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예상논제414] 데카르트와 맥도날드 그리고 현대과학

[ETHICAN]

 데카르트와 맥도날드 그리고 현대과학
현대사회의 효율성과 과학적 세계관
/ 김정훈 부산진고등학교 교사

'부일논술'은 달라진 출제 경향에 맞춰 논제를 출제하고,해설을 덧붙여 통합교과형 논술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개금고 서진관,부산남고 이성건,부산사대부고 반태훈,부산진고 김정훈,성일여고 김덕곤,양운고 박경원,해강고 김태진 선생님 등 일선 고교 논술지도 교사와 부산종로학원 수리·과학논술팀이 함께 합니다. 본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제 제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과학적'이라는 수식어를 '믿음직한, 체계적인, 참된' 등을 의미하도록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침대가 아니라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과학이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지식으로서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적 세계관은 인간들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또 과학기술은 자연의 합리적 이용,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의 형성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에너지와 자원 고갈,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류사회의 위기'와 같은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편, 맥도날드는 비교적 싼 가격에 비해 편리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맥도날드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합리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맥도날드에서 지속적인 만족감을 얻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것은 합리성의 개념이 오히려 비효율, 고비용, 비인간화라는 불합리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러한 과학적 세계관과 효율성은 모두 근대성의 산물이다. 따라서 서구 근대사상의 근간을 이룬 데카르트와 맥도날드로 상징되는 현대사회의 합리성에 대해 비판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교과서 살펴보기

가

과학지상주의는 모든 과학의 산물, 과학적 인식과 사고 방식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나머지 그 외의 사고 방식이나 의식 구조를 무시하는 입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학지상주의는 현대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첫째, 도구적 이성을 과도하게 중시한 나머지 인간의 도덕성, 심미성 등 인간이 가지는 여러 다른 특성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일반적으로 도구적 이성이란, 우리가 주어진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수단을 어떻게 마련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가를 계산할 때 의지하는 합리성이다. 도구적 이성은 도덕적, 정신적 계몽이 요구되는 문제에서조차도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해결해 줄 기술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게 만든다. 예를 들면, 환경 보전의 필요성이나 잠재적인 재난의 방지책을 주장할 때 예상되는 비용과 이익을 저울질하는 계산법이 대표적이다.

둘째, 과학지상주의는 도덕적, 종교적 신념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 도덕적 생활을 검토하고 이해하려는 논의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학지상주의는 인간의 주체성, 자율성, 책임, 참된 삶, 권리와 의무 등에 대한 논의를 비과학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공적인 대화로부터 제외시키려고 한다. 또 그러한 용어나 주제들은 입증하기 곤란한 것이므로 단지 의미 없고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도덕>교과서

나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는 서구 근대사회의 진행 과정을 합리화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베버에게서 합리화는 두 가지 차원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문화적 합리화이다. 이 경우 합리화는 탈마술화, 즉 미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사고가 확대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합리화이다. 이것은 주어진 목적에 가장 적합한 수단을 선택하는 경향의 확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자본주의 경제구조와 관료적 근대 국가가 모두 이 합리화의 결과로 파악되고 있다. 합리화의 결과 근대사회에서는 자율적인 인간과 인간의 인간에 대한 직접적이고 자의적인 지배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출현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합리화가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사회·문화>교과서

데카르트와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이해

서구의 근대성을 설명할 때 데카르트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서구 근대사상의 근간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 근대화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과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합리적 수단을 동원하는 능력을 중요시한다. 그러한 특성으로 근대화는 현대사회 각 영역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생산 능력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비인간화와 극단적 개인주의와 같은 문제점도 낳게 되었다.

1　데카르트 <방법서설>의 비판적 이해

<방법서설>의 2부는 데카르트가 연구를 진행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을 마련한 장이다. '의심하는 이성에 대한 강조, 분해의 법칙, 체계적인 순서 마련하기, 열거와 검사의 법칙'은 근대정신의 특성뿐만 아니라 합리성의 특성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네 가지 원칙이 현대사회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 원칙은, '명석판명'이다. 이것은 동일한 것, 명료한 것을 의미하는데, 근대정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말이다. 이것은 동일화란 수량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수를 사용해서 대상을 모두 동일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이질적인 것을 배격하는 것으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매도하게 된다. 그리고 명료화란 명료하지 않은 사실 세계를 명확하게 나누는 것으로, 이분법과 같은 사고방식을 낳게 된다.

