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단수 세무사가 사업자등록신청서를 들고 이대박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와! 사무실이 정말 깔끔하네요. 요즘 TV 프로그램에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출연해 집이나 가게를 예술로 승화시키더니만 여기도 마찬가지군요."
"사실 인테리어를 감상하는 사람들이야 시각적으로 편안하고 깔끔하게 느끼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좀 신경을 썼는데, 세무사님 말씀을 들으니 기분 좋은데요?"
"그나저나 지난번에 제가 요구한 서류는 준비되었습니까?"
"조 대리! 사업자등록신청 서류 좀 갖다 줘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 회사 회계와 세무 업무를 맡아주실 세무사님이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실무는 저희 사무실 직원이 담당하겠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희 사무실에 연락주세요. 그러고 보니 조 대리님 인상이 참 좋으시군요. 폼생디자인사의 앞날이 밝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단수 세무사와 조억만 대리가 인사를 나누고 있는 동안 이대박 사장은 고 세무사가 가져온 사업자등록신청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아니! 여기 간이과세자로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간이과세자가 훨씬 유리하다고 들었거든요."
하지만 고단수 세무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왜 그랬을까?
일반적으로 개인이 사업을 시작하면 무조건 간이과세자로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간 매출액이 4,800만 원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에 비해 세금이 아주 미미하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연간 매출액이 4,800만 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 예상되더라도 무조건 일반과세자로 한다.
● 법인이 사업을 하는 경우
● 광업, 제조업(단, 과자점·양복·양장업 등은 간이과세 적용 가능)
● 도매업(도소매업 겸영 시 포함), 부동산매매업
● 변호사업, 법무사업, 세무사업, 공인회계사업, 건축사업 등
● 일반과세자로부터 양수한 사업
● 기타 국세청장이 정한 간이과세 배제 기준에 해당되는 사업자
여기서 국세청장이 정한 간이과세 배제 기준에는 '종목·부동산 임대업·과세유흥장소·지역 기준'으로 나누어 고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종목 기준은 주로 서울시, 광역시, 수원·성남·안양·부천·안산시 등 수도권의 일부 지역에서 편의점·시멘트 소매·컴퓨터 소매·피부비만관리·예식장 등의 사업을 영위하면 간이과세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대박 사장이 세운 폼생디자인사의 경우에는 개인사업으로 운영되므로 원칙적으로 간이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간이과세 배제 기준의 '종목 기준'에서 서울 지역의 실내장식업은 간이 배제 기준에 해당하므로 결국 일반과세를 적용받게 된다(구체적인 사항은 사업장이 있는 관할세무서 민원실에 문의하면 된다).
이 사장은 자신이 간이과세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다소 맥이 풀렸다. 간이과세자는 세금을 거의 안 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참! 우리 회사 회계와 세무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사업자등록번호가 없어서 컴퓨터 구입비 등에 대한 세금계산서도 받을 수 없고, 또 개업하기 전에 들어간 소소한 비용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영수증은 무조건 받아두었지만 말입니다."
"당연히 궁금하셔야지요. 다음 주 중에 우리 사무실 담당자와 조 대리와 함께 만나죠. 그때 세금 상식부터 창업 회계와 세무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고단수 세무사는 사업자등록 신청과 관련하여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을 이야기했다.
건물주가 월세를 낮춰 쓰자고 한다. 어떻게 할까?
사업장을 빌린 경우, 월세 등을 쓸 때 주의해야 한다. 만약 건물주의 요청에 따라 월세 금액을 낮추거나 보증금으로 기재하는 경우 비용으로 인정받는 부분이 낮아져 세금을 더 내는 결과를 불러온다. 건물주는 세금계산서의 금액을 실제보다 낮은 금액으로 교부해 주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금액이 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세가 200만 원인데 건물주의 요청으로 100만 원이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받았을 때 적용세율이 38.5%라면 다음과 같이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 = 월 1,000,000원×12개월×38.5% = 4,620,000원 (년)
건물주가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 계약서상 월세를 낮춰 기재할 것을 요구하거나, 월세가 있는데도 전액을 임차보증금으로 기재해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거절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한편 사업장을 집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경우나 소호 형태의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집 주소를 사업장 주소로 하면 된다. 여기서 집 주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주민등록상의 집(전세·자가 불문) 주소를 말한다.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게 된다면?
사업자 명의를 본인이 아닌 제3자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럴까?
개인이 얻는 종합소득에는 사업·부동산·근로·기타소득 등이 있다. 1년 동안의 모든 소득을 합산하여 과세된다. 따라서 소득의 종류가 많거나 여러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합산과세에 따라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소득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럴 때 제3자 명의가 이용된다.
다음으로 창업 초기에는 무조건 간이과세자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매출 실적이 좋아지면 얼마 안 가서 일반과세자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간이과세자 혜택을 누려 보고자 폐업신고를 하고 제3자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간에 명의 대여로 인한 세금 책임은 일단 명의를 빌려 준 사람이 진다. 물론 명의를 빌린 사람은 빌려 준 사람과 함께 연대 납부 책임이 있다. 또한 2007년부터는 사업자 허위등록 가산세(1%)가 신설되었다. 이외에도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사업에 따른 세금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 등도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떤 파장이 있을지 모르고 명의를 빌려 주어 나중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재산과 관련하여서는 절대 명의를 빌려 주어서는 안 된다.
사업자 유형이 바뀔 수 있다
사업주들 중에는 처음에 간이과세자 적용을 받다가 얼마 안 돼 '당신은 일반과세자로 바뀝니다'라는 통지문을 세무서로부터 받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놀라지 마시라.
연간 매출액이 4,800만 원을 넘어서면 사업자 유형이 자동적으로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바뀐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인 경우, 일반과세자였는데 연간 매출액이 4,800만 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간이 배제 업종이 아닌 한 간이과세로 바뀐다. 하지만 일반과세자가 유리한 경우 간이과세를 포기함으로써 일반과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일반과세자가 유리한 경우란 매입 부가가치세가 커서 매입 부가가치세를 전액 환급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이다. 간이과세자는 매입세액의 5~30% 정도만을 납부세액에서 공제받기 때문에 일반과세자와 공제 차이가 많이 난다. 간이과세 포기는 간이과세를 적용받고자 하는 과세기간 개시 전일(예: 5월부터 간이를 적용받고자 하는 경우 4월 30일까지 제출)까지 간이과세 포기서를 관할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 달 1일부터 일반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참고로 사업자 유형이 일반에서 간이 또는 간이에서 일반으로 바뀌면 바로 기장을 담당하는 세무회계 사무소에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과세유형의 전환에 따라 챙겨야 할 것들(예를 들면 재고매입세액 공제 등)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