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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작가그림책 04 왕치와 소새와 개미
채만식 글 | 최민오 그림 48쪽|8,000원|2003년 2월 25일 출간 국배판 변형|유아, 초등 저학년 |
왕치와 소새와 개미의 생김새에 얽힌 이야기
왕치와 소새와 개미가 한 집에 살았다는데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다른 이들은 처음에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왕치와 소새와 개미의 생김새에 얽힌 사연이 다림의 네 번째 우리작가 그림책으로 새롭게 나왔다.
이 작품은 이미 <태평천하>, <탁류>로 잘 알려진 작가 채만식의 우화소설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를 그림책으로 새롭게 엮은 것. 어린 독자들을 위해 원문에 실린 한자어와 속어, 어려운 옛말은 현대 어법에 맞춰 고치고, 작가만의 판소리계 사투리와 말맛은 가능한 한 그대로 살렸다.
옛날 옛적, 왕치와 소새와 개미는 모두 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소새, 개미와 달리 왕치는 부지런하지 못하여 늘 친구들에게 눈치와 구박을 받는다. 가을이 되자 셋이 돌아가며 잔치를 차리자고 하고는 첫날은 개미가, 둘째 날은 소새가 잔칫상을 차려 배불리 먹었다. 드디어 왕치의 차례. 이러저리 눈치만 살피던 왕치는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집을 나와 여기저기 헤매지만 오히려 잉어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신세가 되면서 우스운 해프닝은 벌어진다.
소새가 우연히 잡아온 잉어 뱃속에서 보이지 않던 왕치가 폴짝하고 뛰어나오는 게 아닌가.
“휘! 더워! 어서들 먹게! 아, 이놈의 걸 내가 잡느라고 어떻게 앨 썼던지! 에이 덥다! 어서들 먹게!”
아마 어린이들도 여기서, 왕치가 게으르다 못해 능청맞고 뻔뻔한 캐릭터라는 것을 금새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고는 공짜를 너무 좋아하던 왕치의 머리가 훌러덩 벗어지고, 왕치를 못마땅히 여긴 소새의 주둥이가 쑤욱 나오고, 개미는 너무 웃다 그만 허리가 잘록 부러졌다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야기 속의 개미처럼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풍자적 우화 소설의 작가 채만식
이 작품은 1941년 ‘문장’에 발표된, 소설과 동화의 중간에 위치하는 우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왕치와 소새와 개미는 채만식의 풍자적인 필체에 의해 의인화되어 인간의 다양한 성격이나 태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우스꽝스러운 표현이나 사투리 등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다양한 인물의 유형을 제시하고, 그런 인물들을 풍자하려는 작가의 의도였다. 특히 이 작품은 다양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보여주어 설화적인 분위기를 살리기에 적합했다.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재미와 함께 우의적인 주제 의식도 자연스레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터치가 돋보이는 재치있는 그림 작가 최민오
일러스트레이터 최민오는 색깔이 다양한 그림책 작가이다. 하나의 색깔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하고 새로운 스타일로 수많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제일 먼저 배경보다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잡는 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펼친 면을 가득 채운 대담하고 과감한 구도와 역동적인 표현의 힘은 재치와 유머와 어우러져 캐릭터에게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왕치가 잉어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듯 물 위로 솟구친 잉어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고, 판형을 틀어 세로로 펼친 면에서는 잉어의 뱃속에서 풀쩍 뛰어나오는 재미있는 왕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표지에서 보이듯 캐릭터들의 성격도 각각 다양하다. 왕치(메뚜기과의 일종)는 능력없는 약질에, 매일 놀고 먹으며, 속도 없는 게으름뱅이고, 소새(물새의 일종)는 인정이 없고, 성질이 괴팍하긴 하나 재치있고 부지런하여 자기 몫은 해나가는 인물이고, 개미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지런하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작가는 이 세 주인공의 성격을 바탕으로 개성있는 캐릭터로 표현했는데 표지 일러스트레이션만 봐도 주인공들의 성격이 한눈에 보인다.
- 그림 작가 최민오는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1995년 출판미술대전에서 신인부문 우수상과 전래동화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내 고추는 천연기념물> <뭐하니?> <덜덜이와 비단주름과 큰손발이> <응가하자 끙끙> <꿀꿀돼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 등이 있다. 한국출판미술협회 회원이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현재 두 아이 시주와 수주의 아빠로 서울에서 살면서 어린이책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 글 작가 채만식은 1902년 전라북도 옥구에서 태어났다.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 부속 제일와세다 고등학원 영문과를 중퇴한 뒤 귀국, 동아일보․조선일보․개벽사 기자를 지냈다. 단편 <새 길로>가 《조선문단》에 추천되면서 문단에 등단하여 290여편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1950년 6월 폐병으로 인하여 49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저서로는 장편『탁류』『인형의 집을 나와서』, 단편『레디메이드 인생』『인테리와 빈대떡』『치숙』, 중편으로『과도기』『소년은 자란다』, 희곡으로『가죽버선』『돼지』『당랑의 전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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