 동굴
바닷물 들락날락 사통하고
신선 내려와 놀던 신선대
괭이갈매기 아우성
고향 떠난,
아버지의 배따라기들
아버지의 산
당신 얼굴 표정 없어
아픔 가신 줄 알았는데
가슴 깊이 패여 눈물 흐르고
산짐승 배설물 가득 하네
원줄기 그리워 가슴앓이 하는데
멧부리 튀어 떨어져 나간 자식들
아버지 마음 모르고 저마다 잘나 사는데
산은 매일 허물어지고 갈라져
시체처럼 눕는다,
낙엽
겨울 가는 길목
누리 포탄 맞은 낙엽
작달비 바람
몸 비틀며 나뒹구는데
한국동란 때 쓰던
군화에 심어 놓은 노란 국화
벌 나비 가뭇없이 사라지고
다니던 가로수
기생 옷자락 모두 벗으니
마음만 어수선하여
거지주머니처럼 주저리주저리
아버지 마지막 모습 닮았네.
아버지 흔적 좇아
쏙 수리 감나무 아래 서면
낙엽은 아버지 비운
술병 소리 내며
굴러 간다.
괴꼴
외롭고 고달픈 길
쉰 넘어 육순 접어드니
눈물방울에 어리는
평안도 부모형제
모습 흐물흐물 풀어져
안개에 갇히고
청춘 뒤안길 돌아보니
먹구름 장 세월 비켜가
그늘져 쓸쓸한 까마귀 발자국
꾹꾹 찍혀 있는데
타작할 때 나도는 벼 알 섞인
짚북데기,
아버지 모습처럼
아버지 환갑잔치
가족의 배 안전운항 위해
사나운 풍파와 싸워온 삶
저잣거리에서 경찰서에서
고생만 한 아버지
어머니 무당 찾아
오십도 못 살 단명수
점괘 듣고 맞은 아버지 쉰아홉
어머니 얼굴 햇살처럼 퍼지는 웃음
회갑연 고희연 모두 챙겨주겠다며
없는 살림 이것저것 준비하는데
자식노릇 한답시고 전자올겐
일 년 넘게 연습
흑돼지 한 마리 동네잔치
흥겨운 자리
준비기간 짧아 서툴러도
정성 하나로 연주하니
아버지,
삼백 년 사는 것 부럽지 않다
칠일 동안 동네사람 음식 나눠 먹으며
건반 위 손가락 춤추고
아버지 덩실덩실
모든 시름 놓은
행복한 모습에
딸은 기쁨의 눈물 흘렸지
그런데, 회갑연은 왜
빼먹고 가셨나요, 아버지
쓸쓸한 오월
모종하고
솎아주고 김매기 한창
아버지 전화로 슬쩍
느들 바뻐?
농사일 때 놓치면 안 되는 겨!
자식들 일손 보태려 모여들어
번들거리는 광택에 향기로운 승용차
모판 비료 농기구 소독기
얼음물 막걸리 간식거리
짐차 식당차 둔갑했었는데
모종하고
물주고 북 주는 하루
홀로 밭일 끝내 허리 펴니
해 서산 기울어
오동나무 꽃 아카시 꽃향기
코끝 간지럽히는데
밭고랑 황구렁이로 길게 누었고
옮겨 심은 생명들 나란히 서
산들바람에 조막손 흔들어
하늘에서 내려온 아버지
들판 한가운데서 쓸쓸히 웃는데
햇살 아래 들꽃만 눈부시다.
탁족만리(濯足萬里)
사선 넘고 넘어
다시 사선 오가며
설화산 계곡
발 담그고
표표한 마음으로
아버지는 말씀하셨지요.
천 길 벼랑 위 옷깃 떨치고
만리 흐르는 냇물 발 씻노라
유월 초하루
천하 덮는 햇살
흰 배추나비 표표히 날고
대지는 현현히 고양되어
양기가 천지간 충만한데
선거 앞둔 세상
선거만큼 어지럽고
날씨는 무더워
세숫대야 찬물 발 담그고
아버지 탁족만리(濯足萬里)
다시 배우네.
기다림
고향 잃고 타향 터 잡아
고통 점철된 어려운 삶
말술 줄담배 허파 정상인 삼분의 일
보호막 얇아져 암세포 활개 치나
농사꾼 정신으로 산
일본 유학생 김일성대학 졸업생
결장암 덩어리 떼 내고 삼 년
아버지 대소변 받아내며
지병 자심한
어머니 조각 잠자는데
자식들 저마다 핑계 있어
고향 오지 않고
두 노인네 고생 깊어 가는데
며칠 한 번 어쩌다 자식들 전화만
말하기 힘들어 반가운 눈물만 어리는데
어머니 퉁바리, 울긴 왜 울어
아버지 아무 말 없이 송수화기 내려놓고
눈물 글썽여 방문 열어달라며,
"우리 애들 아직도 안 오나?"
아버지 암에 묻다
밤새 고향 그리다
눈물 져
얼굴 부었는데
밤새 많은 눈
소리 없이 대지 감싸
하얗게 색칠해 놓았지만
나의 삶
고개 뒤로 회한
파노라마 펼쳐져
얼룩진 먹물로 남았구나.
