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한글 번역의 가장 대표적인 오역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손재익 목사
잘못된 번역
의외로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분들 중에 매주 암송하는 사도신경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는다. 실제로 사도신경을 가르쳐 보면 그런 현상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렇다보니 사도신경의 한글번역에 있는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한국교회가 새롭게 번역한 사도신경에서 조차 바뀌지 않은 부분이다. 새번역 역시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라고 되어 있다.
오역인 이유
왜 이 부분이 오역인가? 간단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왜 하필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셨다고 되어 있는가? 한글 번역대로 과연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당하셨는가? 눅23:4,14,22에 의하면 빌라도는 예수님이 죄가 없다고 했다. 물론 빌라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전적인 책임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는 최대한 노력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죄가 없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요한복음 18장 28절 ~ 19장 22절의 내용을 보더라도 빌라도는 예수님을 유대인의 왕으로 인정하였다(esp. 요18:38; 19:6,12,15,19).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는 말에 담겨 있는 뉘앙스는 마치 빌라도가 예수님을 고난한 주요인물인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모든 책임이 그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예수님을 고난한 것은 당시의 유대인들 전부였고, 그 중에서 대제사장과 서기관 같은 종교지도자들이었으며, 로마 병정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심지어 예수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라도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듯한 표현은 이상하다.
게다가 사도신경은 기독교 교리를 아주 요약적으로 표현하는 신조인데, 이 신조가 빌라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여겨질 수 밖에 없다.
바른 번역
그렇다면 문제가 무엇인가? 그렇다. 바로 잘못된 번역이다. 이 사실을 위해서 우리는 사도신경의 영어 번역을 먼저 살펴보자. “suffered under Pontius Pilate” 또한 라틴말을 보자. “passus sub Pontio Pilato” 여기에 사용된 under(영), sub(라)는 모두 “~의 치하(治下)에서”라고 번역할 수 있다. 그렇다. 이 부분은 잘못된 번역이다. 우리는 “본디오 빌라도의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사”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지적된 문제
이 번역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유해무, 『개혁교의학』(서울: 크리스챤다이제스트, 1997), 92; 고재수, 『교의학의 이론과 실제』(천안: 고려신학대학원, 20012), 401. 등에 잘 지적되어 있다. 그리고 유해무 교수는 『개혁교의학』(p. 94)에서 새로운 번역을 제안하기를 “본디오 빌라도 치하에서”라고 해야 한다고 했고, 이승구 교수도 그의 저서 『사도신경』(p.139)에서 “본디오 빌라도 치하에서 수난을 당하사”라고 번역한다.
부끄럽게도 한국의 로마가톨릭은 제대로 번역하였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가톨릭 기도서』(1997)에 보면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라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것은 고신총회가 2011년에 개정한 헌법의 부록에는 사도신경의 새 번역이 실려 있다. 거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본디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당하시고” 아마도 유해무 교수의 번역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이전에 성약출판사가 발행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2004)의 23문답에는 사도신경의 조항을 기록하면서 “본디오 빌라도 아래에서 고난을 받으사”라고 번역해 두었다.
결어
잘못된 번역은 우리로 하여금 잘못된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하루 빨리 바르게 번역해야 한다. 교회 개혁은 다른 게 아니다.
첫댓글 맞습니다. 저는 주일학교때부터 사도신경외우면서 항상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똑똑하신 분일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