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론 가는 길

[마르타]

배론 가는 길

                       최양업 신부님을 그리며

최옥

문경새재 넘어가며

당신 발자국 찾아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세월의 두께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 쌓인 욕망의 두께

위선의 두께가 두껍기 때문입니다

이 길을 당신께서 걸었다기에

보이지 않는 발자국 위에

내 발 살며시 얹어 봅니다

천근만근 무게로 짓누르던 바위굴 속에서

숨죽이며 드렸다던 미사

별들이 박수치고 달빛이 환호하던 그 미사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흐뭇했을까요

바위굴 속에 앉아 봅니다

한없이 자세를 낮추어야 앉을 수 있지만

하늘까지 닿았을 믿음

먼 옛날 당신은 비탈진 길

황톳길, 돌팍길 마다 않고 가셨다지요.

문경새재 굽잇길을

하늘나라 가는 지름길로 알았겠지요

당신이 쓰러진 자리에서

당신 숨결 한 번만 느낄 수 있다면

마지막 한 마디 '예수 마리아' 들을 수 있다면

내 몸은 당신께서 잠든 배론에 당도했지만

내 믿음의 걸음은

아직 반의 반도 오지 못했습니다

2008. 8. 4. 배론 성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