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
중국 조사선의 활화산기였던 송대(宋代)를 살다간 선사들의 숨소리를 오롯이 들을 수 있게 됐다. 각범 혜홍스님(1071-1128)이 발과 귀로 찾아 낸 81명의 조사탑이며 송대 불교사로 일컬어지는 <선림승보전>이 최초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선사들의 생각과 말, 행동 가운데 지엽들은 모두 버리고 정실만을 모아 놓은 선종사서로 원철스님(실상사 화엄학림 강사)이 번역했다.
각범스님은 강서(江西)의 선맥에 뜨거운 시선을 보내면서 임제(臨濟)의 법맥을 중흥시킨 지연과 법연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어느곳을 가든지 조사의 탑을 참배하였고, 노고(老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30년 이상이나 마음속에 고이 간직해 두었다가 만년(1121)에 상서의 남대사에 머물면서 필생의 역작으로 <선림승보전> 30권을 완성했다.
이 책은 당말(唐末)부터 북송(北宋)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선승인 조산 본적(840-901), 운문 문언(846-949), 풍혈 연소(896-973)스님 등 81명을 가려뽑아 전기와 기연 등을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선림승보전>은 <경덕전등록>, <조당집> 등을 계승한 보다 정확하고 정선된 비중 높은 선종사서로 평가되고 있다.
도서출판 장경각에서 펴낸 <선림승보전 上>에는 15권까지 42명의 선사들의 행장, 기연, 법문, 찬 등이 읽기 쉽게 수록돼 있으며 금년말까지 30권까지 번역, 하권을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종래의 선종사서는 전등(傳燈)의 발상으로부터 교외별전(敎外別傳)·정법안장(正法眼藏)이라 불려지는 법보의 전수를 축으로 했다. 그런데 각범스님이 굳이 승보(僧寶)를 말하는 것에서 그의 새로운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수행자 개인의 말과 행동을 제외하고 정법안장이란 있을 수 없다. 결국 사람이 도를 넓혀가기 때문이란 것이 각범스님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개개의 승보를 빼놓고는 송대의 불교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림승보전>에 수록된 선사들의 주옥같은 법문들을 읽다보면 가슴이 텅 비어 버린 듯한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안팎으로 화택과 같은 상황들을 몸으로 부딪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요즘, 걸출한 선사들의 깨달음 말씀은 청량한 정신을 되찾게 해주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무비스님은 서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의 화두가 풀리고 모두가 깨달음의 삶을 추구하는 길을 찾아가는데 도움은 물론 선종사서 연구에도 큰 몫을 할 것이다”고 평했다.
역자 원철스님은 “<경덕전등록>,
<조당집> 이후의 선사들에 대한 구체적 행적을 알 수 있는 선종사서 번역이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해 번역을 하게 됐다”며 “기존의 <전등록>류의 한글번역 성과를 집대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발간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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