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를 만들 때 나무의 어느 면을 위로 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도마가 탄생합니다.
대부분의 원목도마는 나무의 긴 결을 따라 만든 면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엔드그레인 도마는 조금 다릅니다. 나무를 가로로 자른 끝면, 다시 말해 나이테가 드러나는 방향을 조리면으로 사용합니다.
왜 굳이 나무를 잘라 방향을 바꾸고, 여러 조각을 이어 붙이는 복잡한 방법을 선택했을까요?
그 이유를 찾아가면 오늘날의 고급 주방이 아니라 오래전 정육점의 작업대와 만나게 됩니다.
■ 엔드그레인의 시작, 정육점의 두꺼운 나무 작업대
냉장·가공 기술과 주방 설비가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도 정육사에게는 튼튼한 작업대가 필요했습니다.
고기를 자르고 뼈를 손질하는 일은 칼과 작업대에 반복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나무는 그런 작업을 받아내는 중요한 재료였습니다.
오래된 정육용 작업대 중에는 통나무를 두껍게 잘라 만든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나무 한 덩어리가 언제나 좋은 해답은 아니었습니다.
나무는 건조하면서 수축하고, 때로는 갈라집니다. 통나무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작업면의 크기에도 한계가 있었지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여러 목재를 결합해 넓고 두꺼운 작업면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엔드그레인 방식의 정육용 작업대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등장했습니다. 미국에서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정육용 목재 블록의 제작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그 기록 가운데 하나가 미국 미시간의 목재 가공업체 Michigan Maple Block의 역사입니다.
이 회사는 1900년대 초 통나무 단면을 이용한 작업대의 갈라짐과 크기 문제에 대응해 여러 목재를 결합한 정육용 블록을 발전시켰습니다.
1919년에는 프레더릭 슈미트(Frederick J. Schmitt)가 여러 나무 조각을 결합한 정육용 작업대의 구조에 관한 미국 특허를 받았습니다.
물론 그가 엔드그레인 도마를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오늘날 우리가 보는 엔드그레인 도마가 단순한 장식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작업 현장의 필요와 목공 기술이 만나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 나무의 방향을 바꾸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나무를 한 다발의 긴 섬유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통원목 도마에서는 나무의 긴 결이 조리면과 나란히 놓입니다.
반면 엔드그레인 도마에서는 나무의 섬유가 조리면에 대체로 수직으로 향합니다.
나무를 자른 끝면들이 모여 하나의 조리면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엔드그레인은 일반적인 길이 방향의 목재와 다른 표면 무늬를 보여줍니다.
나이테와 목재의 단면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형태가 나타나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늬만이 아닙니다.
목재의 방향은 칼이 닿는 방식과 수분이 이동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엔드그레인에서 칼날은 나무 섬유의 길이 방향과 나란히 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칼날에 부드러운 구조라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구별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이 모든 칼과 모든 조리 조건에서 칼날 마모를 더 적게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칼날의 재질과 각도, 사용하는 힘, 목재 수종과 표면 상태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엔드그레인 도마를 칼날이 무뎌지지 않는 도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엔드그레인의 매력과 함께 알아야 할 단점
엔드그레인 도마가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나무 단면 특유의 표정입니다.
여러 단면이 모여 만드는 무늬는 긴 나뭇결을 그대로 보여주는 통원목 도마와 다른 분위기를 만듭니다.
주방에서 식재료를 손질하는 도구이면서,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나무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생활 도구이지요.
두께감 있는 제품은 작업대 위에 두고 사용하는 방식에도 잘 어울립니다.
반면 단점도 분명합니다.
엔드그레인은 일반적인 목재의 옆면보다 물이 빠르게 스며들 수 있는 방향을 조리면으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물에 오래 담가 두거나 세척 후 젖은 상태로 방치하는 일을 피해야 합니다.
또한 목재를 여러 조각으로 구성하는 방식은 재료의 건조 상태와 제작 정밀도, 접합 품질이 중요합니다.
