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상태의 헛개나무는 땅에 떨어진 씨앗이 2년만에 발아를 한다고 한다. (물론 발아율도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작년에 채취한 씨앗을 올해 인공적으로 발아 시키기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씨앗을 둘러 싸고 있는 단단하고 두꺼운 껍질을 일정 두께로 녹여주고, 4주 정도의 저온처리 과정을 거쳐서
파종을 하면 약 90 퍼센트의 발아율을 보인다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자료)
이 과정에 필요한 재료는 95%이상의 황산 원액이다.
4월 중순 파종을 위해서는 3월 초에 전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좀 늦었다.
3월 20일,
바쁜 일을 처리하고 오후에 일찍 들어와서 작업을 시작했다.
뒷베란다에 걸어 보관하던 씨앗을 꺼내서 유리병에 담고 황산도 준비한다.
부평동 국제화공약품에서 구입한 황산원액 - 위험물질이라 주민증도 제시하고 -

씨앗을 유리병에 옮겨 담았다 - 프라스틱 용기는 녹아버리기 때문.

위험한 황산을 만지는 일이라 안경, 고무장갑을 끼고 긴소매 옷을 입는다.

씨앗이 충분히 잠길만큼 황산을 부은 뒤에 대나무 젓가락으로 약 45분 동안 휘저으니 단단한 껍질이 녹아 나온다.


채 밑에 바가지를 받치고 황산은 밑으로 빠지게 하고 씨앗을 걸러낸다 , 이 때 물은 사용하지 않는다. 절대로

씨앗의 양에 비해 엄청 큰 대야를 준비하고 물을 가득 받았다
채에 받쳐둔 씨앗에서 황산용액이 다 흘러내리기를 기다렸다가 채를 물속에 집어 넣었다.
이 때 물의 양이 많아야 하는 이유는 황산이 물과 반응하면서 열을 발생시켜 씨앗을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


물속에서 몇 번을 박 박 문질러서 껍질에 남아 있는 황산찌꺼기와 이물을 제거한 후에
흐르는 물에 일주일간을 담구어 둔다

일주일 후
개똥도 약에 쓸려니 귀하다더니 그 흔한 모래가 안 보인다.
고민 끝에 저녁을 먹고나서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 어린이 놀이터에 가서 바닥의 모래를 담아 왔다.
깨끗하지 못한 모래라서 수도물에 몇번을 씻어내고
그래도 못 미더워 락스를 희석하여 소독까지 했다.

씨앗과 모래를 1:3의 비율로 섞어서 깨끗한 천에 담아 저온처리를 해야한다.
가정용 냉장고에 넣어서 4주이상 겨울잠을 자게 하는데, 모래가 마르지 않도록 수시로 스프레이 해야 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비닐로 밀폐하면 안 된답니다.

냉장고로 들어 가기 직전의 헛개종자

넣기 전에 마음으로 말을 걸어 본다
"푹 자거라~~! 그리고 나서 튼튼하게 자라거라~!!!"
헛개나무의 마음이나 내 마음이 하나에서 나왔으니.......... 진심은 통한다.!
2012년 3월 20일에 동면에 들어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