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점 집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완도여객터미널에 전화를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결항이었는데, 오늘부터 배가 출항한단다.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가족을 깨워서 정신없이 짐을 꾸리고
9시반에 출발 4시간 반을 달려 완도항에 오후 2시 도착... 가능성은 반반
3시 배를 타지 못하면 지난번처럼 완도에서 1박을 또 해야한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여....

12호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3일만에 여객선이 출항하니 대기자 경쟁이 오죽 치열할까
인터넷으로 차량 예약이 가능하면 좋으련만 항상 보름후에 것만 가능하단다.
사람 좌석은 남는데 차량 선적이 관건이다.
대기자가 75명이란다... 승선 가능 차량은 60대.
기존 예약자를 빼면 30여대만 가능한데...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러나 인생사 새홍지마라 했던가
내 이름이 대기자 첫칸에 올라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으로 머리회전이 빨라진다.
8월1일 대기자 명단에 이어서 계속해서 작성을 한것 같다.
8월1일 대기하다 돌아간 사정과 간절한 표정으로
대기명단 발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애원을 했다.
대기자중 1번으로 차량을 배에 실었다. ..만세!!!

차량 선적비용 11만 4천원이 아깝지 않다.
비용을 두배 주고라도 가고 싶은 마음뿐.
대기자 차량선적 명단을 발표하는데 차량 대합실 상황이 가관도 아니다.
대학에 합격한듯.... 입사시험 합격 통보를 받은듯... 복권에 당첨한듯
모두들 만세와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선택된 사람은 입이 귀에 걸려있고
차량마감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잃은듯 절망적인 얼굴이다.
저 느낌 알지~~~ 3일 전에 내모습...ㅎ

3일 만에 다시보는 블루나래호.... 그때의 아쉬움과 절망이 오버랩되며 만감이 교차한다.
배가 어찌도 멋져 보이는지...ㅎ
완도에서 제주항까지 1시간 40분 소요되는 쾌속선이다.

내부도 깔끔하고... 매점도 있고... 비행기 좌석 느낌.

착석해서 기념사진 찰칵.... 습기와 역광 때문에 사진이 흐리게 나왔네...ㅎ
계속 비가 내려 온몸이 축축하지만 기분은 날아 갈듯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짐싸고 4시간 반 운전하고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차량 선적하고 등등
정신없었던 하루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블루나래호가 출발하고 멀리서 지나는 또 다른 여객선
이제야 여유를 조금 찾는다.

바다는 생각보다 훨씬 잔잔하다.
이슬비인지... 가랑비인지... 촉촉하게 내린다
나에게는 너무 극적인 여정이어서 그런지 바람도 감사하다.

먼 바다를 바라보는 혁이... 감회가 새롭다.
여객선 뒷부분에 밖을 나갈수 있는 통로가 있다.
흡연을 할 수 있게 재털이도 있다.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머리가 벗겨질듯 그래도 즐거운 표정.

배 후미에 파도가 부서지고 태극기가 휘날린다.

후미를 배경으로 찰칵~

배의 꽁무니에서 개폼도 잡아보고.
제주에서의 3일 빠지는 한달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하다.

이 시키가 또 슬리퍼네.... 헐~~~

멀미를 조금 했던 와이프도 바다 바람을 쐬러 나왔다.

멀리 제주항이 보인다.
구름은 끼였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한달후에 더욱 성장해 있을 혁이의 모습이 기대된다.

제주항 선착장이다.
드디어 도착이다.

육지로 가려고 승선 준비를 하는 대기차량들.
1시간 50분을 달려 4시 50분 제주항 도착.
하늘이 참 맑다..... 기분도 상쾌하다... 가슴도 설레인다.

우리가 한달간 머물 구좌읍 동복리 집에 도착.
조경과 잔디밭이 인상적이다.
방 3개에 거실 1개 주방과 욕실....
지펠냉장고,세탁기,에어콘,TV 없는것 빼고 다 있다.


옥상에 올라서면 바다도 보인다... 동복리 앞 바다가.
차가 터질듯이 가득 가져온 짐들을 폭풍정리했다.

짐정리를 마치고 미리 점찍어둔
숙소 근처 동막에서 회국수와 비빔밥으로 저녁 식사.
저녁 8시까지만 영업을 한단다... 이곳의 식당들은 대부분 그렇다.

회도 큼직하고... 면은 쫄면 스타일이다.
고소한 참기름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와이프와 나는 회국수를 혁이는 비빔밥을 먹었다.

제주아일랜드 입도 기념 축하파티는 동막에서 회를 포장해와서 집에서 쐬주한잔....ㅎ
회값이 저렴하다.... 대,중,소가 있는데 3만,2만,1만냥이다.... 회국수는 7천냥
생각보다 저렴하고 깔끔한 식당을 알게되서 단골이 될듯 하다.
이렇게 소주잔과 함께 제주도 한달의 첫날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