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 성 비오 10세 기념일
성 비오 10세 교황은 산업화와 현대 시민사회로의 이행과정에 있었던 20세기 초에 교회와 세상이 하느님 안에서 새로운 질서로 정립되기를 바랐던 분입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열강들이 생겨나고 시민사회가 성장하는 것과 함께 무신론적 사조와 체제들이 득세하는 것을 보면서, 교회가 세상에 휩쓸리지 않도록 내적인 쇄신을 많이 추구했던 분입니다. 교리서를 정비하고 교회법전을 편찬하기 시작하였고, 성직자와 수도자의 삶의 내규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재정립하려고 애쓰셨습니다. 세상의 흐름은 자기의 행로를 계속하여 성인의 뜻과 다르게 흘러갔지만, 그분이 지켜 내려 했던 신앙과 진리의 가치는 지금도 교회 안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몇 가지 묵상하시도록 안내를 드립니다. 복음서 본문은 단순하니 정독하시면 될 것입니다.
1) 계명과 영원한 생명을 생각합니다. 청년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예수님은 십계명 가운데 하느님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첫 세 계명은 언급하지 않으신 채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계명만 언급하십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사람에게 봉사하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은 없다는 뜻이 아닐까요?
2) 정해진 계명 이후에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여정에서 십계명 이외에 한 가지를 요구하십니다. 자신의 부를 포기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복음삼덕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세 가지 덕으로 예수님을 직접적으로 따르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로서, 가난, 순명, 정결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 덕이 수도자들이 하는 서원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 가난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권하는 첫째 덕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라고 하셨을 때 두 가지를 요구하신 것입니다. 본인은 하느님을 위해 가난해져서 하느님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큰 그릇이 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직접하라는 뜻입니다.
3) 물질의 예속성은 우리가 늘 경험합니다.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고 합니다. 그것이 미덕인 것처럼 그리고 능력인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님시대는 헤로데라고 하는 철저한 자본주의자가 통치하던 시대입니다. 아버지 헤로데는 왕권을 로마제국에 아부와 뇌물로 얻어낸 자입니다. 그러니 그 나라에서 물질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도 모든 관계의 기반이 물질인 유물론 시대입니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모두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체제입니다. 이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체제는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다른 그룹을 만들어냅니다. 계급과 계층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그룹들입니다. 물질은 사람을 나눕니다. 그래서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려고 우리를 노예로 만듭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물질의 노예가 되어 있음을 알지도 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자유와 영원으로 초대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잘 만나시기 기도합니다. 거룩한 하루 지내시기 바랍니다.
[비전동성당]정연혁 베드로니오 주임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