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맑고 깨끗한 물이 어디가나 있어서 물을 사서 먹는 일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수돗물을 마음대로 마시고 흐르는 냇물과 샘물을 그냥 떠 마시기도 했다. 그야말로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10 여 년 전부터 수돗물과 우물물까지도 함부로 마실 수 없게 되었고 사서 마시고 있다. 옛날에 물을 구하기 힘든 도시에서 수돗물이나 샘물을 떠다 팔기도 하고 사먹기도 했지만 생수공장에서 만들어 담아 논 것을 오늘날처럼 많이 사먹지는 않았다.
돈을 주고 이른바 생수라는 물을 사서 마시고 있다. 참으로 불편하고 힘들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물을 팔고 사 마시게 되면서 이에 관한 법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 문장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한참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음용수관리법’이라 할 것이냐 ‘먹는 샘물 관리법’이라고 할 것이냐를 가지고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나뉘었는데 ‘음용수’란 말 대신 ‘먹는 샘물’로 정했다고 한다.
홍사덕의원께서 환경노동위원장으로 있을 때인데 그 분이 힘을 많이 썼던 것으로 안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일본 사람들이 飮用水(음용수)라고 하니까 우리도 따라서 그렇게 쓰자는 사람이 있었는데 잘못된 것이었다. 우리는 “물을 마신다”거나 “물을 먹는다”고 하지 “수를 음용한다”고 하지 않는다. ‘마실 술’이라고 하는 것이 알아듣기가 좋지 ‘음용주’라고 하면 헷갈린다.
지금 법률 문장을 보면 ‘법률 제 0667호 먹는물管理法 ’이라고 써 있는데 ‘飮用水管理法’이라고 완전히 한문으로만 쓰는 법률 문장이 될 번했다. 쉬운 말을 쓰자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럽다. 오늘날 법제처와 국회는 일제 한자말로 된 법률 문장을 쉬운 말글로 바꿔 쓰기로 했다고 한다. 50년 전에 해야 할 이지만 이제라도 그렇게 한다니 고맙고 다행스럽다. 이렇게 하나하나 일제 한자말이나 어려운 옛 한자말은 보통사람들이 날마다 쓰는 말로 바꿔야 좋다.
그런데 학자란 사람들과 유식한 체 하는 이들은 일제 한자말을 섞어 써야 품위가 있고 학식이 높아 보인다고 한자를 고집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회에서 새로 법을 만들 때는 홍사덕의원이 ‘먹는 물’이란 쉬운 말을 쓰자고 한 것처럼 될 수 있으면 쉬운 말로 법을 만들려고 애써야겠다. 그래야 우리말이 살고 세상도 깨끗해지고 밝아진다.
우리 일반인들이 나라의 법을 모두 알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는 직업과 관련된 법을 알려고 할 때 읽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그래서 한문을 섞어 쓴 지금 ‘식품위생법 1.2조’와 그것을 한글로 내 나름대로 바꿔 본 문장을 견주어보기 위해 아래 써 본다. 第1條 (目的) 이 法은 食品으로 인한 衛生上의 危害를 방지하고 食品營養의 質的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國民保健의 增進에 이바지함을 目的으로 한다. 第2條 (定義) 이 法에서 사용하는 用語의 定義는 다음과 같다.<개정 1995.12.29, 2002.8.26> 1. "食品"이라 함은 모든 飮食物을 말한다. 다만, 醫藥으로서 攝取하는 것은 제외한다. 2. "食品添加物"이라 함은 食品을 製造․加工 또는 보존함에 있어 食品에 添加․混合․ 浸潤 기타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物質(器具 및 容器․포장의 殺菌․消毒의 목적에 사용되 어 간접적으로 식품에 移行될 수 있는 物質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식품 때문에 몸에 위험스런 일이나 피해가 일어나지 않게 하고 영양가 높고 맛있는 식품을 만들게 해서 국민건강을 더 좋게 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말뜻) 이 법에서 사용하는 낱말에 담긴 뜻은 다음과 같다. 1. ‘식품’이라 함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을 말한다. 다만 약으로 먹는 것은 뺀다. 2. ‘식품첨가물’이라 함은 식품을 만들거나 더 맛있게 할 때, 또는 포장할 때에 그 식품에 더 넣고 섞거나 물들이는 등 또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물질( 살균, 소독하기 위해 쓰는 기구나 그릇처럼 간접으로 쓰는 물질까지 포함)을 말한다.
