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서 의외로 많은 새들이 아침 노래를 한다. 05:50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은 느낌이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온 몸이 피곤하다. 사양꿀 두어 모금 마시고 물 한 모금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에너지바, 쵸콜릿등 행동식이 먹히질 않는다. 출발은 그럭저럭 괜찮은듯하다.
어제 보다는 길이 부드러운듯 하다가 웃자란 잡목과 잡초에 의해 자주 길이 막힌다. 산딸기 가시넝쿨이 팔 다리를 끍어댄다. 어제만큼? 좀 더? 힘이든다. 평지 내리막 길은 그런대로 버틸만 하지만 위로 향한 비탈길에선 맥을 못춘다. 어느 순간 길을 놓쳤음을 느낀다. 나무숲 그늘을 벗어나 퇴약볕 아래 자꾸만 마을을 향해 내려간다. 그냥 이대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되돌아갈 생각을 않는다. 그러다 넓은 개간지 넘어 위로 능선이 보인다. 바로 저 곳에 정맥길이 있으리라 확신을 하고 개간지 길을 따라 능선상으로 오른다. 드디어 정맥길을 만났지만 그늘 없는 뙤약볕에서 쓰러질 것만 같다. 언덕 위 그늘 아래서 한참을 쉬어도 회복이 불가능해 보인다. 정맥길을 찾았지만, 도저히 계속 진행할 수 없으리라 판단하고 임도를 따라 하산한다. 드디어 살았다는 느낌이다. 탈출하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동네이름이 월은리다. 민가 마당 수돗가에서 물을 한 없이 마시고 세수도 하고 이도 닦고 옷도 갈아 입고 전주행 버스를 타기 위해 관촌면으로 향한다. 농어촌 버스가 있기는 하나 언제 올지 모른다.
내가 하산한 곳. 월은리
주인 없는 이 집에서 마시고 닦고 ...
정자에서 한참을 쉬고 ...
이 곳을 지나 얼마 안 가서 레미콘 차량을 만난다. 기사양반 기꺼이 태워주신다.
늘 행복하시라, 건강하시라, 안전운전 하시라 감사합니다로 인사를 하고...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11:35에 \2,900버스비를 내고 전주로. 시원한 캔맥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