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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지맥 2구간
2011.01.23 (일)
산길 : 정거리재~1127봉
거리 : 8.6km
(구간거리)
정거리재~4.4~황새터재~1.1~육백산~1.8~응봉산갈림(-1)~1.3~1,127m(황새봉) / 8.6km
(탈출)황새봉~황새골~강원대(삼척2캠퍼스) 2.5km
Cartographic Length 11.4km Total Time: 05:15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 6시 부전역앞에 버스는 온다. 날마다 떠들어 대기를 올들어 최저기온을 기록하고 수도관이 터지고 파이프 녹이다가 불을 냈네 어쩌네, 이야기만 들어도 한기가 드는데 우리는 더 추운데가 없냐는 양 강원도로 올라가고 있으니 다들 정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맞춰놓은 팀의 단체산행에서 일정을 바꾸자거나, 가기 싫다고 빠지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렇다하더라도 어찌됐든 어느산에라도 가기는 가야하니, 버스 좀 더 길게 타고 기온 조금 더 낮은 차이밖에 더 있으랴. 힘들고 고달픈 일이라도 몇 번 하게되면 질이 나는 법이다. 삼척까지 짧지 않은 시간 내내 잠든 채로 였으니 어느듯 체질이 된 모양이다.
10:30 정거리재
11:05 △941.0m
11:10 임도 삼거리
12:13 △1,156.3m
12:48 황새터 안부
13:21 육백산
13:56 장군목
14:39 1,127봉(황새봉)
15:40 강원대학교 삼척 제2캠퍼스
정거리재 (750m)
停車里峙. 정차리치가 아니라 정거리재라 읽는다. 현지에서도 그렇게 부르고 고시내용도 그렇다.
재가 험준하여 재 꼭대기에 쉬기 좋은 정자가 있어서 재를 넘는 사람은 반드시 쉬어 간다고 하여 정거리재라 함.
백두대간 화방재를 어평재라 하기도 하고 정거리재라 표기한 자료도 있다. 단종의 어가(御駕)가 지나가면서 쉬고 갔다거나, 쉬면서 “이제부터 여기는 짐의 땅이니라” 했다고 정거리, 어평이란 말이 나왔다는데, 지형도에는 여기가 정거리재다.
육백산에는 고려 공양왕이 유배를 왔다는 기록이 있고, 왕의 충신들이 배알하러 다니는 길, 백두대간 건의령에서 다시는 벼슬에 나가지 않겠다며 관복을 벗어 걸었다고 건의령(巾衣嶺)이 되었다거나, 또는 가마를 세우고(停車) 쉬어간 고개라 정거리재라는 傳說이 있다. 그 때 적어놓은 그 기록으로 현재에 어떻게 위치를 정확히 찍을 수 있겠나.
도로에서 보는 비탈은 누런 낙엽색이었으나 능선에 올라서니 바로 눈길이다. 그리고는 산행 마칠 때까지 맨땅은 못봤다. 꾸준한 오름길 끝까지 못오르고 한꺼풀 벗어낸다. 바람도 없이 날씨 참 푸근한게 눈만 없으면 봄날이라.
△941.0m
첫 삼각점봉인데 길은 왼쪽 사면으로 질러간다. 삼각점 보자고 일부러 파디빌 일있나. 점잖게 질러가면 임도에 떨어진다.
임도 삼거리 (905m)
앞에 두 갈래, 우측 뒤로 하나 해서 삼거리가 되는데, 전방 우측임도는 지도에 표기가 없고, 뒤쪽 길은 정거리재 아래쪽에서 들어온 임도다. 앞 왼쪽 임도를 계속 가면 육백산 옆으로 스치겠는데, 거리는 상당하다. 또는 문의치에서 들어오는 임도가 응봉산, 육백산까지 연결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맥은 당연히 앞 능선이겠으나 모두들 이심전심으로 임도행이다. 그리 벌어지지 않는다는게 이유이다마는 어느 지점에서는 적당히 알아서 능선으로 붙어야 된다.
