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수명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을 구해야 한다
삶과 죽음, 신과 인간의 틈에서 피어나는 최진영식 사랑의 세계'
지은이: 최진영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판해: 2023년
나의 의지와 상관없다.
어느 순간 나는 소환되고
여러 죽음들 지켜보아야 했으며
그 중 단 한 사람의 목숨만 구할 수 있다.
왜 내가?
왜 단 한사람만?
왜 저 사람이어야 하는지?
모든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수많은 죽음을 죽음으로 바라보아야 했고, 단 한 사람을 죽음에서 삶으로 옮겼다.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3대에 걸친 여인들이 한 사람을 살리는 운명을 제각기 다르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할머니의 단 한 명은 기적
엄마의 단 한 명은 겨우
딸의 단 한 명은, 단 한 사람
이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지
한 사람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선택은
죽음에 대한 각기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내가 원하는 삶, 목화는 생각했다. 그건 바로 지금의 삶. 목화는 원하는 삶 속에 있었다. 다시, 목화는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죽음. ...... 되살리지 않아도 좋을 죽음 또한 많이 목격했다. 목화는 그들의 마지막을 기억했으며 그와 같은 죽음을 원했다. 그러므로 남김없이 슬퍼할 것이다. 마음껏 그리워할 것이다. 사소한 기쁨을 누릴 것이다. 후회없이 사랑할 것이다. 그것은 목화가 원하는 삶.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처럼 삶과 죽음 또한 나눌 수 없었다. ' - 본문 중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음껏 슬퍼하고, 충분히 기뻐하고, 후회없이 사랑하고, 아파도 그리워하며 순간순간을 살아가야겠다.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서 사랑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다.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
- 본문중에서
진정한 사랑은 너무 커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사랑안에 들어가 있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은 나의 느낌과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 있기에 사랑이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단 한사람이기에 살아있는 것 같다.
나도 단 한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단 한사람을 살리는 릴레이가 끝없이 이어져 우리를 살리는 우리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