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예 작가의 작업실 '나는 그물망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글/ 정명주(큐레이터)
김건예 작가는 대구효성여자대학교 미술대학을 1991년에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13년간 독일에 살면서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를 2002년에 졸업하고 작가로 데뷔한 후 귀국하여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는 변호사협회가 주관한 영아티스트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하였으며, 바덴-뷰텐베르크 주 미술협회 장학금과 레히베르크하우젠의 '카스파-모아' 아틀리에 도시장학금 등 독일 남부지역에서 주목받은 신진작가로 활동하였다. 2000년대 중반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작업하고 활동하였으나, 베를린 미술시장의 경기악화와 맞물려 2008년 귀국하였다. 한국에서 한동안 적응기를 거치며 침체기를 맞이하였으나 2009년 후반기부터 다시 활동을 재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의 허리세대 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작품 소장으로는 독일 레히베르크하우젠 시청, C/M/S 변호사협회, 개인 콜렉션 등이 있다.
김건예 작가의 작업실은 명덕네거리 근처에 있다. 이천동과 대봉동, 대명동이 만나는 지점이다. 대부분의 작가 작업실이 그러하겠지만, 여름엔 무지 덥고 또 겨울엔 무지 춥기 때문에 언제 어느때든지 그날의 기온을 몸소 느낄 수 있다. 한국에 귀국하고 시지동에서 작업을 하다가 이리로 이사한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작업실을 대구 중심지로 옮긴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좀 더 활발한 교류를 하고자 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몰라도 작업실을 옮기고 난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역시 동료 선후배 작가들과 자주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란다. 그녀의 작업실은 한동안 작가들의 방앗간 역할을 하였다.
그의 작업 경향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주로 사람을 모델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변인물, 우리가 즐기는 것, 현대인의 흥미거리 등을 연구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부분들을 캡쳐하며 작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귀국 후, 대구에서 가진 첫번째 개인전(2009, 봉산문화회관)에서 그는 우리의 친근한 이웃의 모습처럼 따뜻하고 때론 고독하며 다사로운 햇살 같은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13년간 뭍어있던 독일의 감성이 아직 가시지 않은채 한국의 분위기에 적응해 가야하는 부담감은 어쩌면 그녀에게는 깊은 슬픔과 고독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10년 아트스페이스펄에서 가진 초대 개인 기획전 '그리드-다층적 의미의 관계망'에서는 다소 차갑고 이성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그 이후, 현실에서 벗어나 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통해 현실 속에 가상을 만들며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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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는 더나아가 또 다른 세상으로의 일탈을 꿈꾼다. 훔쳐보기, 19금 시리즈 등 상당히 낯붉어지는 테마를 선정한 이유는 뭘까? 예술과 외설의 논란도 사그러진 지금, 그녀가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루키와 범이, 두 고양이와 동거하는 김건예 작가는 현재 대명동의 허름한 작업실에서 우리에게 보여줄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