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9호
“기분 좋다고 소고기대신 밥 샀다”
아직도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붙잡고 함께 머물다 가라며 애원하는 것을 뿌리치고 수원시 세류동에 베트남 선교사 부부 만나러 길을 재촉했다. 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저녁 6시 50분쯤 밖은 차가운 기운이 밀려오나 우리 승합차는 여유롭게 마지막 가는 겨울을 비웃듯 편안한 가운데 길을 갔다. CBS FM 라디오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마음을 싣고, 평소 신경외과 다니는 익숙한 길이라 여유 있게 달렸다. 저녁식사 약속은 되어있지만 설교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만나 선교지의 여러 고달프고 보람된 얘기를 기대하기만 하면 되었다.
지금 막 취임한 대통령도, 요즘 잘 나가는 꽃 거지도 앞날은 모른다. 아니 하루살이도 분초의 앞일을 모른다고 했던가! 난 평소에 차사고 안 나도록 운전하려 애쓴다. 누가 사고 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군대에서 배운 용어대로 방어 운전이다. 내가 남에게 사고 내지도 말고 사고 당하지 않도록 미리 방어하며 운전하는 습관을 길러 20년 넘게 운전하는 동안 한 번도 사고가 없었다. 그런데 수원 화서 사거리 넓은 도로에서 발안 쪽으로 우회전하여 기분 좋게 달리는 데 탑동지하차도 들어가서 조금 있으니까 차가 갑자기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뒤에 아내가 “여보! 왜 그래요?” “차가 말을 안 들어!”
왕복 4차선, 갑자기 벽에 부딪치려 하자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다. 꺾자마자 중앙 분리대로 부딪치려하자 다시 오른쪽 벽으로 충돌하려했다. 운전대와 차가 분리된 기분이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차가 이리저리 뛴다. ‘아! 이렇게 천국 가는구나!’ 순간 생각하며 죽어도 조금만 다치기를 기도하며… 그나마 핸들을 굳게 잡고 부딪쳐도 속도가 느려진 다음에 부딪치도록 안간힘을 썼다. 차가 전복되기 직전 뒤에서 아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나님) 아버지 도와주세요!”
그 순간 “꽝!”하는 굉음과 함께 중앙 분리대 콘크리트에 부딪쳐서 차는 길바닥에 운전석 쪽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제한속도 80km이고 퇴근길이라 차도 많은데 어쩌나? 넘어진 후 양손으로 온몸을 만지니 멀쩡하다. 2차 추돌사고를 피하기 위해 어서 빨리 차에서 빠져 나가야 했다. 뒤에 아내에게 괜찮으냐고 하니 “여보, 우리 살았어요!”하며 괜찮단다. 다행이다. 어서 나가야지 하는데 조수석 차문이 하늘로 향해 있어서 열리지 않는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컴컴한 차 안에서 뒤쪽 옆문을 하늘 쪽으로 밀고 힘껏 당겨보니 열렸다. 얼른 빠져나와 아내를 두 손으로 받아 내리고 분리대에 서 있었다. 감사하게도 앞에 가던 차 중에서 두 세 대가 섰고 젊은 부부가 내려서 다친 사람 없느냐면서 119에 전화해주었다. 지하도 뒤에는 수많은 차들이 멈추어 있고 좁은 옆길로 차들이 서서히 빠져 나갔다.
하이에나 같은 렉카차가 오고 동시에 경찰차, 119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아내는 안경도 잃고 신발 두 짝도 없다. 난 그것을 찾으러 컴컴한 차안으로 가서 더듬거려 신발 한 짝만 찾아왔다. 그런데 우릴 기다릴 선교사님을 생각하니 휴대폰이 차안에 있는 걸 알았다. 차 안에 들어가 경찰 손전등으로 비춰도 안경, 신발, 휴대폰 모두 찾을 수 없었다. 앞에서 차를 세우고 우릴 염려해준 그 남자 분에게 내 전화번호로 신호 좀 보내달라고 하고 다시 차에 뛰어 들어가니 저 구석지고 눌린 곳에서 소리가 났다. 손바닥을 쭉 펴서 겨우 꺼내 선교사님에게 자동차 전복사고로 늦어지고 하나님의 기적으로 우린 무사하다고 알렸다.
수원 서부경찰서에 가서 피 범벅된 손을 씻고, 차 달리던 중 뒤 타이어가 펑크 나서 사고 난 경위를 진술서에 쓰고 경찰이 불러준 택시를 타고 선교관으로 향했다. 베테랑 택시기사에게 사고 경위를 얘기했더니 구동축 바퀴가 터지면 아무리 핸들을 바로 잡아도 차가 제어되지 않는다며 그때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고 일러준다. 사실 평소에는 알고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불과 몇 초 사이 오른쪽 벽으로 갔다. 중앙분리대로 갔다 하며 요동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으며 조금 늦게 충돌하려고 무척이나 애썼다. 아! 내게도 이런 사고가 나는구나. 사고 며칠 전에 집사람이 타이어를 친구 카센터에 가서 바꾸라고 했다. 조금만 더 타고 교체하려고 했는데…
다음날 견인해간 곳으로 갔더니 탑동지하도에서 오목천동 주차장까지 4.4km 인데 56만원을 달란다. 사실 견인비용은 51,600원이다. 트럭에 들어 싣고 와도 그 비용은 같다고 한다. 그런데 무슨 비싼 기계를 사용했느니 하며 그 돈 안 주면 차를 안 내주겠단다. 처음엔 자기들이 폐차 시켜주는 것으로 견인비용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그냥 빈손으로 가라는 말이다. 참 어이가 없다. 나중에 경찰이 와서 중재하면서 우선 돈을 지불하고 요금 부당청구소송을 하라고 했다. 난 그렇게 돈을 줄 수 없다고 하자 경찰과 자기들끼리 무슨 얘기하더니 40만원으로 합의하란다. 세상 참……. 은행에서 돈을 빼주니 그제야 인상 쓰면서 우릴 막았던 차를 빼주었다. 다른 렉카차가 와서 우리차를 폐차장으로 끌고 가는데 12년 정들었던 차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려온다.
사실 병원에 가서 진단받고 입원하라고 하는데 책임보험만 들었기 때문에 아내는 통원치료만 받고 있고 나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청송탁구클럽에 가서 탁구를 즐겁게 했다. 그 상황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가! 난 살아난 기념으로 기분 좋다고 친구들에게 밥을 샀다.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
- 김영배 목사 -
♡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하세요! Do everything in Love! ♡
# 사랑도 연습하면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שָׁׄלוׄ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