왼편임도로 들면 아래로 정거리재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눈이 30cm 가량 깔려있어 임도라도 진행이 쉽지않다. 전방으로 보이는 삼각뿔처럼 뾰족솟은 봉우리는 1156.3봉이고 우측으로 육백산 머리가 조금 보인다.
임도탐구 30분 후에 산길로 올라간다. 지도를 보면 왼쪽 아래 가마실에서 올라온 점선이 능선으로 올라가는 지점이다만 눈에 보이는 길은 없었는데 나무를 밀치고 올라서니 비스듬히 올라가는 수렛길이 나온다.
우측 건너로 육백산과 그 뒤로 응봉산이 보인다. 처음에는 무심히 바라보다가 다시 짚어보니 육백산이다. 앞쪽에 뽀쪽하게 솟은 봉우리가 부담스럽다. 암릉과 어우러져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다. 막판에는 네발로 기어오른다.
1,156.3m (△441복구)
측량용 깃대와 삼각점이 있다. 육백산은 우측 건너 지척이지만 산길은 왼쪽으로 휘돌며 이어진다. 내려서다가 능선상에 대충 자리잡고 점심을 먹었다. (12:15~12:40)
1,156.3m봉에서 내려가는 능선이 묘하다. 육백산 방향으로 곧장 뻗는 능선인줄 알았더만, 왼편으로 더 벌어진다.
황새터 안부 (1082m)
황새터에서 올라 온 임도와 만나는데 황조리를 들머리로 하는 육백산 일반등산로다. 성황당 같은 돌무더기와 [육백산] 팻말이 있다.
마루금은 앞봉 올랐다 내려오겠지만 자연스레 임도를 따라 간다. 오르막 비탈에 눈이 푹푹 빠지는 길이라 임도라고 쉬운 길은 아니다. 비스듬한 오르막을 600m 정도 올라가면 능선으로 올라갔던 마루금과 합류하는 곳인데 넓은 광장이다.
여기서 선두 서너명은 두시방향에 있는 육백산으로 곧장 치고 오르지만, 지도를 보면 그쪽은 마루금이 아니고, 마루금은 임도를 따라 응봉산 갈림길까지 더 올라가야 된다.
경사는 더 가팔라지는데 앞서 가던 사람들이 옆길로 새고보니 졸지에 내가 선두라, 러쎌을 해야하는 입장이 되고보니 더 숨이 찬다. [육백산] 팻말은 계속 이어진다.
육백산 갈림길 (1,215m)
[응봉산2.7km]는 직진이고 [육백산0.3km]는 우측이다. 육백산 방향으로도 넓은 길이다. 일반적으로 육백산은 지맥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그래서 육백산까지 갔다가 여기 갈림길로 되돌아와야 하는 것으로 이야기 한다만, 마루금은 육백산 정상에서 방위각 5°방향으로 응봉산으로 바로 이어지므로 육백산이 벗어나 있는것도 아니고,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오는것도 아니다. 진행의 편의상 그렇게 할뿐이다.
육백산 (六百山 ×1,243m)
아무도 밟지않은 길에 발도장 팍팍 찍으며 10분 올라가면 숲속에 넓은 광장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에서도 못 본 커다란 정상석이 서있다. 아래쪽에서 곧바로 쳐 올린 사람들은 뒤쪽에서 나오고 나는 거꾸로 들어가는 형태다. 뾰족 솟은 봉우리가 아닌 펑퍼짐한 지형이라 조망 같은건 없는 곳이다. 밥상같은 테이블이 두 개 있어 거기다 배낭을 내렸다.
상마읍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산 정상에는 넓은 고원지대가 있다. 이곳에는 "서속(黍粟:기장과 조) 육백말이나 뿌려서 경작할 수 있다" 하여 육백산이라는 말이 전한다. 토질이 좋아 1960년대 많은 농민들이 이주하여 농사를 지었으나 화전 정리 관계로 현재는 모두 철거되었다.
이 산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전한다.
