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요맘때면 우리들끼리 하는 조촐한 행사가 있다.
일명 쑥~~데이
도량에 새로 올라온 쑥과 민들레, 진달래 등 봄에 새로이 올라온 나물들을 가지고
각 반끼리 음식자랑을 하는 날이다.
서로 같은 재료로 음식을 준비하다보니,
좀 더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 내기위해 비밀리에 메뉴도 정하고,
음식이 정해지면 반에서는 나물을 캐오는 팀과 음식을 준비하는 팀을 나누게 된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과 마치는 시간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기 때문에 ,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최상의 도구를 준비하기 위해 스님들의 손과 발이 바쁘게 움직인다.
먼저 치문반 스님.(강원의 제일 막내 반이다.)
치문반 스님들에게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도구만 주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발 빠른 윗반스님들이 일찌감치 최상의 도구를 챙기고 난 뒤여서
남아있는 도구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기엔 그리 썩 만족스럽진 않다.
또,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물이나 불은 알아서 능력껏 해결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물은 큰 통으로 날라다 쓰고, 불은 빈 터에 솥을 걸 수 있는
간이 아궁이도 만들고, 불을 때기 위해 땔감꺼리도 챙겨 놔야 합니다.
(제일 열악한 환경이지만, 지나고 나면 제일 추억이 많습니다.)
그래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었던 빈 공간에...
주방시설이 뚝~딱! 완성되는 걸 보면 자기들끼리도 스스로 대견해 하며 흐뭇해한 답니다.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도 모를 웬 갓 것들이 의자가 되고 테이블이 되고...)
지금도 잠깐 지난 시간 돌이켜 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다음은 사집반 스님들...
그래도 일 년 더 살았다고...야무치게 도구를 챙깁니다.
사집반 스님들은 비록 야외이지만
제대로 된 아궁이가 있는 가마솥이 주어지고...일찌감치 긴 호스를 챙겨서 수도하나 점령해 놓고...
여유롭게 평상에다가 한 살림 떡~~하니 벌려 놓치요.
그리고 대중의 공양을 책임지는 원주반 스님인 사교반 스님들...
후원(공양간)의 왕인만큼, 후원의 모든 집기들과 화구들은 사교반 스님들의 몫이 되고,
그 덕에 사교반 스님들이 내 놓은 음식들은 좀 더 품격이 있는 것들이 주로 나옵니다.
그리고 제일 윗반인 우리 화엄반들은...ㅋㅋ
여유롭게 쑥도 뜯고, 진달래꽃도 따며..봄볕을 한껏 즐긴 뒤...
아랫반 스님들이 혹 부족할지 모를 나물들을 캐어다 줍니다.
또 각 반을 돌아다니면서 음식 모양새도 봐주고,,, 맛도 봐주고...그렇지요...^^
서로들 각자의 메인 음식을 철저히 감춰가면서,
후원 한쪽이 스님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합니다.
저녁 공양시간이 다 되어질 때면, 제 시간에 음식을 내 놓아야 하기 때문에
손놀림은 더욱 바빠집니다.
만들어 놓은 음식들을 최대한 멋지게 꾸미고, 음식이 돋보이기 위해 테이블도 장식하고...
잔잔한 음악까지 준비하면 일단은 준비 끝...
공양 목탁이 치면 학장스님 이하 어른스님 삼직스님들은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
칭찬을 해 주시고, 또 우리들은 각 자 자기 반이 만든 음식들을 어른스님께 자랑하기에 바쁩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며칠은 행사 이야기에 지대방이 들썩거립니다.
4년째를 맞는 이 행사에 추억이 참 많습니다. 글을 쓰는 내내 혼자서 많이 웃습니다.
지금 후원은 한창 떠들썩합니다.
비록 지금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소임 때문에^^)
오늘은 어떤 메뉴들이 뽐을 낼 것인지..참 기대가 됩니다.
법우님들도 오늘 저녁상은 봄 냄새 가득한 상차림...
어떠세요?
첫댓글 와~ 그런 대회도 있군요. 이 화사한 봄날에 스님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스님들의 강원은 우리 대중들이 슬며시 들여다 보고싶은 공간이랍니다. ^^
봄 냄새 가득한 상차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치문반스님 상이 마음에 끌리네요.ㅎㅎㅎ 늘 평안하세요스님_()()()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스님들의 맑은 향내가 가득 느껴집니다.
스님들의 강원은 우리 대중들이 슬며시 들여다 보고싶은 공간이랍니다. ^^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와아정말 읽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는지..또 듣고 싶네요..아마 그곳에서 제가 음식을 하였다면 저만의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지네요..고맙습니다. 또 듣고 싶어지네요..
ㅎㅎㅎ... 맛나겠다...^^ 강원 졸업하면 우리절에 와서 솜씨 자랑 한번...ㅎㅎㅎ
요리를 배우고 있습니다.지난주엔 쑥과 소고기 갉은것을 섞어서 완자를 빚어 탕을 끓이는 것을 배웠는데..애탕!쑥향이 제법 나는게 좋았어요 ^^ 재밌게 읽고 갑니다 스님_()()()_
20명의 예비법사님도 관음사에 9박10일 오시는데, 스님께서도 화엄반을 이끄시고 관음사에 오시면 어떨가요? 법우들이 구름처럼 모일 겁니다. ㅎㅎㅎ
아...그런 장면을 상상만 해도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스님 솜씨는 한결같이 정갈해서 도업에 도움이 되리라 여겨지네요. 저도 어젯밤 목욕을 하고 집에오니 아는 스님께서 쑥인절미랑 쑥시루떡을 해서 집 앞에 두고 가셨습니다. 봄은 이렇듯 깊어가네요. 스님 글 감사합니다.()()()
스님의 뒤를 따라 강원의 후원을 살짜기 엿보고 온것 같은 느낌.^^* 스님~아기자기 재미있는 글...감사합니다._()()()_
설명을 잘 해주셔서 눈으로 본 듯 합니다. 공부하는 중간 중간에 많은 추억들도 심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_()()()_
스님들도 경쟁을 하시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 어떤마음이실까 궁금해집니다.
성불하십시오!!나무관세음보살_()_
저도 지난주에 이틀동안 캔 쑥으로 떡을 해서 맛있게 먹었답니다....풍경이 조금 그려지네요....
저도 아이 손잡고 냉이를 캐곤합니다 아이가 더욱 열성입니다 지금이 봄나물 캐기에 적기인것 같습니다 ()() 잘듣고요 모습이 상상이 가나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군요..덕분에 환하게 월요일을 시작 할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강원에서 이런 잼난 행사도 하는군요~~~ 전 그저 무지 조용하고 딱딱하게 수행만하고 공부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스님 덕분에 즐겁게 웃었습니다. 쑥 향기가 솔솔나는 느낌입니다. ^&~
아주 재미있고 신나는 행사가 되겠네요. 이쁘게 차린 맛난 음식도 기대되구요.
_()_
감사합니다.행복함으로 머물다 갑니다.^___^ _()()()_
저희가족도 올해는 냉이 진달래 쑥 두릅 봄나물로 냉이 된장찌개,쑥떡 두릅,쑥 튀김 진달래전 봄잔치 했어요(냉이 손질하는데 정말 힘드네요)
잼나게 읽고있네요
스님 감사합니다_()_