이렇게 더 살아야 하는지
접어야 하는지
몸 속 자라는 암
동무되어 함께 가고
수십 년 지난 세월 속
아직도 눈앞 어른거리는
고향산천, 그리고 부모형제
암아,
나 언제 데려다 줄 거니
고향에
유골함
수원 영화장 십자가 진 아버지
고열에 한 줌 재 되어 사라졌다
아버지 생전 흔적 유골함 담아
보자기 질끈 매고 임진강 당도하여
흐르는 강물 아버지 뼛가루 띄우니
물 위 둥둥 떠 북으로만 간다.
혼백이라도 고향 찾아가
정혼녀 다시 만나기를
어머니,
합장하고 기원 한다
망향초(望鄕草)
일죽 유토피아
아버지 안치하고
오는 길섶
모질고 척박한 땅
무더기 지어 피는
아버지 닮은 흰 망초 꽃
황금빛 놀에 환하게 웃고 있네.
누구를 탓하랴
그저 세월이 그랬던 것
너도 가족과 이별하고
바람결 묻어와
이 강산 수많은 사연 흩날리며
청천강서 설화산 거쳐
아버지 따라 일죽까지 오지 않았더냐.
순결한 학의 삶으로
길가에 조용히 누워
바람 따라 잔잔히 물결치며
미소 짓는 망초 꽃
흰옷 즐겨 입고 늘 웃으시던
아버지 닮았구나.
너를 망향초라 부르리라
아버지의 영정사진
봄, 어머니
여행 길 나서는데
천추의 한 맺힌
영정사진 따라나서
나란히, 나란히
진달래 핀 산길 걸어가네.
너무 다정하여
사람마다 물었지
"누구예요?"
어머니 웃으며 답했어.
"내 신랑이야!"
사각 틀 속 아버지
웃고만 있었지
사람들,
"할머니 놀이 오는데
할아버지도 왔군요."
라고, 말했어.
아버지 미소 지으며
돌아섰지
항용 마음 밭에 계시는
아버지 오늘도 웃고 있네.
노안도(蘆雁圖)
눈 덮인 겨울
물가 갈대밭 기러기 한 쌍
모안(母雁) 자는 머리맡
부안(父雁) 영정사진에는
보리밥 시금치국
귤 하나 초코파이 둘
늘 조촐하다
부안 영혼 먹고 남은 것
모안 먹다 울면
부안도 영정 속에서 운다.
아버지에 가는 엄니 마음
일기장 가계부도 아닌데
매일 80줄 넘는 글
하루 빈 걸음 없는 엄니 공책
어떤 날,
셋째 방문 용돈 줬어
다른 날,
큰애와 물건 사러 갔어야
또 어떤 날은,
몸 아파 병원 갔지
쓸 말 없는 날,
하햐허혀호효후휴흐히…
망자, 망각, 망구, 망할, 망토…
지렁이 기어가는 신기로운 엄니
글씨체 맨 밑
늘,
힘 주어 굵게 적은
가신 아버지 성함 석 자
보라색
파장 짧은 자외선 중간 색
질병 내좇는 귀족 색
아버지 보라색 좋아
두루마기 저고리 바지 중절모
온몸 보라색 두르고 사셨지
폭풍 격랑의 세월을
배 갈아 탄 아버지
저 멀리 일죽 유토피아 안치실
보랏빛 유골함 보라 꽃 꽂혀 있네.
보라색 저고리 치마 입은
어머니 손길
세월 가면
박격포 밀려
남으로, 남으로 향하다
설화산 산골마을
고향 닮아 둥지 틀고
결혼하여 학부형 되고
사돈되며 세월 흘러
암세포 몸뚱이 갉아먹어
자주 찾던 병원 길
그마저도 갈 수 없어
대쪽 같은 어머니 두고
널빤지 흰 천 씌워 방문 나갔네.
세월 가면 서녘에서나 만날까,
그리운 아버지
붉은 벽돌집 성당
평택서 삼팔국도 타고
승용차 는적는적 달리다 보면
장호원 터미널 지나
다리 건너
왼쪽 산 아래
선혈처럼 붉은 큰 벽돌집 성당
어머니,
손가락 허공 푹, 찌르며
네 아버지 말한 교회야
전쟁 때,
공산군 점령 연합군 점령
이쪽저쪽 총탄 수난 겪어
피로 얼룩진 성당인데
그 아픔 하늘에 알리려
십자가 높이 매달아
아직도 피 철철 흘리며
철탑 뾰족하게 일어서 있다고
아버지의 그림자
이유 없는
그리움이
뭔지 알아질까.
오래 묵힌
뒤돌아선 그림자
곰삭아져
툭! 떨어진
그리움 하나
있다
그것은 아버지
사진
아버지, 기억하세요.
어린 손녀 공방서 구운
재활용품으로 만든 데칼코마니 찻잔
선물할 때 함박웃음 지으며 좋아하셨지요.
그 손녀가 아들을 보았어요.
손녀는 아들에게
증조할아버지 사진이라며 주었지요.
증손자 침 묻은 손으로 더럽혀도
얼굴 마구 일그러뜨려도
당신의 자손이니까.
아버지는 좋기만 하겠지요.
첫댓글 수정을 다 하고 나중에 고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