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과정 많은 비극, 내적 불안 가장하는 데 익숙"
"건재 과시, 지지층 결집 메시지…불안감 숨기려 노력"
"헌재 결정 인정 안 해 동요 없을 수도…자신감이 미소로"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 못 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일반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왔다.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헌정사상 초유의 '파면'을 당한 이후 대중에 처음 공개된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16분께 청와대를 나선 박 전 대통령은 약 20분만인 7시37분께 삼성동 자택 앞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차 안에서 사저 앞에 모인 500~600명의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또 연신 웃음을 머금은 채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눈 후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많은 국민과 정치권에서 "황당하다" "충격적이다" "소름이 끼칠 정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행동과 메시지에 대해 내면의 불안감을 숨긴 것으로 분석했다. 미소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은 성장 과정에서 많은 비극을 겪었다"며 "내적으로 불안한 부분들을 가식적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해졌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일반 정치인의 경우 이같은 상황이면 우울하고 침통해하는데 박 전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본인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고 거기서 나가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그게 덜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지자들은 쫓겨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침울해하고 좌절할 수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건재함을 강조하기 위해 미소를 짓고 지지세력을 결집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 교수는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보인 미소는 다소 과하게 비칠 수 있다"면서 "불안을 숨기기 위해 더욱 강하게 미소를 짓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애초에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적인 동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결과에 승복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낙담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헌재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하고 있다"며 "진실이 밝혀질 텐데 굳이 슬퍼하거나 침울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공 교수도 "지지자들과 핵심측근들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음모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을 한다"면서 "주위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박 전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내면의 자신감이 미소로 분출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