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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한 좋은 글 스크랩 역대 미당문학상 수상작 및 수상시인
김철교 추천 0 조회 63 09.01.19 18:3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제 1 회 미당문학상 수상작/2001년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가 안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1939년 서울출생

   196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사물의 꿈/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세상의 나무들/갈증이며 샘물인등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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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회 미당문학상 수상작/2002년

 

탁족(濯足)

 

              황동규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梧田)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입을 때

흔들어봐도 안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서넣고 걷다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 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시냇가에 앉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문신(文身)들!

인간의 손이 쳐서

채 완성 못 본 문신도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 풀로 맺을 수 있는 것이 어디 있는가?

 

   1938 년 서울출생

   195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풍장/버클리풍의 사랑노래등

   현대문학상/한국문학상/아산문학상/대산문학상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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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회 미당문학상 수상작/2003년

 

텔레비젼

 

                 최승호

 

하늘이라는 무한(無限)화면에는

구름의 드라마,

늘 실시간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네.

연출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수줍은지

전혀 얼굴을 드러내지 않네.

이번 여름의 주인공은

태풍 루사가 아니었을까,

루사는 비석과 무덤들을 무너뜨렸고

오랜만에 뼈들은 진흙더미에서 나와

붉은 강물에 뛰어들었네.

불멸을 향한 절규들,

울음 울던 말매미들이 사라지고

단풍이 높은 산봉우리에서 내려오네.

나는 천성이 게으르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인지

산 좋아하는 이들을 마지못해 따라나서도

개울가에서 그냥 혼자 어슬렁거리고 싶네.

누가 염치도 없이 버렸을까,

휑하닌 껍데기만 남은 텔레비젼이

무슨 면목없는 삐딱한 영정처럼

바위투성이 개울 한구석에 쳐박혀 있네.

텅 빈 텔레비젼에서는

쉬임없이

서늘한 가을물이 흘러내리네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대설주의보/세속도시의 즐거움/회저의 밤/그로테스크등

   오늘의 작가상/김수영문학상/아산문학상/대산문학상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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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회 미당문학상 수상작/2004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김기택

 

 

방금 딴 사과가 가득한 상자를 들고

사과들이 데굴데굴 굴러나오는 커다란 웃음을 웃으며

 

그녀는 서류 뭉치를 나르고 있었다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고층 빌딩 사무실 안에서

저 푸르면서도 발그레한 웃음의 빛깔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그 많은 사과들을

사과 속에 핏줄처럼 뻗어 있는 하늘과 물과 바람을

스스로 넘치고 무거워져서 떨어지는 웃음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사과를 나르던 발걸음을

발걸음에서 튀어오르는 공기를

공기에서 터져나오는 햇빛을

햇빛 과즙, 햇빛 향기를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지금 디딘 고층 빌딩이 땅이라는 것을

뿌리처럼 발바닥이 숨쉬어온 흙이라는 것을

흙을 공기처럼 밀어올린 풀이라는 것을

 

나 몰래 엿보았네 외로운 추수꾼*의 웃음을

그녀의 내부에서 오랜 세월 홀로 자라다가

노래처럼 저절로 익어 흘러나온 웃음을

 

책상들 사이에서 안 보는 척 보았네

외로운 추수꾼의 걸음을

출렁거리며 하늘거리며 홀로 가는 걸음을

걷지 않아도 저절로 나아가는 걸음을

 

* 월리엄 워즈워스의 The Solitary Reaper에서 인용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태아의 잠/바늘구멍 속의폭풍/사무원등

   김수영문학상/현대문학상/이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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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회 미당문학상  수상작/2005년

 

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슴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 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1970년 경북 금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맨발

   노작문학상/동서문학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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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2006년

 

 모래 여자

 

              김혜순

 

모래 속에서 여자를 들어올렸다

여자는 머리털 하나 상한 데가 없이 깨끗했다

 

여자는 그가 떠난 후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고 전해졌다

여자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숨을 쉬지도 않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와서 여자를 데려갔다

옷을 벗기고 소금물에 담그고 가랑이를 벌리고

머리털을 자르고 가슴을 열었다고 했다

 

여자의 그가 전장에서 죽고

나라마져 멀리멀리 떠나버렸다고 했건만

여자는 목숨을 삼킨 채

세상에다 제 숨을 풀어놓진 않았다

몸 속으로 칼날이 들락거려도 감은 눈 뜨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자를 다시 꿰매 유리관 속에 뉘었다

기다리는 그는 오지 않고 사방에서 손가락들이 몰려왔다

 

모래 속에 숨은 여자를 끌어올려

종이 위에 부려놓은 두 손을 날마다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낙타를 타고 이 곳을 떠나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꿈마다 여자가 따라와서

감은 눈 번쩍 떴다

여자의 눈꺼풀 속이 사막의 밤하늘보다 깊고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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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경북 울진 출생

  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 평론 당선

  79년 문학과 지성  시등단

  시집: 또 다른 별에서(81년)/나의 우파니샤드(94년)등 다수

  김수영문학상(97년) 소월시문학상(2000년) 현대시문학상(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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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2007년

 

 식당 의자

 

              문인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호식당 천막앞에, 흰 플라스틱의 의자 하나 몇날 며칠 그대로 앉아 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개가 이제 또렸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상당 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와 팔걸리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꾸 뭉게뭉게 뭉겐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런저런 궁리 중이다. 이 몸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낸 저 의자.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으로 등단

 대구문학상/김달진 문학상/노작문학상

 시집: 늪이 늪에 젖듯이/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뿔

 홰치는 산/동강의 높은 새/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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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8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2008년

 

 

                                 송찬호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 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뜰더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 가웃은 된다고 빙긋이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않은 꼬투리들이 따닥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낱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부치는 가을이었다

 

  콩새야, 니 여태 거기서 머하고 있노 어여 콩알 주워가지 않구, 다래넝쿨 위에 앉아 있던 콩새는 자신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꼭 콩새만한 가슴을 두근거리는 가을이었다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과 졸업
  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 1년 동안의 빈 의자'(94년) '붉은 눈, 동백'(2000년)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2000년)
 김수영문학상(2000년) 미당문학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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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2.07 20:19

    첫댓글 장로님^*^ 미당문학상 수상작 즐감 했습니다 오늘 편집위원회의 끝나고 방문합니다. 영신신문 카테고리 만들어 주세요...원고 들어오면 수정하겠습니다. http://blog.daum.net/kdk99 제 블로그입니다 참고 하세요...

  • 13.06.29 03:13

    섹시,청순,귀여움,애교쟁이,최강동안 165에 46비컵 미현이에요 오늘 저랑 소주한잔 같이할 오빠 없나요 ☞ http://bidanbaem.co.kr/sdfEWFSfwef.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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