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3일 오후 1시경 청계천 광교와 장통교 사이의 차도에서 서예퍼포먼스가 이명박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열렸다.
충북 영동출신이 서예전각가인 운학 박경동님이었다.
이전에도 1km 서예기록을 가지고 있는 데 이번에는 2km에 도전한다고 한다.
서예라는 정적인 활동을 이렇게 길거리에서 퍼포먼스로 하는 것이 서예인들에게 자칫 좋지 않게 비칠 수도 있을 것이나 운학님은 즐겨 이런 활동을 하시는 분이다.
실제 이런 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예 마라톤이라고도 하는데 전번에는 10km정도의 거리를 실제 마라톤을 하고 나서 서예마라톤을 이어서 하는 행사도 했었다.
서예를 하는 분위기는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명상적인 분위기에서 해야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운학님은 그런 것 하고는 거리가 멀다. 많은 사람들의 협조가 있어야 하고 날씨의 조건도 좋아야하는데 이날은 다행이 궂은 날씨가 아니어서 좋았으나 온도는 매우 쌀쌀한 편이었다.
그래서 참관자들은 완전 겨울 복장으로 차려입었으나 운학님은 얇아보이는 생활한복차림으로 서예마라톤을 했다. 참관자들은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으나 운학님은 해맑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서예 마라톤에 열중하니까 얼굴에선 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단히 큰 붓으로 엎드려서 써야하는 불편한 자세인데도 거의 쉬지않고 써내려 갔다.
속도가 보통 사람들이 산책하는 걸음 속도 정도로 계속 물 흘러가듯 쉼 없이 써내려가는 모습이 정말 신기할 정도이다.
혹시를 위해 원고를 한손에 들고 한손에 붓을 들고 써내려가는데 원고는 거의 보질 않고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뒷걸음질 치며 써내려갔다.
어떤 부분은 미처 먹물을 들고 따라가는 분이 잰 걸음으로 따라붙어야할 정도의 속도였다.
뒤에서 화선지를 깔아주는 분도 그 속도에 맞추기가 바쁜 상황이었다.
두루말이로 된 화선지을 끈으로 중심부를 꿰어 묶어서 끌고 가는 데 다 쓴 부분은 황토벽돌로 서진을 삼아 눌러주었고 뒷부분은 운학님 스스로의 발로 밟으면서 서진역할을 하였다.
기네스북 한국기록원 관계자도 참관해서 기록상황을 점검하고 종료 즉시 기록인증서를 운학님에게 수여해주었다.
서예마라톤을 참관하면서 정말 서예로 세계마라톤 대회를 한다면 이 운학님을 따라갈 인물이 없을 성 싶다. 수천자를 외워서 한자도 틀리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써내려가는 그 힘은 누구도 당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한시 한수를 외운대도 줄줄 외웠던 글귀도 원고 없이 쓴다면 여러번 생각해보고 고개를 갸웃거려도 어려울 텐데 전혀 망서리는 기색도 없이 그 긴 화선지를 메꿔나가는 것은 신기에 가까웠다. 초서이기에 그런 속도가 나오겠지만 초서에 능통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경지일 것이다.
서예인들의 시각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장상황을 보면 감히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퍼포먼스라 생각된다.
아마도 그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연마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경지라 생각되어 운학님의 그 집념에 큰 감동을 느낀다.
이런 서예활동이 자칫 값없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런 연시를 하려면 그 준비과정에 엄청난 결심과 노력이 준비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좋은 반향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