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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째 숭늉맛이 짭짜롬하다?
우리 집에는 아버지께서 호랑이같이 무섭기도 하여 좀처럼 마을꾼이 안 모이는데 아마도 그날은 아버지, 어머니께서 어디를 가시고 집을 비우셨던 모양인데 저녁에 말만큼이나 커다란 누님의 친구들이 대여섯 명이나 우리 집으로 몰려와서 안방에 진을 쳤으렷다.
나에게는 누님이 네 분인데 그중 셋째 누님이 성격이 걸걸하고 사교성이 많아 친구들이 제일 많았는데 그날도 모두 셋째누님의 친구들이 모인 것이었다.
팔대 맞기, 민화투, 최면걸기 놀이인 <춘향아, 춘향아, 나하고 놀자 !>까지도 좋았고 끝까지 모두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잠자리를 펴면서 요강을 어디에 놔두느냐를 가지고 한바탕 시비가 붙었다.
- 요강은 머리맡에 두어야 해 !
- 어이구 ! 냄새 나라구? 요강은 발치에 두어야 해 !
- 아니? 발치에 두었다가 누가 잠결에 걷어차면 어떻게 해?
- 그럼, 아예 문밖에 놔두자 !
- 좋아, 그렇게 하자구 !
과연 현명한 판단이었다. 여덟 자 좁은 방에 다 큰 처녀들 대여섯 명이 눕고 나면 과연 요강을 놓아둘 장소도 없었으니까... 헌데, 그로인해 한바탕 배꼽을 잡을 일이 벌어졌으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요강과는 달리 문밖을 쫒겨 나지 않고 머리맡의 제자리를 지킨 숭늉대접을 보고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 종자야 !(셋째누나) 그런데 왜 너희 집 숭늉은 짭짜롬 하더라...
- ???
난 데 없는 화두에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다른 한 처녀가 숭늉대접에 남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맛을 보았다. 모두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 글쎄, 숭늉이 짭짜롬 한데 ??
하는 것이었다. 자 이제는 모두 머리를 굴린다. 우리 동네 우물 물맛이야 짜지 않음은 만인이 다 알고 있을 터이고 자, 밤새 숭늉 맛이 왜 변했을까?
- 아니 ? 그럼 누구가 오줌을 ???
모두가 범인을 찾느라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그런데 이내 사돈댁 처녀가 울상이 되어 자수를 하고 말았다.
- 그래, 엊저녁에 내가 오줌을 누었어.
- ??
- 요강은 문밖에 두었는데...?
- 아니야. 내가 잠결에 일어나 방안에 있는 요강에 오줌을 누었는데 어째 요강을 만져보니 모습이 좀 이상하더라 생각했었지...
순간 방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ㅎㅎㅎ ㅎㅎㅎ
- 그래, 너는 숭늉대접에 오줌을 누었고...
- 얘는 그것을 숭늉인줄 알고 둘러 마셨고...
ㅎㅎㅎ ㅎㅎㅎ
다 큰 처녀들이 방안을 데굴데굴 구르며 배꼽이 빠질 듯이 포복절도를 하였다.
- 야 ! 그래? 복단이 오줌맛이 구수하던?
- 아니야 ! 짭짜롬 하던 ?
- 그것도 아니야 ! 시금털털했을지도 몰라 !!! ㅋㅋ ㅎㅎ
잠실 베레모
(5) 총각! 우리딸을 책임져요!
조그만 고향마을 앞에는 작은 개울이 하나 있어서 아낙네들은 그 개울에서 빨래도 하고 무더운 여름밤에는 남몰래 나와서는 벌거벗고 목욕도 했었다.
그날도 날씨는 흐리고 무척이나 덥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마루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놀던 둘째 누나와 같은 또래의 옆집누나는 목욕을 하러 간다고 나가면서 나에게
- 애 ! 태종아 ! 너도 가서 목욕해 !
나는 그 무렵 열네 살이었는데 막 사춘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 싫어 !
-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어떻게 그냥 자 ! 같이 가서 목욕해 !
- 가기 싫다고 해도...
굳이 싫다는 나를 누나는 강제로 데리고 개울로 갔다. 정말이지 너무 캄캄하여 지척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나는 누나들과는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혼자 목욕을 했는데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터졌다.
미쳐 날이 밝기도전에 바깥이 시끌벅적하였다.
나는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눈을 부비며 나가봤더니...
