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1. 12. 1.자 법률신문에 따르면 내년 로스쿨로 배출되는 변호사가 1500명, 사법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법조인이 1000명, 그리하여 총 2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된다고 한다.
1960년 400여명의 변호사에서 시작하여 2010년 1만명을 막 넘어선 것에 비하면 50년간 늘어난 변호사 숫자의 25%에 해당하는 숫자가 한 해에 배출되니 가히 '법조계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직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가 배출되기 전부터 취업대란이 예상된다고 각종의 일간지에서 경고하고 있을 정도이니 법조계에
변호사로서 몸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그 이후의 변화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어느 누구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생들과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반목이
너무 심화되는 것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로스쿨생들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둘 간의 반목은 그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기존 법조인들은 어떻게 먼저 기반을 잡을 것인가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로스쿨이 자신이 오랜기간 준비해온 사법시험의 기회를 빼앗고 변호사 자격을
너무 쉽게 얻는다는 박탈감이 자리할 수 밖에 없음은 오랜기간 사법시험에 매진하여 온 나로서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반면 로스쿨생의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만든 제도에 편입되어 열심히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받기도 전에 사법시험과는 다른 변종 변호사인 것인양 취급되는 것이 불만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각종 게시판이나 신문기사의 댓글을 보면 둘 집단간의 반목을 쉽게 엿볼 수 있고 그 반목의 골이 서로를 향한
분노와 이유없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반목의 이유는 알고 보면 결국 서로를 향한 '두려움'에 그 본질이 있다. 사시생들은 자신들이 로스쿨로 인하여 합격의 기회를 상실하여 그렇게 오랜기간 준비해온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 로스쿨생은 법률실력의 부족함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로스쿨을 수료하여 변호사로서 사시출신 변호사들과 경쟁하면서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할지, 취업은 가능할지 등의 진로에 대한 두려움이 서로를 비난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본다.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의 문이 그리 좁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반목이 생겼을까?
나는 이 문제의 본질은 시장수요를 정확히 분석하지 않고 순전히 형이상학적인 논리 즉, 단순히 기득권을 뺏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져온 폐단에 있다고 본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의뢰인들의 법적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법률적 설명을 잘못했다가는
당장 변호사에게 책임을 묻고 선임료를 반환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로스쿨의 취지는 이제 변호사는 기존 사시와 같이 높은 수준의 법률지식이 필요없다고 하면서 기본 소양만(?)을 갖추면 된다고 하면서 변호사의 법률지식 기대 수준을 더 낮추고 있다.
수요자는 지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공급자는 기존 보다 법률지식을 낮춘다는 것은 기존의 수요도 흡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얼마전 술자리에서 만난 한 로스쿨 학장님께서 변호사들이 한 건당 30만원씩만 받고 수임하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수요창출이 가능하다는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발언을 들으며 로스쿨생들에 현실적 취업정책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반면에 사시생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시존속기간동안 어떻게 최선을 다하여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로스쿨을 폐지할 수 있는 방안이나 예비시험제도의 도입등을 주장하면서 열정을 낭비하고 있는 듯하다. 이미 시작된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새로 로스쿨을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면서 이런 정력낭비를 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이제 시작된 제도인 이상 문제점을 보완하고 어떻게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내년이면 미국의초대형 로펌도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는 마당에 서로간의 반목은 사시출이건 로스쿨 출신이건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년 변호사시험이 끝나고 나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변호사시험의 난이도, 합격률, 취업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처리능력 등 등...
나 역시 로스쿨제도가 정착하여 로스쿨 본연의 취지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법조계의 체질을 강화하면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친 낙관주의, '시행착오를 거치다보면 정착되겠지'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으로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만연히 '다양한 직역확대로 취업난도 해결되겠지'라는 식으로 현재의 문제를 방치한다면 지금의 일본처럼 변호사의 대우만 낮아짐과 동시에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까지 겹치는 법조계의 장기적 불황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법조인 스스로 눈높이를 낮추어 다양한 일자리를 찾으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미 눈높이는 낮아질대로 낮아져 있는 상태이다.
대기업 등을 다니다가 로스쿨에 입학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오히려 대기업에 일반직원으로 다닐때보다 연봉이 더 낮아지는 사태는 없기를 바란다.
눈높이를 낮추더라도 법률을 다루는 법조인들이 적어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전문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로스쿨, 기존 법조인 들이 함께 고민하여야 한다.
대책이 없는 로스쿨제도의 시행이 낳은 두려움이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여야 할 로스쿨생들과 사시생들을 반목의 골로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들의 반목을 유발한 것은 바로 정부다. 정부는 이 점에 대하여 분명하게 책임있는 자세로 앞으로 발생할 사태에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 두려움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의 기회로 삼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법조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인 것 같다.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