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가 왜 중요한가요?"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의 느닷없는 질문에 하비에르(Javier Rodriguez)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외쳤다.
"Que Interesante!! (거 참 흥미로운 질문이군!! )"
하비에르는 아르헨티나 마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자세와 워킹을 자랑하는 댄서 중 한 명이다. 그의 춤을 보고 있노라면
워킹만으로도 이렇게 춤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마스터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외쳤다.
"아주 흥미로워!!"
그는 너무도 당연을 것을 질문하는게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자세가 나쁘면
당연히 워킹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걸음걸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워킹이 기본인 땅고를 잘 출 수 없는 게 기본 이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날 클래스에서 우리는 자세와 홀딩의 느낌, 걸음걸이만으로 한시간 반을 보냈다.
<걸음걸이 만으로도 아름다운 춤을 만들어 내는 하비에르와 제랄딘 커플>
사실 어떤 춤이나 스포츠이든 처음 시작을 할 때는 자세부터 배우는 게 기본이다. 각 춤마다, 혹은 스포츠마다 익혀야 하는 기본 자세가 있고, 레벨이 올라가면서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늘 지적을 받고 기본에 충실하기를 잊지 않는다.
아무리 보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춤인 땅고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바탕은 다른
춤이나 스포츠와 다르지 않다. 처음에 기본을 익혔더도 춤이 능숙해지면서 자기도 모르는 버릇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나아가 자세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어느정도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꾸준하게 교정을 받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땅고 비디오를 접하다 보면 땅고 마스터들 중에서도 등이 굽어보이는 사람들이 테크닉적인 동작들을 능숙하게 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자들 중에는 힙이 뒤로 빠져 있으면서도 볼레오¹ 를 능숙하고 아름답게 해 내며 심지어 보기에 섹시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것일까? 혹시 춤을 추는데 있어 자세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자세를 소홀히 여기게 되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인종이 갖는 체형적 특징을 잠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남미 여자들이 단지 가슴과 힙이 볼륨 있고 다리가 길고 늘씬하다는 것과, 남자들은 가무잡잡한 피부에 구레나룻이 야성적이라는 것
외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들은 상체가 발달하고 하체가 날씬한 역삼각형 체형이 대부분인데, 아무리 마른 사람과
춤을 추어도 그들의 흉곽은 매우 두툼하여 상체리드가 무척이나 탄탄하다.
게다가 그들은 춤을 출 때 상체를 더 부풀리기 마저 한다. 비디오에서
등이 굽어보이는 남자는 등이 굽은게 아니라 상체가 두터워서 그렇게 보일 뿐, 사실 앞가슴도 그만큼 두툼하게 나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따라서 상체를 이용하여 리드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고 쉬운 일일는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동양인들은 보편적으로 하체가 발달한 체형이 많고 전체적으로 슬림하여 비만인 사람이 적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흉곽이 얄팍하여 만약
등이 굽게 되거나 되거나 허리가 휘면 동양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가슴이 뒤로 움푹 들어가게 되며, 이 상태로는 파트너에게 상체
리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그리고 상대 파트너에게 하중을 많이 주게 되어 여자들은 상대에 맞게 허리가 휘게 되며, 이는 허리와 무릎, 발바닥 등에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나아가 몸에 무리를 가져오게 된다.
남미 여자들의 허리도 마찬가지이다. 등만 볼 때에는 휘어져 보이지만 배와 다리에 이어지는 라인과 골반의 기울기를 살펴보면 배를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가슴과 마찬가지로 힙도 우리보다 훨씬 발달하여 있기 때문에 조금만 휘어도
힙을 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슴은 닿아 있어도 아랫배는 당겨져 있다. 동양인들이 엉덩이를
빼면 가슴 아래 배가 닿는 것과 다르다. 등과 허리가 휘게 되면 상체와 하체 분리가 잘 되지 않아 부드러운 팔로우를 하기 어렵고
볼레오 등의 라인이 예쁘게 되지 않는다.
남미 사람들에 비해 슬림한 상체를 가진 아시아인들은 땅고가 가지는 특징적인 바른 자세를 가지기 위한 훈련이 더 필요하다. 사실 한 발로 안정되게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좋은 자세는 하체를 자유롭게 만들어 스텝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게 한다. 또한 스텝과 스텝 사이에 여유가 많아지므로 남녀를 불구하고 다양한 아도르노가 가능하게 된다.
<좋은 자세가 아름다운 춤을 만든다. 무대위의 밀롱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땅게로스들>
하지만 좋은 자세가 곧 보기 멋진 자세라는 것은 아니다. 좋은
느낌을 상대에게 주는 자세가 좋은 자세이다. 바른 몸의 중심, 넓고 탄탄하게 부풀어 열려 있는 상체, 파트너에게 조용히 집중하는
힘, 그러면서도 긴장하지 않고 부드러운 등과 무릎이 좋은 홀딩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홀딩은 리드와 팔로우를 연결하는 다리와도
같고, 파트너를 느끼고 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의사소통으로서의 귀와 혀와도 같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물론 음악에 맞춰 흥미로운 스텝들을 나열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홀딩은 내 파트너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동시에 나 역시 그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으로 자리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홀딩을 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이 세상과 분리되는 특별한 그들만의 세계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이 땅고가 다른 소셜댄스와 차별되는 특별함이기도 하다.
내
파트너를 가장 소중하고 아끼는 사람으로서 안아주자. 그리고 나의 사랑을 아낌없이 그에게 부어 주자. 남녀관계의 사랑이든,
우정으로서의 사랑이든, 휴머니티에 입각한 인간애의 사랑이든 아무 거여도 좋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가진 또 하나의
특권이며 누릴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그리고 춤을 추는 동안 스텝을 생각하고 화려한 동작을 연구하는 대신 끊임없이 사랑을 서로 주고 받을 때 가장 아름다운 춤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땅고를 위한 가장 좋은 자세이다.
<밀롱가 파티장에서 하비엘 로드리게스(Javier Rodriguez) 와 필자>
(주)
1. 볼레오 (Boleo) : 채찍,
혹은 휘두르다 라는 뜻의 땅고의 특징적인 동작. 몸에서 일어나는 관성과 그 힘에 반대되는 힘과의 충돌에 의해 발이 공중으로
들려지는 동작을 말한다. 발이 공중에서 그려지는 모양이 채찍과 같다고 하여 불리어지는 이름으로, 직선으로 뻗어지는 볼레오와
제자리에서 피봇 회전을 이용한 볼레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