에구머니..!
옆집아주머니와 우리어머니와 둘째 누나 셋이서 어제 밤 목욕 건에 대해 입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아 글쎄, 다 큰 총각이 처녀들하고 목욕을 같이하다니 ! 우리 딸을 책임지란 말이에요 !
- 어린애를 가지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 어리긴 뭐가 어려요 ! 이제 다 컸는데.... 아무튼 소문이 나면 우리 딸 책임져야 해요 !
- 아주머니, 그게 아니고 서로 뵈지도 않는 곳에서 떨어져서 목욕을 했다니까요.
그때는 무척 머쓱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만 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본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책임지라고 했나 ?
자칫했으면 열네 살 신랑이 보름달 같던 옆집누나를 아내로 맞이하여 지금쯤 동생 같은 아들 딸을 둘 뻔 ... ㅎㅎㅎ
잠실 베레모
(6) 너무도 순박한 "기저귀 싸움"
내가 자란 고향마을은 논산군 가야곡면 목곡리1구인데 본촌 소정리 약 삼십가호를 중심으로 앞마을 양촌에 열집, 뒷마을 대숲말에 일곱집, 산밑에 세집 이렇게 모두 50호 정도였다.
본래 양촌마을이 가호수는 적었지만 사실은 나의 6대조시절부터 천석군의 일가를 이루며 그곳에 오래동안 살면서 터주대감노릇을 해온 사실은 본촌 소정리보다도 한수위였다.
내가 이렇게 양촌마을 자랑을 한것은 새로 이사를 간 대숲말은 위치부터가 본촌의 뒤편에 있어 달구지가 들어갈 수도 없는 논둑길을 사용해야 했고 아래웃집 주민들의성향도 양촌마을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대숲말로 이사를 할때 이미 철이들은 누나들은 서운한 마음에서 몰래 엉엉 울었다는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양촌마을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기저귀 싸움이 대판 벌어졌으니 어린 나의 눈에도 갖난아기 똥기저귀 한개를 놓고 이웃간에 악착같이 싸워대는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집 바로 웃집에는 안씨네가 살고 있었고 그집에는 나이가 젊은 부부와 갖난 아기가 있어서 빨래 줄에는 늘 하얀 기저귀가 널려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안씨네 할머니는 빨랫줄에 널어놓은 기저귀 한개가 없어진 것을 알아채게 되었다.
- 어 ? 이상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빨래줄에 널려있는 기저귀 한개가 없어진 것이 분명했다.
....음.... 아까 저 웃집 명환이 엄마가 왔다가 갔는데..... 맞아....아무래도 그여편네 행동이 수상했어....
안씨네 할머니의 '추측'은 이내 말로 표현되어 온동네에 퍼지게 되었다.
- 그래... 명환이 엄마가 안씨네 기저귀를 훔쳐갔대 !
- 어째 좀 치사하다...그까짓 기저귀를 무엇에 쓰려고?
- 어! 그런데 명환이 엄마가 기저귀를 훔쳐간것은 확실하게 보기는 했대?
- 그건 몰라...
- 아무튼 명환이 엄마는 도둑년이 됐네...
이렇게 떠도는 말이 명환이 엄마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리가 없었다.
일단은 온마을에 기저귀 도둑년으로 소문이 난 명환이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대뜸 명환이를 질끈 둘러업고는 안씨네 집으로 쳐들어 갔다.
- 아니 ! 그래 중순이 엄니는 내가 기저귀 훔쳐가는 것을 보았소~~!!
무슨 증거로 내가 기저귀를 훔쳐갔다는 거욧?
- 그거야... 자네가 우리집을 왔다간후로 기저귀가 없어졌으니까...
경찰에 신고해서 집구석을 샅샅이 뒤지면 기저귀가 안나오고 배길까...
안씨네는 확증이 없음으로 말을 흐렸고 기선을 제압한 명환이 엄마의 언성이 높아갔다.
- 그따위로 생사람을 잡고 마음뽀가 못됐으니까 딸내미가 파혼을 당하지...
아니 또 엉뚱한 중순이 언니 파혼얘기는 왜 꺼낸다냐...
- 아니, 이 망할년의 여편네가 남의 집 혼사깨지기를 고사를 지냈나 그얘기는 왜꺼내는 거얏!