위에 한문으로 쓴 법률 문장은 한문을 모르는 사람에겐 읽기도 힘들고 말투가 딱딱하다. 그러나 아래처럼 한글로 쓰면 누구나 읽기도 쉽고 알아보기 좋다. 글쓴이가 잠깐 다듬은 것이라 완전한 것은 아니나 내가 풀어 쓴 걸 읽고 식품관리법이란 것이 “음식을 지저분하게 만들면 배탈이 나거나 병이 들 수 있으니 깔끔하고 맛있게 만들자”는 법이로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알게 되었다. 법이란 게 판검사나 변호사만 아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지켜야 할, 지킬 수 있는 좋은 것이란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200년 전 삼국시대부터 중국의 한문과 문화에 눌려서 지냈기에 우리 학문도 우리 문학도 중국 학문의 곁가지에 지나지 않고 있다. 우리 말글로 된 좋은 문학작품과 문화가 없다. 이제 100여 년 전에 우리는 중국의 그늘을 벗어나 우리 말글로 말글살이를 하게 되면서 우리 자주 문화와 문명이 싹트려고 한다.
우리 입맛에 맞는 우리 음식이 소화도 잘 되고 우리 몸에 좋다. 우리말과 글이 우리 귀에 쏙쏙 잘 들어오고 가슴과 머리를 따뜻하게 한다. 쉬운 말로 바꾸고 고칠 수 있는 한자말을 될 수 있으면 쓰지 말자. ‘음용수’를 ‘먹는 물’로 바꾸어 쓰듯이 ‘냉수’란 말도 ‘찬물’로 바꾸고, ‘온수’란 말도 ‘따뜻한 물’로 바꾸어 쓰자. “ 이찌고뿌 입빠이 채워라”보다 “한잔 가득 채워라”라고 하자. “쿨한 삐르”보다 “시원한 맥주”라고 할 때 제 맛을 느끼는 사람이 되자.
법률 문장뿐만 아니라 일상 용어도 될 수 있으면 국민 모두 쉬운 토박이말을 살려 쓰기 위해 힘쓰자. 그래야 우리 한글문화, 자주문화가 꽃피고 후손들을 위해서도 좋다. 지금 우리는 조상이 그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중국과 일본과 미국에 눌려 살고 그들의 말글과 문화를 섬기느라 허리가 휘지만 우리가 귀찮아도 조금만 힘쓰면 우리 자손은 어깨를 펴고 떳떳하게 살 것이다. 우리가 물을 더럽혀서 물을 사먹게 되었듯 우리 말글을 깨끗하게 하지 않아 남의 말글을 사서 읽어야 하는 불행의 씨앗을 후손에게 만들어 주지 말자. 지금 법제처가 진행하고 있는 ‘법령 한글화 사업’이 잘 추진되길 두 손 모아 빈다.
[붙임 1] 법제처의 법령 한글화 사업 추진 계획 2003. 2. 23. 법 제 처 Ⅰ. 법률한글화 추진목적 1. 한글전용 입법추진을 통한 국민불편 해소 - 한글세대 증가에 따른 법률해독 어려움 해소 - 법률에 사용된 지나친 전문용어 축약어 사용으로 인한 법률 이해의 어려움 해소 2. 알기 쉬운 법률서비스를 통한 국민중심의 법률 문화 창조 - 법률한글화로 알기 쉬운 법령을 만들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국민중심의 법률 문화 창조에 기여
Ⅱ. 추진경위 및 실적 1. 신규제정, 전문개정 법률중심의 한글화 추진 - 2000. 1. 체계적․계획적인 법률한글화사업 추진방안 마련, 법제처 주요사업으로 정하고 대통령에게 보고 - 2000. 5. 법률한글화추진위원회 구성․운영 ․ 민간위원 5인(한글학회회원 등 국어분야 전문가 2인, 법학교수,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 3인)으로 구성 2002. 5. 판사 1인, 검사 1인, 국립국어연구원 관계자 1인 등 3인 보강 ․ 한글화 추진대상 법률안 심의, 의견제시 - 신규제정, 전문개정되는 법률안에 대하여 한글전용 추진 ․ 신규제정, 전문개정되는 법률안 39건에 대하여 한글화 추진 국회에서도 법제처의 법률한글화사업에 적극 동참, 의원제안 법률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한글화 실시
2. 법률한글화사업의 일부 확대 - 2001년부터 신규제정, 전문개정 법률안뿐 아니라 부분개정되는 법률안중 조문이 신설되거나 전문개정되는 경우에도 해당 조문 한글화 실시 - 2001년도 및 2002년도 한글화 추진대상 법률 23건, 27건 각각 한글화 실시, 부분개정 법률중 신설 및 전문개정 조문 모두를 한글화
