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먼저 빈집 있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더군요.
요즘은 그나마 빈집을 빌리려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전에는 빈집을 사서 들어오려는 분들이 더 많았지요.
일단 사시기 전에 빌려서 살아보라 해도 사서 들어와야 괄시받지 않는다고 그러시데요.
그래도 저희가 살아보니 집은 일단 빌려서 그 마을에 살아보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어디서 살면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그래도 마을마다 참 다른 거 같습니다.
인심도 다르고 농사도 다릅니다. 사놓으면 옮기기 참 힘듭니다.
빈집 구할 때 저희도 무척 애먹었습니다.
귀농하시는 분들이 다 써본 방법을 저희도 다 따라해보았지요.
남편은 아예 혼자서 코펠에 침낭까지 싸서 배낭을 메고 걸어서
지도 들고 골짜기마다 들어가서 빈집이나 빈 방 있느냐고 묻고 다녔어요.
해 지면 마을회관이나 길가 버스정류장 벤치에서 자기도 하면서요.
저는 웃고 말았지요.
그 뜻이 가상은 하지만...그 누가 남자 혼자 와서 그것도 며칠째 수염도 못 깎고
옷차림은 허술한 남자가....마을에 빈집이나 빈방 내달라고 하면 주겠느냐고요.
나라도 안 주겠다 했죠.
하지만 그런 노력과 열정은 정말 높이 샀어요.
아, 이 사람이 이렇게 강하게 시골로 가고 싶어하는구나 싶었죠
그게 저를 감동시켰어요.
하지만 결과는 꽝!이죠..당연히.
그래서 주위에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소문을 냈지요. 빈집을 구한다고요.
그러다가 마침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분을 알고 있었는데 그분이
농사를 그만두게 되신 할아버지의 농가주택을 알아봐주게 된겁니다.
이장들은 마을의 빈집이 있는지 잘 알거든요.
그렇게 처음 저희는 살 집을 구했습니다.
4년째 되지만 아직 빈집 구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
어떤 이들은 몇년 내내 집을 구하지만 맘에 드는 집을 못 찾기도 하고요
어떤 이들은 오자마자 금세 집을 구하기도 해요.
하지만 집을 구하려면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거 같습니다.
쉽게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집을 찾아다니는 수많은 노력이 숨어있는 거지요.
저희가 와서 보니까 이렇게 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1.마음에 드는 지역이 있으면 일단 마을에 들어가본다.
2.마을 이장을 찾아서 이만저만하다고 인사를 건네고 명함이라도 주고 온다
3.마을에 파는 농산물이 있으면 일단 구입을 해본다. 그러면 그 집하고라도 연고가 생긴다.
4.눈치보지 말고 시간 날 때마다 그 지역을 방문해본다. 가족이 있는 사람은 가족과 같이 오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마루에 걸터앉을 수 있는 안면이라도 생기면 가끔 가서 물만 얻어마셔도 좋다.
그러면서 빈집 정보를 물어본다.(마을을 어슬렁거려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어요.)
4.그 지역에 소개받을 만한 사람이 있는지, 귀농학교나 친지들을 동원해서 알아본다
5.그 지역 면사무소에 가서 담당자를 찾는다. 군청에서도 상담을 해본다. (빈집정보가 나온 경우도 있고
웬만하면 마을 이장을 소개해주기도 하니까요.)
꼭 그 마을이 아니더라도 근처에 빈집이 나오면 일단 정착을 하고 나서
그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요.
저희도 처음에는 경남 함양에 있는 집을 계약까지 했다가 해약했어요.
물론 주인이 일방적으로 해약한 거지만 함양에서 괴산까지 널뛰기를 했지요.
귀농사이트에 나온 곳도 찾아가봤어요. 하지만 싸게 나온 곳은 그럴 만한 약점이 있더군요.
밭 한가운데 집 지을 자리에 고압송전선이 지나가고
폐교한 분교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거창한 사업을 벌여놓고 앞으로 투자할 돈이 들인 돈보다
더 들어갈 곳인 데도 있었지요.
저희는 지역에 대해서 크게 고집부리지 않았어요.
집 구하는 데 지치니까 나중에는 빈집만 있으면 어디라도 가겠다는 심정이 되더군요.
그러니 경남에서 충북까지 뛸 수 있었죠.
먼저 귀농한 제 친구는 경치 좋은 곳 너무 찾지 말고 살기 좋은 데 구하라 하더군요.
경치 보려면 방에 좋은 경치 그림 붙여놓고 살으라고요. ^^
살다보면 경치는 눈에 안 들어온대요. 바빠서도 그렇고 익숙해져서도 그렇고요.
아이들이 있으신 집은 근처 초등학교 아이들 수를 확인해보세요.
요즘 교육청에서는 30명 이하는 폐교시키고 50명 이하는 분교로 만들거나 근처 중학교와
통합하려고 해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하지만 앞으로 그런 압력은 갈수록 커질 거예요.
초등학교는 아이들 통학버스를 의무적으로 운행해요.
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그런 의무사항이 없답니다.
저희는 이사와서 1년 동안 딸아이를 중학교로 실어날랐습니다.
아침에는 초등학교 차를 타고 갔다가 끝나면 아들아이는 그 차를 타고 오지만
딸은 우리가 갈 때까지 학교에서 기다려야했지요.
일하다가 아이 데리러 가는 것도 큰 일이랍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중학교는 자전거로 통학할 수 있거나
버스라도 탈 수 있는 곳이면 좋을 겁니다.
사기막에 오기 전에 살던 마을에서는 딸아이는 아침에 초등학교 차를 타고 가고
올 때는 50분을 걸어서 왔습니다.
저희는 일하느라고 그리고 아이 독립시킨답시고 거의 데리러 가지 않았지요.
겨울방학 전에 코가 빨개져서 들어오는 아이가 안쓰러웠지만
아이도 그러려니 하더군요.
그리고 그런 말도 했어요.
학교에서 걸어오면서 보니까 날마다 색깔이 달라진다고요.
산의 색도 나무색깔도 하늘 색깔도 달라지는 게 보인다고 했어요.
그말에 또 감동먹어서 ^^;; 역시 시골 오기 잘했구나, 걸어오게 한 거 잘했구나..했지요.
저희가 빈집 구하느라고 시도했던 방법들도 써보세요.
저희한테는 별 효과는 없었지만..그래도 혹시 모르지요. 어떤 분들한테는 그방법이 통할런지요.
정성을 다해 구하면 그 뜻이 어딘가에 닿지 않을까요.
한번은 온식구가 여주까지 그날로 다녀온다고 슬리퍼 끌고 반바지 차림으로
아이들 데리고 갔다가 거기서 정선까지 가서 3박4일 하고 온 적도 있어요.
지금은 그때 생각하면 큰 추억거리로 여겨지지만
결국 귀농사이트에 올라온 곳들은 저희한테는 별 도움이 안됐던 거지요.
그리고 남편이 빈집 구하느라고 골짜기마다 찾아 들어갔던 마을에서
지금은 감나무를 구해서 감을 따고 곶감을 깎고 있어요.
인연은 그렇게 맺고 이어지더군요.
그러니 다 저마다 생각하시는 길들이 있으시면 그길을 따라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