- 망할년이라고? 이래 이놈의 집구석이 얼마나 잘되나 보자 흥 ! 딸자식 시집은 생전 못보낼 거닷!
- 저 썩어질 여편네가!
- 망할놈의 집구석! 에끼 더러워랏 ! 퉷!
급기야 온갖 욕설과 저주가 다 튀어나왔고 끝으로 명환이 엄마는 안씨네 집을 향해 침을 뱉고는 사라졌다.
- 저 염병할 년! 성질이 저렇게 더러우니까 시집을 서너번씩이나 가지!
안씨네도 명환이 엄마의 아킬레스건을 내리쳤다.
사실 명환이 엄마는 지금의 남편이 몇번째인지 아무도 몰랐다.
어찌어찌 떠돌다가 반공포로인 명환이 아버지를 만나 우리마을로 흘러들어온 것이었다.
이렇게 기저귀 하나때문에 대판으로 싸움이 벌어져 온동네에 구경거리가 되었는데 희한한 것은 바로 그 다음날 아침에 글쎄 그 기저귀 한개가 우리집 사립문밖에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대체 누가 기저귀를 가져다 하필 우리집 문밖에 떨어트려 놓았을까?
그렇게 기저귀사건은 영원한 미궁의 사건이 되어 50년이 가까이 지난후에야 잠실 베레모의 손끝에서 기록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 어디 한번 미제사건 하나 해결해 볼까.....?
잠실 베레모
(7) 형님이 만들어준 멋진 스케이트
시골 아이들은 겨울에 스케이트를 타기를 좋아했다.
내가 일곱 살 때였던가... 그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앉아서 타는 스케이트도 없었고 내가 직접 만들 실력도, 연장도, 자재도 없었다.
나는 좀더 큰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스케이트가 한없이 부러웠다.
흥...! 좋아 ! 형님한테 졸라 봐야지...
말이 형님이지 나이 차이가 16년이나 났으니 사실 나는 평소에는 얼굴을 마주하기도 어려웠다.
- 형아 ! 나 스케이트 하나 만들어 줘...
- 얘는... 무슨...
하고는 형님은 무심결에 내가 형님한테 하는 최초의 부탁... 그 어렵게 한 부탁을 거절하고 말았다.
- 엥 ?
나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아니 이 귀여운 막내의 청을 무지막지하게 거절을 하다니...??
- 엥 ? 엉 ? 우와 !! 엉 엉 엉 엉 엉 !!!
나는 너무나 서러워서 엉엉엉 대성통곡을 하면서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 어 ?? 어랍쇼 ??
형님은 그만 나의 날칼로운 공격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어 !!! 야 !!! 태종아 ! 가만히 있어라 !!!
흠... 그러면 그렇지... 내가 얼마나 아이큐가 높은데...
결국 형님은 그날로 아주 멋진, 우리 동네에서 제일 멋진 스케이트를 만들어서 귀여운 막내의 손에 들려주었다.
- 봐라 ! 얘들아 ! 이거 우리형님이 만들어 준 건데 너네들 것보다 훨씬 멋있다 !
나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보다도 아주 매끈하게 생긴 스케이트를 들고 다니면서 자랑하는 것이 더 즐거웠다.
그런데, 얼음판에 가서 그 스케이트를 타고는 씽씽씽 마구 달린다가 방향을 조절하는 솜씨가 서툴러서, 다시 말해 운전실력이 없어서 !!!
마구 달려서는 그만 방향을 못 잡고 논둑에 얼굴을 들이 박아버렸다 !!
어이쿠 !! 눈에서 열불이 나고 대낮인데도 눈에는 별이 번쩍 번쩍 거렸다.
당연히 코피는 터져 줄줄 흐르고... !!
지금 생각해도 아이구 우스워라... ㅎㅎㅎ ㅋㅋㅋ ㅎㅎㅎ
나는 그 스케이트를 애지중지 하면서 3년도 더 사용했다.
잠실 베레모
(8) 어느 겨울밤의 공포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어느 추운 겨울밤에 발생하였다.
우리가정은 부친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신 후에도 모친, 형님/형수님/조카딸, 누나 셋, 나 이렇게 모두 여덟명의 대가족이었는데 집안 종답의 송사에 휘말렸고 형님 결혼과 부친상 등의 대사를 거듭 치르면서 가세는 걷잡을 수없이 기울었다.