두번째 원칙은, '분해의 법칙'으로 검토할 어려움을 각각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작은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정신의 근간이 되는 생각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부분으로 나누면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할 것이라고 탐구를 해 나갔지만, 물질에 대한 최소 단위는 끊임없이 변모해 가고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이러한 사고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분석적 사고로는 대상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불가능하므로, 최근의 추세는 통합을 강조하게 되었고 그 결과 동양 사유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번째 원칙은, '체계적인 순서 마련하기'이다. 문제제기, 기존연구 검토, 가설설정, 조사 및 실험, 가설검증 및 정리와 같은 체계적인 순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순서가 있다는 것은 '중심이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사실 세계가 모두 중심을 갖고 일정한 순서로 되어 있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른바 '수목형 구조'의 사고방식에는 그 중심이 무너지면 모든 것들에 다 피해가 전달되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데, '서구 중심주의'나 '남성 중심주의'는 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관련된다. 따라서 여러 개의 중심을 갖는 '리좀 구조'의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번째 원칙은, '열거와 검사의 법칙'이다. 이것은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발견하기 위한 실험과 검증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서구의 자신감이라 할 수 있지만, 인간 세계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이 존재하는 곳이다.

2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접근

근대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으로 중세에 비해서 세속적·인간적인 경향과 아울러 이성적·실증적·경험주의적인 경향을 띠게 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국민 국가시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그 결과 이성적 인간 사유를 강조한 계몽주의가 지배하고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게 되었으며 합리주의가 삶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유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었으며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그리고 평등 사상과 같은 새로운 가치가 등장하게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으나, 공업화에 따른 대량 생산과 소비로 인한 거대 도시화 현상, 경제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 기술의 인간 지배로 인한 인간 소외 현상, 지나치게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비인간화 현상,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극단적 개인주의와 같은 현대사회 병리 현상들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결과 도시 환경문제와 농촌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생기고, 부의 세습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기술의 인간 지배로 인한 인간의 주체성은 상실되고, 도구적 이성의 강조로 인한 도덕적 인간성이 파괴되고, 공동체주의의 약화와 공공선이 파괴되는 사회 문제점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3　과학적 세계관의 한계

로얼드 호프만은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에서 과학적 세계관은 '모든 것은 분석 가능하고 모든 문제에는 답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형성된 것이지만, 이러한 인식으로는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의 문제를 이해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울리히 벡은 <위험 사회>에서, 과학 발전에 의해서 맞게 될 생태적 위험과 고도 기술의 위험은 이전의 것과 질적으로 다른 것이 될 것이라 했다.

앤드류 핀버거는 <과학의 비판적 이론>에서, 기술 사회의 문제점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사회체제에서 발생하는 것, 즉 과학기술적 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이 기술사회의 문제점을 낳은 것이라고 했다.

과학적 세계관은 인간들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과학의 연구대상은 실험과 관찰이 가능하며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물질적 세계에 국한되어 있다. 따라서 과학적 지식은 복잡한 인간 사회를 파악할 수 없으며, 다양한 가치들을 판단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고전 펼치기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조지 리처

패스트푸드점의 대명사인 맥도날드는 현대의 합리성을 대변한다. '우리는 당신을 위해 모든 일을 해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온 맥도날드 시스템에서 비효율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손님이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모든 과정은 철두철미하게 최대 이윤의 창출을 위해 빈틈없이 짜여 있다. 맥도날드 시스템은 효율성의 극대화만을 노린 합리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와 결합되어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음식을 먹는 행위의 주체인 인간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현대사회의 합리성이 내포하는 비인간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트로피 / 제레미 리프킨

석탄 한 조각을 태운다면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겠지만, 일부는 아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지만, 이 석탄 한 조각을 다시 태워서 같은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열역학 제2법칙은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현재의 고에너지 소비 사회에 적용하면 앞으로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고갈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생각해 볼 과제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으로의 변화가 주는 합리성과 불합리성은 무엇인가.
현대 문명의 합리성에 대한 반성으로서의 슬로푸드 운동은 무엇인가.

기출문제

△예술의 효용성과 효용주의 비판(2007, 고려대 정시 논술)
△보편 문명과 근대화(2007, 이화여대 정시 논술)
△진보의 개념(2007, 부산대 정시 논술)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 현대 문명의 위기(2007, 서울교대 논술)
△서구적 가치의 보편성(2006, 동국대 정시 논술)
△현대사회의 합리성에 대한 비판(2002, 고려대 정시 논술)
△현대 문명의 부정적 현상의 원인과 해결책(2000, 연세대 정시 논술 자연계열)

/ 입력시간: 2007. 06.08.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