예전에 이곳에서 감자농사를 짓던 사람이 감자를 까서 방망이로 두드려 떡을 만들고 집에서 생산한 꿀에 찍어 먹으니 맛이 참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음식을 나는 최고 별미로 여기니 혼자 먹을 게 아니라 나랏님께 갖다 드려야겠다"하고 꿀 한병과 감자떡 한코리를 해서 짊어지고 한양을 향했다. 그래서 감자떡을 지고 걸어서가니 식고 문드러져 맛이 없어짐은 당연한 것이다.
한양에 당도하여 대궐에 들어갈려고 하니 문지기가 내쫒고 하여 말하기를 "나는 나랏님께 대접하려고 이곳까지 왔다"고 하며 들어가려고 하니 허락을 하지 않는데 임금이 이것을 보고서 "들여보내라" 하였다. 임금이 묻기를 "어디서 왔는가?" 하니 "강원도 삼척서 감재농사를 하고 벌을 치는데 벌이 수십통되고 이래서 감자떡을 해 꿀에 찍어 먹으니 맛이 하도 좋아 내 혼자 먹을 수 없고 나랏님께 좀 갖다 드릴려고 이래 갖고 왔습니다". 그래 임금이 감자떡을 먹어보니까, 맛은 별로 없지만 그 사람 정성이 지극해서 그래 상을 줘야겠다 하였다. 그래 "자네 소원이 무엇인가?" 하니 "저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밭이 육백 마지기가 있는데, 그것을 제 이름으로 하여 주시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하니 그 사람 앞으로 육백마지기를 해주니 소원대로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 이름이 감자밭 육백마지기란 이름을 빌어 육백산이 되었다는 전설따라 삼천리...
되돌아 나오면서 마루금 따라 정면으로 곧장 치고 들어가려다가 길같이 생긴게 없고 소복히 쌓인 눈밭에 덤불만 엉켜있어, 올라 왔던 길로 그대로 내려간다.
육백산 갈림길 원위치
갈림길에서 육백산 정상석 만남에 20분 걸렸다. 응봉산쪽 임도를 따라간다. 금강송과 낙엽송이 어우러진 숲에 하얀 눈이 덮히니 이국적인 분위기다. 눈이 없으면 이런 길은 지맥군들에게는 ‘거저먹는 길’이겠지만 앞 사람의 도장따라 찍어 녛어야 그나마 힘이 덜 든다.
장군목 (1181m)
넓은 임도 한가운데 더 넓은 광장이 나오고 육백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지도에 이름은 없지만 안내도에 현위치가 ‘장군목’이다.
왼쪽 [출입금지] 뒤쪽 수렛길로 들어가면 사뿐하게 질러가겠다만 눈이 두터워 임도도 겁이 난다. 응봉산쪽 임도로 몇발 가다가 왼쪽 산길로 올라선다. 올라선 능선에서 왼쪽으로 꺾고, 이제 곧장가면 응봉산행이고, 지맥은 다시 왼쪽 내리막이 된다.
응봉산(1268.3m △장성11)은 생략하자던 선두조는 마음이 변했는지, 아니면 터닝포인트를 놓쳤는지 그대로 직진한다. 뒤따르던 나와 희중아우는 원안대로(!) 응봉산은 생략하고 왼쪽으로 90도 터닝했다. 비탈로 내려서는데 펑퍼짐해서 어디가 마루금인지 분간이 잘안된다. 그런대로 내리막이어서 눈길을 헤치며 신나게 나아가는데, 리본도 없고 길 흔적도 도무지 알아볼 수 없지만 GPS를 쫒아 가니 어긋남은 없다.
황새터 안부
장군목이에서 온 수렛길이 여기서 다시 만난다. 정면으로는 [출입금지] 간판이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내려서면 황새골로 쉽게 떨어지겠다만, 앞봉우리나 찍고 내려가자 싶어 올라섰다.
1,127봉 (황새봉)
지형도에 표고표시도 없는 봉우리. 좌로 △1085.7봉 능선이 갈라지고 지맥은 우측으로 간다. 황새터 마을 계곡 끝봉우리이니 황새봉이라 치자. 서쪽 도계에 있는 도화산(△925.7m)으로 갈라지므로 '도화산분기봉'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도화산은 여기서 너무 멀어(6.3km), 도화산을 갖다 대기에는 좀 무리다.