결국은 형님 세식구와 큰누님 두명이 돈을 벌기 위해 객지로 떠났고 집에는 모친과 열살짜리 막내누나와 여덟살인 나 이렇게 세명만 남게되자 집안은 너무나 적막해졌다.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것은 당시 나의 어머니께서는 해가 중천에 있을 때부터 사립문을 걸어잠그고 문단속을 철저하게 하셨다.
양촌마을에서 대가집 부인으로 많은 식구를 거느리고 외롭지 않게 지내다가 졸지에 과수댁이 되어 밥벌이를 위해 큰자식들을 떠나보낸 당시 어머니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렇게 비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식구에게 어느날 저녁 밤새도록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그날 추운 겨울 저녁도 우리 세식구는 밤이 깊어 곤한 잠에 빠졌는데 갑자기 누군가 사립문을 요란스럽게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땡그랑 땡 !! 땡그랑 땡 땡 !!
대나무를 엮어만든 우리집 사립문에 달아놓은 말방울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사립문을 흔드는 폼이 무척이나 난폭하게 느껴졌다.
- 누구요? 누가 왔어요?
우리 세식구는 곤한 잠을 깨운 불청객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했다.
- 누가 이 밤중에 남의 집대문을 흔드는 거요?
- ....?
그런데 아무 대답이 없었다.
- ....!?
순간 힘도없고 나이도 어린 우리 가족은 두려움을 느꼈고 감히 싸립문을 열고 과연 밖에 누가 서 있는지를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 도대체 누가 왔어요!?
우리는 그렇게 몇번 소리만을 치다가 끝내 반응이 없어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놀란 가슴에 한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다시 말방울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땡그랑 땡 !! 땡그랑 땡 !!
우리 세식구는 깜짝놀라 반사적으로 마당으로 뛰어나가 소리를 질렸다.
- 아니~~!! 누구욧 ? 누가 이 밤중에 자꾸 대문을 흔드는 거요!
- ....!?
- 누군지 대답좀 해봐요!
- ....!?
그런데 다시 조용했고 영 상대방은 입을 열지 아니했다.
우리는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추위에 덜덜 떨다가는 다시 방에 들어가서 잠시 몸도 녹이기전에 또 말방울이 울렸다.
... 이크...또....
- 아니! 대체 어느놈이 잠도 못자게 자꾸 대문을 흔드는거냐?
- 아랫집, 웃집에 사람도 없소? 임씨 아저씨! 중환이 아저씨! 좀 나와 보세요!
우리는 바로 아랫집과 웃집에 도움을 청했으나 아랫집 나이 많은 임씨네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그래도 웃집 중환이 아저씨는 확인을 나와 담장위로 말을 건넸다.
- 아니? 무슨일이에요?
- 어떤놈이 자꾸 대문을 흔들어요.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도 없고...!
그러자 중환이 아저씨는 되레 겁을 먹고는,
- 뭐...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보죠...
하고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야속했고 순간 우리 세식구는 도움을 청할 곳도없이 공포에 떨었다.
그렇게 대문은 밤새도록 흔들렸다.
- 도대체 사람이요! 귀신이요! 우리집과 무슨 원한이라도 있소?
- .....!?
결국 그런 공포속에서도 뿌옇게 먼동이 텄고 우리는 대문을 열고 밖을 확인하고자했다.
그런데 순간...!!
후다다닥....!!
하는 서너명쯤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이크 !! 놈들은 수효가 많은가보다~~~!!
우리는 대문을 열려다가 덜컥 겁이나서 도로 방안으로 도망을 치듯 후퇴하여 공포속에 날이 완전히 밝아지기만을 기다렸다.
밤새 놀란 가슴으로 눈에 훤하게 들어온 사립문의 모습은...!!
한쪽이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고 여기저기 돼지똥과 발자국이 널러 있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우리동네의 맨 산아래쪽에 위치는 황씨네 집의 커다란 암퇘지가 발정이나서 우리를 뛰쳐나왔다가 길을 잃고 날씨는 춥고 우리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밤새껏 사립문을 머리로 들이받고 대나무살을 물어뜯고...
그러다가 우리가 나가 소리를 지르면 가만히 있다가 사립문을 열려고하자 후다다닥 !! 서릿발과 살얼음이 얼어붙은 논바닥을 달려 도망을 치고...
휴....
우리 세가족은 밤새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송아지만큼이나 커다란 황씨네 암퇘지를 바라보며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잠실 베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