온도와 습도가 반복해서 변하면 나무가 수축하거나 팽창하면서 휨과 갈라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엔드그레인이라고 해서 칼자국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사용하면서 표면에 흔적이나 착색이 남을 수 있습니다.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재료 손실이나 가공 공정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결국 엔드그레인은 모든 면에서 통원목보다 우수한 도마가 아니라, 다른 구조와 특성을 지닌 도마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정육점의 작업대가 오늘날 주방에 놓이기까지
오래전 정육용 작업대에서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반복적인 작업을 견디는 실용성이었습니다.
오늘날 가정에서 원목도마를 고르는 기준은 조금 더 다양해졌습니다.
채소를 다듬는 순간의 사용감, 조리 공간과 어울리는 크기, 관리에 필요한 시간, 주방에 놓였을 때의 모습까지 살펴보게 됩니다.
도마가 단순히 음식을 써는 판이 아니라 매일 손이 닿는 생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목공 기술이 만든 구조가 요리 문화 속으로 들어와 하나의 주방 풍경이 된 셈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기술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주 꺼내고 씻어 빠르게 정리하는 가벼운 도마를 원한다면 다른 형태가 더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일정한 조리 공간을 마련해 두고, 원목의 질감과 두께감을 즐기며 관리하는 분이라면 엔드그레인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 거소재가 국내산 산벚나무를 선택한 이유
거소재는 원목도마를 단순한 소모품보다 일상의 시간을 함께하는 생활 도구로 바라봅니다.
그중 국내산 산벚나무 엔드그레인은 거소재가 대표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개하는 도마입니다.
산벚나무는 하드우드로 분류되는 목재입니다.
거소재의 국내산 산벚나무 엔드그레인 도마는 가로 450mm, 세로 265mm, 두께 35mm 규격으로 제작된 제품입니다. 원산지는 대한민국입니다.
도마를 비교할 때는 수종뿐 아니라 규격과 두께가 실제 조리 공간에 맞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엔드그레인 도마를 선택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나의 주방에 놓을 공간이 충분한가?
사용하고 세척할 때 크기와 두께가 부담스럽지 않은가?
나무의 수분 관리와 주기적인 손질을 생활 속에서 이어갈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제품의 형태와 목재 상태, 제작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도마를 고를 수 있습니다.
■ 좋은 나무도마는 어떻게 오래 사용할까요?
엔드그레인을 포함한 원목도마는 사용 후 가능한 한 빨리 세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염물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수세미와 적절한 세제로 씻은 뒤, 깨끗이 헹구고 표면의 물기를 닦아주세요.
그다음에는 양쪽 면에 공기가 통하도록 세워 충분히 건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시간 물에 담가 두거나 식기세척기에 넣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건조 상태를 살피면서 식품 접촉용으로 적합한 도마 관리 오일을 필요한 시기에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생고기나 생선을 손질할 때는 채소·과일용 도마와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교차오염을 줄이는 데 유리합니다.
깊은 균열이나 세척하기 어려운 홈이 생겼다면 사용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원목도마를 오래 사용한다는 것은 아무런 변화 없이 처음 모습 그대로 보존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용하고, 씻고, 건조하고, 필요한 손질을 이어가는 일입니다.
■ 나무의 끝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이야기
엔드그레인 도마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오늘날 아름다운 무늬로 주목받는 목재의 단면이 과거에는 반복적인 칼질을 견디기 위한 작업면으로 활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실용적인 필요가 목공 기술을 발전시켰고, 그 기술은 시간이 흐르며 일상 속 주방 도구로 이어졌습니다.
나무를 자르는 방향 하나에도 이런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거소재는 그 이야기와 함께 도마를 선택할 때 필요한 사실들도 전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나무결뿐 아니라 수종과 구조, 실제 크기, 관리에 필요한 시간까지 충분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거소재 국내산 산벚나무 엔드그레인 도마는 공식 스마트스토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geosozae
거소재 geosozae | SINCE 2014
음식이 닿는 자리, 마음이 머무는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