지맥 산행은 여기서 끝을 고하고, 왼쪽으로 내려가니 그런대로 길 흔적이 있는 듯도 하다. △1085.7봉으로 가는 능선, 왼편으로 허릿길이 있어 따라 갔더니 [마교리] 팻말이 있다.
마교리는 △1085.7봉 너머에 있는 황조리 북쪽 마을이라 우리가 갈 방향이 아니다. 왼편 아래 계곡으로 줄줄 미끄러지며 내려가니 함회장님이 계곡 건너편에 내려가고 있다. GPS로 도면상 방우리 도로 끝 지점을 찍어보니 직선거리 1.5km다. 온통 눈천지라 계곡 풍광은 알아볼 새도 없이 빠꼼한 길찾기 바쁘다.
눈 덮힌 도랑을 이리저리 건너기도 하고 사람 다닐만한 곳을 골라 40분 내려가니 황조리 도로 끝지점이다. 아스팔트 길을 만났으나 길에도 눈이 두텁게 깔려있다. 5분가량 더 내려가니 학교 캠퍼스가 나타난다. 황새봉에서 2.5km다.
강원대학교 삼척 제2캠퍼스 (747m)
이 높은 골짜기에 대학캠퍼스라니. 이 학교 다니려면 자가용은 필수겠다. 이런 장면에서는 버스가 떡하니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건데 이놈의 차는 어디가서 자빠졌는지 전화질을 해도 동문서답이다. 저번 정거리재에서도 그러더니, 기사가 길을 못찾는건지 다른 속셈이 있는건지 어문소리를 한다.
강원대학교
원래 삼척대학교였다가, 2006년 춘천의 강원대와 통합하여 현재는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다.
가만있자니 오돌오돌 떨리기만 해, 움직이자 싶어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 버스를 만나고, 더 내려가니 정거리재에서 본 간판 [도덕정사]가 이 골짝에 있다. 절 앞에 큰 주차장이 있으니 아래쪽에서 올라오다보면 더 위에 학교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제2캠퍼스는 오지 골짜기에 위치했다는 이야기다.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 임원항
더 내려가 정거리골에서 좌회전해 올라가면 정거리재다. 버스로 10분 걸릴 거리를 오늘 눈밭에 뺑뺑 돈 셈이다. 동활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임원항으로 이동해 복지회관에서 목욕하고 이 동네 유명하다는 곰치탕을 시켜 먹는데 부산에서 물메기탕이 여기서는 곰치탕이고 맑은 지리국물 대신 김치를 넣어 끓인 벌건 국물이다. 션찮은 국물 한 그릇 퍼놓고 만원을 부르니 맛은 그렇다치더라도 너무 비싸지않나...
곰치에 대해 찾아보니, 남해에 나는 물메기가 아니고 동해바다 특산물이다.
곰치는 몸길이 60㎝ 정도이며 큰 것은 1m가 넘는다. 몸은 가늘고 길지만 살지고 피부가 두꺼운 편이며 꼬리는 얇고 넓으며 끝이 뾰족하다. 전 세계에 80종 이상 분포하며 뱀과 비슷하게 생겼다. 몸빛은 황갈색 바탕에 불규칙한 흑갈색의 가로띠가 있는 등 뱀 모양의 무늬가 있다. 머리는 비교적 작고 입은 크게 찢어져 있다.
국어사전에는 꼼치로 나오고, 강원도 윗쪽(강릉)에서는 '물곰'이라 부르고, 지역에 따라서 물텀벙이라기도 한다.
물텀벙은 비단 곰치만이 아니고 아귀나 물메기 들도 지역에 따라 물텀벙이라 부른다. 옛날 어부들이 그물을 올렸을 때 물컹거리는 이 놈들은 곧 바로 물에 던져버렸고, 이 때 텀벙소리를 낸다고 물텀이 되었다는...
한 그릇에 만원 받는 이유가 있다.
묵은 김치를 넣고 끓이기도 하고, 지리로 끓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