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를 모은 드라마 <대장금 大長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궁중 여인들의 암투나 간질거리는 로맨스 따위가 아니라 나비처럼 파닥거리는 도마 위의 손놀림이 빚어내는 단아한 맛이다. 매 회 드라마가 끝날라치면 부엌을 서성거리며 냉장고를 뒤적거려 뭔가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데에는 오래된 고향의 맛에 대한 그리움과 정성을 다해 차린 밥상에 대한 감동이 숨어 있다.
신사동의 한식 레스토랑 ‘가온’의 밥상도 그러하다. 오랫동안 전통 도자기를 만들고 식탁 문화의 미를 추구해 온 광주요의 계열사인 ㈜화륜이 운영하는 가온은 ‘가운데’의 옛말인 ‘가온대’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1층은 주방이 훤히 보이는 오픈 키친과 바로 이루어져 있고, 2층은 햇빛이 잘 드는 환한 분위기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벽은 ‘색동’으로 꾸며져 있다. 오색 아크릴 판을 쌓아올린 후 그 속에 조명을 설치해 특히 밤에 보면 현란하기 그지없다. 특히 2층의 벽은 신문지를 켜켜이 쌓아올려 절단해서 만든 모습이 이채로운데, 이는 일본의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스키모토 다카시가 이끄는 슈퍼토마토 사의 작품. 지하 공간은 고재 古材를 사용하여 칸막이를 했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흙벽으로 꾸몄다.
특별한 레스토랑 같지만 이곳의 메뉴는 범상하다. 해물파전, 도토리묵무침, 갈비찜, 된장찌개와 같이 우리네 밥상에서 익숙히 보아온 것들이다. 그러나 가온의 조리장들이 전국의 손맛을 찾아 산과 사찰을 샅샅이 누볐고, 성북동의 소위 ‘회장님 댁’ 아주머니들을 졸라 배운 솜씨에 범상하다는 말은 서운할 터. “양념이야 적당히 넣으면 되지”라고 말씀하시는 이들 이름없는 장인들에게서, 자로 재고 무게로 달아가며 조리법을 익힌 이들이 비법을 전수받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똑같은 김치를 사용해도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찌개와 분식점의 김치찌개는 맛이 다릅니다. 가온에서 맛보실 김치찌개 역시 다른 맛을 전해드릴 겁니다.” 이들이 말하는 ‘다른 맛’이란 조금 덜 자극적이면서도 천연의 재료를 살린 맛이다.
좀 매콤한 맛이 도는 백합초무침이나 강원도에서 ‘총떡’이라 불리는 메밀전병 등은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다. 마와 두부를 갈아 인삼을 섞어 만든 마두부찜도 별미. 질그릇에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고등어조림은 활어를 사용할 경우 가격이 올라간다(5만원).
가온에서 가장 자랑하는 메뉴 가운데 하나는 ‘홍계탕’이다. <본초강목 本草綱目>에까지 그 이름과 효능이 언급된 오골계를 홍삼 달인 물에 넣어 끓였다. 여기에 전복과 자연산 송이, 돼지 힘줄 등을 넣어 보양식으로 삼았다. 현란한 맛이 판치는 세상에 편안한 중심이 되는 곳이다.
문의 (02)3446-8411~2
01 신문을 켜켜이 쌓아올려 절단한 다음 벽으로 삼았다. 02 오색 아크릴 판을 쌓아 올린 벽.
03 2층 다이닝 테이블의 의자는 화려하고 경쾌한 색감을 자랑한다. 04 가온의 요리들은 정통 한식 메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