3. 법률한글화 전면실시 방안 검토 - 2002년도 법제처 주요업무로 "법률한글화 전면실시 검토"를 계획하여 대통령 및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고, 법률한글화 전면실시를 위한 대책 강구 - 일반국민, 입법부, 사법부, 각 부처 및 대한변협 등 관련 단체에 법률한글화 전면실시에 관한 의견수렴
Ⅲ. 법률한글화 전면실시 1. 필요성 - 법률한글화사업을 현재와 같이 신규제정되거나 전문개정되는 법률(부분개정되는 법률중 신설․전문개정 조문 포함)에 대하여만 추진을 한다면 전체 법률의 한글화에 지나치게 장기간이 소요되며, 완료시점을 특정할 수 없음. 현재 법률의 갯수가 1,000여 개인데 비해 매년 한글화되는 법률 건수는 20~30건에 불과함. - 현재의 법률한글화 추진방법을 지속할 경우 한글전용된 법률과 국한문혼용인 법률이 혼재하게 되며, 같은 법률안에서도 조문별로 한글전용 여부가 혼재하게 되어 시각적인 측면이나 법령이해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 초래 2. 법률한글화 전면실시에 관한 의견수렴 - 법률한글화 전면실시와 관련하여 인터넷포럼(2001.12 ~ 2002.1)을 개최하여 일반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조속히 실시하자는 의견이 많았음. - 각 부처 법무담당관회의 소집, 법률한글화 전면실시에 관한 취지 설명 및 협조요청(2002. 5. 8) -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어문회 등 관계 기관 및 단체에 대하여 의견을 수렴한 결과(2002. 10. 16~11. 12),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음.
Ⅳ. 전면실시 추진방향 및 향후 추진일정 1. 추진방안 단기추진 법률과 중․장기추진 법률의 구분 - 소관부처에서 단기추진 법률과 중․장기추진 법률을 구분하여 제출 - 소관부처 및 법제처가 협의하여 단기추진 법률과 중․장기추진 법률 1차 구분안(區分案) 마련, 법률한글화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 중․장기추진 법률 구분기준 다음의 경우는 중․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하면서 소관부처와 함께 전문가의 연구와 검토를 거쳐 한글화 추진 (1) 민․형사법 등 국민의 법률생활에 근본이 되는 기본법으로서 개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법률 (2) 법령문안이 고문체(古文體)로 되어 있어 한글전용을 위하여 연구용역을 의뢰할 필요가 있는 등 일정기간이 소요되는 법률 (3) 그밖에 단기간내에 한글전용을 하기에 현저하게 어려움이 있는 법률 중․장기추진 법률을 제외한 모든 법률은 금년도에 한글전용 추진 - 중․장기추진 법률로 확정된 법률 외의 모든 법률은 금년도에 전면적으로 한글화 추진 - 각 법률의 조문중 뜻의 전달에 혼란이 우려되는 용어는 괄호안에 한자 또는 원어를 병기 법률한글전용을 위한 일괄 입법 추진 - 한글화를 위한 법률개정안을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국회에 제출하기 보다는 법제처에서 법률한글전용을 위한 일괄 입법안(가칭 "현행법률한글화를위한특별조치법")을 마련, 법제처 주관으로 국회제출․처리 2. 향후 추진일정 정부 각 부처에 대하여 단기 추진, 중․장기 추진 대상 법률에 대한 의견 조회 : 2003년 2월 법률한글화추진기본계획 수립 : 3월 가칭 "현행법률한글화를위한특별조치법" 마련 : 4월 ~ 5월 국무회의 상정 등 정부내 입법절차 진행 : 6월 특별조치법 임시국회제출, 대국회 취지 설명 및 협조 당부 가급적 2003년 10월 9일(한글날) 공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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