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비어벨트
21세기 비어로드는 어떤 모습일까? 맥주는 유럽으로 건너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술로 유럽을 나눈다면 '와인벨트'와 '비어벨트'로 나눌 수 있다. 영국,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체코 등 북유럽 국가들이 맥주 강대국이다. 이들 나라를 하나로 묶은 곳이 이른바 '비어벨트(Beer Belt)' 지역이다. 주요 와인 생산 국가들이 속해 있는 '와인벨트(Wine Belt)'보다 위도가 조금 높다. 북유럽의 경우 포도 재배가 어려워 각지에서 보리를 원료로 맥주를 제조하면서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비어벨트 지역을 살펴보면 체코 쪽으로 가면 라거의 전통이 강하고, 영국 및 아일랜드 쪽으로 가면 에일의 전통이 강하다. 생산량이나 소비량으로 볼 때 전 세계적으로 라거가 대세다. 특히 라거 가운데 필즈너 계열의 맥주가 전 세계 맥주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맥주는 거의 모두 라거다.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을 보면 체코가 1위, 아일랜드가 2위이지만, 맥주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독일이 꼽히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독일=맥주'의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15세기경 독일 바바리아 지방에서 탄생한 라거(Lager) 맥주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맥주의 효모가 발효를 끝내면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상면발효가 주류였지만, 이 시기 효모를 맥주통 밑에 가라앉혀 발효시키는 '하면발효법'(Bottom-Fermentation)이 새로 개발됐다. 라거는 하면발효를 위해 일정 기간 창고(독일어로 라거)에 맥주를 저장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라거가 오늘날처럼 대량 유통되기 시작한 건 1800년대 중반 독일 맥주회사 슈파텐의 제들마이어가 영국의 '페일 에일'(에일 맥주 가운데 색이 밝은 것)기술을 가져와 라거에 도입한 '페일 라거'를 만들면서부터다. 라거가 에일을 누르고 맥주의 주류가 된 건 1950년대부터다. 모튼 카우츠란 뉴질랜드인이 라거 맥주 생산기간을 단축시키는 기술을 발명했다. 곧바로 라거 맥주가 양산되기 시작해 순식간에 라거가 에일을 압도하게 됐다.
스텔라 아르투아 since 1366
라틴어로 별(Star)을 뜻하는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는 1366년 이래 맥주마을로 불려온 벨기에 루벤에서 유래된 600년 전통의 라거 맥주다. 스카치 위스키를 만드는 방식으로 생산돼 체감 알코올도수가 본래 도수인 5.2도보다 높게 느껴진다.
크로넨버그 1664 since 1664
프랑스 판매 1위인 '크로넨버그 1664' (Kronenbourg 1664). 1664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3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며 에펠탑 형태의 병 모양으로 프랑스 파리를 연상하게 하는 시각적인 멋까지 느낄 수 있다. '홉 중의 캐비어'로 불리는 알사스산 홉으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진한 벌꿀의 맛과 향이 오래 남는 것이 특징이다.
기네스 since1759
아일랜드의 명물, 기네스 맥주는 1759년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만들었다. 구운 보리의 구수하고 쌉쌀한 향이 깃든 '드라이 아이리시 스타우트' 맥주로 흑맥주의 글로벌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 상면발효로 만드는 포터비어(Porter beer)다.
하이네켄 since1863
1863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하이네켄은 당시 하면발효라는 새로운 양조 방식과 암스테르강 물을 사용한 전략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오늘날 세계 맥주 시장을 평정한 세 가지 맥주 상표 중의 하나로 세계 어디를 가도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벡스 since 1873
독일 북서부 브레멘에서 창시자의 성을 상표로 1873년 만들어진 벡스(Becks)는 전통적인 독일 맥주 제조법에 따라 제조돼 전세계 120여개 국에서 판매되는 정통 독일 라거맥주다.
칼스버그 필스너 since 1904
안데르센과 함께 덴마크의 2대 자랑거리로 불리는 칼스버그가 생산하는 맥주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맥주가 칼스버그 필스너(Carlsberg Pilsner)다. 로고는 1904년, 덴마크의 건축가 토르발트 빈데스뵐(1846-1908)이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아르누보 양식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로고 위에 그려진 왕관은 덴마크 왕실이 인증한다는 일종의 라이센스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칼스버그를 왕실을 의미하는 '커트(Court)'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주간한국, 2010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